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 있어 깨끗한 피부는 미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피부의 중요성은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습니다. 체내의 조직과 수분을 보호하고 외부의 기온과 접촉, 압력 등의 감각을 수용해 부상을 방지하며, 체온을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기관입니다.
또한 피부는 신체의 기관 중 가장 잘 보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과거로부터 내부 장기에 영향을 주는 전신 질환을 진단하는 창이였습니다. 지금도 의사들의 신체검사 중 피부를 관찰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이고 필수적입니다. 피부 증상을 통해 전신 질환을 가늠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비싼 검사를 피하게 해주며 정확한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피부는 위생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손과 얼굴 등의 피부는 외부에 노출된 곳이다 보니 많은 물건과 접촉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가 손과 얼굴 등 노출된 피부에 붙어있게 됩니다. 때문에 음식을 만지는 요리사,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은 손씻기가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고 그 외 모든 사람들도 건강을 위해 손씻기를 잘 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유행한 신종플루의 감염 차단을 위해 손씻기를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인플루엔자와 같은 호흡기 질환도 감염자의 기침 등을 통해 미세한 에어졸 형태로 몸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 에어졸이 직접 타인의 얼굴로 튈 수도 있지만, 공용으로 사용하는 책상 문걸이 등에 뭍었을 경우 이를 다시 손으로 만졌다가 얼굴로 바이러스를 옮겨 감염을 유발 시 킬 수 있다는 이유로 손씻기를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손에는 얼마나 많은 세균이 있을까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경우 특별히 더러운 것을 만지지 않으니 손이 깨끗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은 키보드, 책상, 문고리 등에 아주 많이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화장실을 이용한 직후 손의 세균 총 수가 3배가까이 늘어났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문, 변기, 레버, 휴지 걸이 등에 많은 세균이 있다는 것이죠.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런 세균과 바이러스가 비누 등 세정제를 활용해 제대로 손을 씻을 경우 대부분이 제거된다는 것입니다. 손씻기 방법에 대해서는 방송을 통해서 자주 접하셔서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WHO의 권장 손씻기 방법은 40~60초간 비누칠을 해 손금과 손끝 등 선이 파인 곳을 꼼꼼히 씻는 것입니다. 이렇게 손을 씻는다고 해서 세균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상당한 양을 제거함으로써 감염의 확률을 낮춰주는 효과가 매우 큽니다.
이번 신종플루로 손씻기를 열심히 하면서 생긴 변화가 있습니다. 유행성 각결막염, 일명 아폴로 눈병의 발병률이 낮아진 것입니다. 손씻는 것과 눈병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이제 짐작을 하실 겁니다. 눈에 나타나는 질병이지만 결국 감염에는 손의 피부에 붙어있는 세균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올해 신종플루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손씻기를 열심히 하다 보니 같은 기간 유행성 결막염 발생 건수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결막염 (flickr)
사람의 손을 통해 전파되는 질병은 아주 많습니다. 최근 늘고 있는 A형 간염도 환자의 대변을 통해 가족 또는 친지에게 전염되는 질병입니다. 과거에 비해 위생 상태가 좋아졌음에도 증가하는 것이 의아하게 생각되실 수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과거에는 위생이 좋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A형 간염을 가볍게 겪고 넘어갔으나 현대인들은 그렇지 않아 항체가 없어 감염이 늘고 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기생충 질환이 손 등의 위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손이 아닌 발에 흔한 질병도 있습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좀이 대표적입니다. 무좀은 진균, 쉽게 말해 곰팡이균이 피부감염을 일으킨 것입니다. 경미한 경우에는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항진균 크림제로 치료되기도 하지만, 손톱과 발톱의 변형을 유발한 경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해야 완치될 수 있습니다. 치료 후에는 과거에 신던 양말과 신발을 교체해주는 것이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생적인 관점을 떠나서도 피부는 질병 발생에 중요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피부가 온 몸을 덮고 있다 보니 피부를 통해 직접 감염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가을철에 유행하는 렙토스피라증이나 쯔쯔가무시와 같은 발열성 질환도 피부를 통해 세균이 몸에 들어오는 질병입니다. 추석을 전후로 해서 성묘와 같은 야외활동이나 추수활동을 할 때 많이 발생하는데 예방은 풀밭에서 피부 노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감염되고 나서도 몸살 감기로 오인하기 쉬워 놓치기도 쉽습니다. 쯔쯔가무시의 경우에는 피부 어딘가에는 벼룩이 물었던 자리가 가피가 형성되어 찾을 수 있지만 그 위치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기 쉽습니다.
그 외에도 홍역과 같이 전신질환이지만 피부 발진이 가장 눈에 띄는 질환도 있습니다. 다행히 예방접종이 보편화 되면서 발생률이 매우 낮아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홍역을 앓지 않고, 접종을 하지 않은 어른들의 홍역 발생 소식은 해마다 뉴스로 나옵니다.

피부염
이런 세균성, 바이러스성 질환 이외에도 피부를 접촉해서 생기는 질병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접촉성 피부염입니다. 접촉피부염이란 외부물질과의 접촉에 의해 발생하는 피부 염증을 말하며 일종의 습진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병의 원인이 외부물질의 접촉이다 보니 원인물질을 밝혀내기만 하면 그 물질을 멀리하게 해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악세서리 종류의 닉켈로 인한 접촉성피부염도 흔하고 때로는 고무장갑을 통해 피부염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몸에 좋다는 이유로 요리에 넣는 옻나무 역시 접촉피부염을 유발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렇듯 피부는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때 그 사실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를 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피부를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옮기기도 하고, 이렇게 옮겨진 세균과 바이러스가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독감이나 감기와 같은 호흡기 감염 또는 눈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 할 수 있습니다. 피부에 관심을 가지고 이상 발생 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훌륭한 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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