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오랜만에 한 후배를 만났습니다. 대학 때 전체 동아리를 하다가 알게 된 후배였죠. 뭐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후배의 어머니가 갑상선암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디서 어떤 치료를 받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베트남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베트남의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저희 지역 의사회에서 몇년간 의료봉사를 가서 익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1960년대 초반도 안되는 수준의 의료현실입니다. 거기서 무슨 치료를 받을까 싶었죠. 들어보니 중국과 국경이 인접한 지역에서 숙소를 정하고 베트남 전통 맛사지로 치료를 하고, 의사는 중국의 중의사의 '앞선(?) 중의학'으로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한약과 기치료를 중국한의사에게 받으며 베트남 전통 맛사지를 받는다고 합니다. 초기 갑상선암이라는데 수술도 필요없다고 들었답니다.
 
이미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 제가 뭐라고 이야기해도 믿어줄 것 같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그래 치료 잘 받으시고 회복하시길 바란다'하고 말았습니다.
 

갑상선 암 수술 환자, 목주름 정도의 흉터가 남을 뿐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다. from flickr
갑상선 암 수술 환자, 목주름 정도의 흉터가 남을 뿐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다. from flickr

여기서 잠깐 갑상선암에 대해 알아볼까요?
 
갑상선암은 몇년전부터 암보험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말이 암이지 도대체 죽는 사람이 없거든요. 치료비도 얼마 들지 않고요.
 
보통 갑상선암 1기 환자의 완치율은 98% 이상이며, 재발하거나 전이된 암도 요오등방사선치료로 어렵지 않게 치료가 가능합니다. 갑상선조직이 먹이로 하는 요오드에다 방사선물질(폭탄)을 달아서 먹이면, 알아서 갑상선암에 달라 붙어 별다른 증상도 없이 암을 없애버리거든요.
 
현재 갑상선암의 화두는 수술을 5cm 피부에 흉을 만드냐, 아니면 내시경으로 수술하는냐, 아예 내시경흉터도 없도록 겨드랑이로 내시경을 넣어 목에 있는 갑상선을 제거하느냐 이런 이야기가 관심사입니다.
 
다른 모든 질병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갑상선암을 가지고 중의학이나 대체의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달에 우주기지를 만들어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저 멀리 고립되어 사는 외딴 섬나라 주민들이 '달나라에 계수나무와 토끼 한마리'를 믿으며, 닭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달 토끼를 잡아먹는 계획을 짜는 꼴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멕시코에 가서 수술 없이 위암말기를 완치시킨다는 곳을 찾은 (고)장진영씨가 생각났습니다.  한국에서도 뜸에 지나치게 의지하더니 마지막까지 찾은 것이 보편적인 의학/과학이 아닌, 저기 구석에 있는 사이비의료였다니... 마음이 약해지는 암 말기 환자들을 이용한 상술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의료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관련기사:故장진영 남편 김영균씨 '멕스코 간게 사망원인 됐다" 눈물)
 
이미 고인이 된 사람(장진영)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아 함구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해 이미지 장사를 하는 김남수와 이상호 기자의 행태를 보고 계속 조용히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언론에서 이를 파헤쳐줄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지 않는다면 저라도 저들의 드러난 거짓말에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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