주교님을 모시고 축복식을 가진 지가 엊그제 같은데 도로시의 집 무료진료소가 벌써 두 살이 되었다. 도로시의 집은 이주노동자센터 사업 중 의료팀이 꾸려가는 무료진료소다. 노동사목 의료팀의 이주노동자 진료는 2003년 11월 서면성당에서 의료상담의 형태로 시작되었고, 2004년에 가톨릭센터로 노동사목 사무실이 옮겨오면서 센터 5층 상담실 공간에 기초의약품과 진찰책상 하나 달랑 놓인 작은 규모였지만 무료진료소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삼년 뒤 센터 6층에 의료팀을 꾸려 일반진료와 투약, 치과진료, 한방진료와 물리치료, 간단한 수술까지 할 수 있는 클리닉 수준까지 되었으며, 올 봄부터 김해 임호성당의 이주민지원센터에도 주일마다 의료진과 의약품 지원을 하고 있다.

도로시의 집이 두 살을 맞이한 것은 50명이 넘는 의료팀 자원활동가들과 70명 남짓한 후원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 때문이다. 그 덕분으로 한 달에 180명 가까운 국내저소득계층과 이주노동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어려울 때면 목돈을 기부하는 천사들이 나타나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시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하는 이 일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가난의 영성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앓고 있는 병을 같이 앓는 이들은 서로가 가진 지식과 돈과 시간과 달란트를 나누며 함께 살아간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얼마 전 처음으로 도로시의 집 자원활동가들이 모임을 가졌다. 노동사목 전담신부님과 진료, 한방, 물리치료, 간호, 치과진료, 약제, 접수와 노동사목 실무자 합쳐 스무 명이 저녁을 먹으며 서로 얼굴을 트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많은 활동가들이 있지만 자기 영역이 아니면 잘 모르고 지내기에 마련한 자리다. 도로시의 집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먼저 활동가들의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자주 만나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시간이 지나가면서 첫 마음을 잃고 타성에 젖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다가 만남에 대해 고개를 끄덕여 공감한 적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얼굴 없는 생산과 얼굴 없는 소비로 이루어진 구조라는 것이다. 마치 당구공과 당구공의 만남처럼 한 점에서, 그것도 순간에 끝나는 만남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엄밀히 따지면 만남이 아니요, 관계가 없는 것이다. 관계가 없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서운 사회다.



도로시의 집 자원활동을 하면서 불편한 점 한 가지를 조심스레 말해볼까 한다. 블로그(내 블로그 이름은 ‘돌팔이의 블로그’이다) 활동을 활발히 하다 보니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도로시의 집이나 돌팔이나 내 이름을 치면 내 블로그에 올린 글들이 많이 나온다. 물론 내 글을 보고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꽤 된다. 도로시의 집 무료진료소의 취지에 공감하여 좋은 뜻으로 도와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글을 곡해하여 마치 내가 도로시의 집을 만든 양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웹 시대의 특성이겠지만, 나는 여기에 있는데 이름은 사방에 떠돌고 있는 꼴이다. 말 그대로 헛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도로시의 집은 우리 모두가 소중히 키우고 가꾸어야한다. 우리 모두는 무료진료소 의료팀의 일원일 뿐이다! 우리들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관심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불안한 신분 상태에서 우리들이 하기 꺼려하는 힘들고 위험한 노동현장에서 일하면서 몸이 아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본에 대한 노동의 우위’를 강조하는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도 노동의 주체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 아니겠는가.

모든 사람이 타자화 되어 있는 상태로 우리는 살고 있다. 앞으로도 도로시의 집 활동가들은 지속성 있게 서로 보고, 만나고, 알아야한다.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사회적 가치도 세울 수 없음을 알기에. 자주 만납시다! 고민도 나누고 기도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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