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부터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심지어 글을 쓸 때도) 무언가에 기는 듯한 압박감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리고 초조해지는 증상이 있었다. 그저 한번 그러고 말겠지란 생각에 무시하고 넘겼으나 금일 그 증상이 심해져서 오후 병동 일을 끝내자마자 책상 앞에 앉아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일단 병동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체크해본 혈압 등의 바이탈은 정상이었고 심장 쪽과 관련된 기저질환이나 가족력은 없으므로 심장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는 일단 배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헌데 최근 생활패턴을 가만히 돌이켜보니 최근들어 유난히 커피 섭취량이 증가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들어 일평균 두잔 이상의 까페라떼와 세잔 이상의 자판기 커피, 한잔 이상의 병동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허나 도합 6~7잔(까페인 300mg 정도), 막대한 양의 커피가 내 몸속으로 유입되고 있었음을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일상적으로 과장님과 한잔, 전공의 쌤과 한잔, 병동에서 또 한잔, 커피숍 가서 된장남 행세하며 또 한잔 이렇게 무심결에 마시다보니 그렇게 많은 양이 유입되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 평균 카페인 함량은 자판기 커피(75 mg/잔), 인스턴트커피(34.5mg/잔), 원두커피(24.5 mg/잔), 레귤러커피(75 mg/잔), 캔커피(80.5 mg/캔), 녹차 teabag (23 mg/잔)으로 알려져 있다.
언젠가 식품관련 단체에서 조사한 ‘국민 1인당 커피 소비량 조사'에 의하면 국내의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이 393잔이었으며(5년 전보다 41잔이 늘어났으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국내의 20대에서 연간 커피 소비가 평균 571잔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한다고 한다. 20대가 섭취하는 평균 커피량이 하루 1~2잔이니 나는 평균의 3~4배 되는 양의 커피를 몸속에 들이붓고 있었다.

관련하여 연구 결과를 더 살펴보니 건강한 20대의 일평균 카페인 섭취량은 120.49mg (일평균 커피섭취량은 1.08잔으로 일평균 카페인 섭취횟수(1.24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이었으며, 놀라운 사실은 하룻동안 커피 섭취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 이들 중 절반이상이 금단증상을 호소했다는 점이었다. 나 역시 하루에 까페라떼를 한잔 이상 마시지 않으면 불안했으며 입마름이 심했고 커피를 입에 대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으니 이 역시 금단증상의 일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보고서에는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경험했던 중독증상들은 수면장애(41.9%), 배뇨과다(35.8%), 심계항진(26.7%), 위장장애(23.3%), 안절부절(13.1%), 지칠 줄 모름(11.6%), 정신운동성 흥분과 동요(10.9%), 근육경련(9.0%), 신경과민(7.4%), 흥분(6.9%), 생각과 말의 산만함(5.2%), 안면홍조(4.4%)의 순서로 조사되었다. 내 경우 수면장애나 배뇨과다, 심계항진, 안절부절, 전신쇠약감 등의 증상이 있었으며 그 증상 때문에 지금도 왠지 모를 압박감과 초조함에 시달렸다. 더불어 연구서에는 카페인과 관련된 이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인 섭취를 계속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22.6%로 조사되었다. 아마 이는 나처럼 카페인이 여러 금단 및 중독증상을 유발하지만 다른 의존성 약물에 비해 심각하지 않고 대개 카페인의 섭취가 특정 질환의 심각한 원인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왠지 모를 두근거림과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다. 허나 병자를 돌보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최근들어 발생한 내 몸의 이상이 과다한 커피 섭취에 기인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커피를 끊어야 증상이 멈출꺼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에서 까페라떼 잔을 쉽사리 놓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는 고쳐도 자기 몸 아픈지는 모른다는 옛 말처럼 나 역시도 언젠가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지만 겁없이 오감의 즐거움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돈이나 지갑을 아예 놔두고 다니던가 해야지 그냥 둬서는 안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참조 : Hughes JR, Oliveto AH, Liguori A, Carpenter J, Howard T. Endorsement of DSM-IV dependence criteria among caffeine users. Drug Alcohol Depend 1998;52:9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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