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입니다. 저한테 진료를 받으시는 중년의 B형간염 여성환자분이 오셨습니다. 1주일전 검사결과를 보면서 지금 잘 치료되고 있으니 항바이러스제 잘 드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평소와 달리 머뭇거리시면서 한가지 물어봐도 되겠느냐고 어렵게 말씀을 꺼내시는 것이였습니다.

'뭐 어려울 것 있나요?'
흔쾌히 물어보시라고 말씀드렸지요.

환자분의 자녀가 중학교 1학년인데 불행히도 수직감염으로 인해 이 아이도 B형간염보유자인 것입니다. 참 안타까운 사연이죠. 그 이야기 까지는 놀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이 아이가 학교에서 말도 안되는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B형간염보유자라고 다른 아이들과 물컵도 같이 쓰지 못 하게 하고, 운동도 못 하게 하며 심지어는 점심밥도 따로 먹게 한다는군요?




B형 간염바이러스는 혈액, 체액 분비물로 전염되지만 음식물을 통해서 전염되지는 않습니다.
주홍글씨란 책 기억나시죠? B형 간염도 사회적 낙인이 되고 있습니다.


B형 간염바이러스는 혈액, 체액 분비물로 전염되지만 음식물을 통해서 전염되지는 않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마치 제가 부당한 차별을 받은 것처럼 화가 나더군요.

'도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차별을 결정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했더니 학교에 있는 보건교사라고 합니다.  
여기서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보건교사라는 사람이 B형간염보유 학생에게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격리(?)를 결졍했다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이건 격리도 아니고 그냥 차별 대우입니다. 자연스럽게 학급 내에서 왕따가 되지 않았을까요?

일단은 아이를 한 번 보고 간단한 검사를 한 다음, 장황한 진단서를 써 주기로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지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으로요. 만약 그래도 시정이 안 되면 국가인권위원회등에 탄원서라도 써야할까요? 아니, 일단은 B형 간염 환자들의 부당한 사회적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간사랑동우회 (http://www.liverkorea.org) 에 알려야할까 봅니다.

건강한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들은 질병으로도 고통 받지만 그보다 사회적 낙인으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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