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통과하면 잘게 쪼개진 음식이 소장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름은 작은창자이지만 실제로는 큰창자보다 훨씬 더 깁니다. 작은창자와 큰창자는 길이로 구분한 게 아니고 굵기로 구분한 것입니다. 작은창자는 십이지장(샘창자), 공장(빈창자), 회장(돌창자) 등 세 부위로 나눌 수 있는데 모두 합하면 길이가 약 6미터 정도나 됩니다. 굵기는 2.5-4cm 정도입니다. 큰창자(대장)의 경우 길이가 약 1.5m, 굵기가 약 7.5cm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충 비교가 가능하실 겁니다.

소장은 몰라도 십이지장, 공장, 회장이란 이름이 낯설고 샘창자, 빈창자, 돌창자와 같은 한국식 이름도 익숙지 않으실 겁니다.


20세기 초에 서양의학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때 적합한 용어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식 한자 용어를 빌려다 쓰는 바람에 소장, 십이지장, 공장, 회장이라고 불렀는데 지금 당장은 익숙지 않지만 앞으로를 위해서는 샘창자, 빈창자, 돌창자라는 이름이 더 합리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샘창자란 특정 물질을 분비하는 분비샘이 발달되어 있다는 뜻이고, 빈창자는 평소에 비어 있다는 뜻이며, 돌창자는 돌기모양을 하고 있다는 뜻에서 생긴 이름입니다.

작은창자의 세 부분 중에서는 십이지장, 그러니까 우리말로 샘창자가 가장 익숙한 이름이실 텐데요. 아마도 십이지장충이라는 기생충 때문에 십이지장이 익숙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30년 이상 전에는 학생들에게 대변을 이용한 기생충검사가 1년에 두 번씩 실시됐고, 기생충약 선전에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을 한 번에 박멸한다는 말이 널리 사용됐었죠. 지금이야 기생충 질환이 거의 사라졌지만요. 6미터나 되는 전체 작은창자 중에 십이지장에 해당하는 부위는 약 25cm 정도밖에 안 됩니다. 기생충이 이름값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십이지장은 궤양이 잘 생기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위에서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구멍이 뚫리거나 출혈이 있을 정도가 되면 수술 등의 치료가 필요

사진출처 : flickr.com / 아이디 adrigu님

 
“십이지장에도 궤양이 발생한다.”


일상적으로 얘기하는 위궤양에는 십이지장궤양도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은 발생기전이나 역학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과 위산분비가 궤양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또 십이지장의 길이가 25cm나 되지만 궤양이 발생하는 부위는 보통 위쪽의 3cm에 해당하므로 위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경우 담당 의사 분들이 십이지장에 궤양이 있는지 함께 확인해 줍니다. 치료법에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심하지 않으면 먹는 약과 자연치유능력에 의해 회복되지만 구멍이 뚫리거나 출혈이 있을 정도가 되면 수술 등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십이지장에 분비샘이 발달되어 있어서 샘창자라고 한다면 이 샘에서는 어떤 물질이 분비되는 것일까요? 위를 지나 소장에 들어설 때까지 완전히 소화되지 못한 음식은 소장을 지나는 동안 완전히 소화가 됩니다. 이 때 필요한 소화효소는 주로 이자(췌장)에서 분비되어 소장으로 전해진 것들입니다. 즉 췌장에서 분비된 소화액이 소장으로 배출되어 소화를 담당하는 것이지요.


반면 샘창자의 샘에서 분비하는 물질은 소화효소가 아니라 알칼리성 점액과 호르몬입니다. 위액에서 소화를 기다리고 있는, 또는 소화되고 있는 중인 음식과 위액이 혼합된 것을 미즙(영어로 chyme)이라 하는데 이 미즙은 강한 산성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도로 역류하면 염증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식도와 마찬가지로 미즙의 강한 산성은 소장의 벽에 있는 세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장 입장에서는 강한 산성으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필요한데요. 그래서 발달한 것이 알칼리성의 점액을 분비하는 샘입니다. 샘창자의 샘에서 분비되는 알칼리성 점액이 미즙과 혼합되면 중성이 되는 것입니다.

소장의 특징적인 구조물 중에는 소장벽 표면에 많이 나 있는 미세융모가 있습니다. 미세융모는 문자 그래도 미세안 융모, 즉 아주 작은 털 같은 것입니다. 소장은 음식의 소화를 마무리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음식이 소화되어 생겨난 영양물질을 흡수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몸의 입장에서는 영양소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영양소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장벽이 영양소와 접촉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포 안으로 영양물질을 받아들일 수가 있지요. 그래서 미세융모라는 구조물을 발달했는데 미세융모는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의 면적을 아주 크게 넓혀 주는 역할을 합니다. 영양소는 미세융모에 접촉가능성이 높아져 그냥 대변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충분히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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