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애 낳는 기계야?"
 
딸을 출산하고 온 산모가 자궁으 수축되지 않아 출혈이 지속되어 즉시 자궁적출을 하지 않으면 죽는 상황인데, 2대 독자인 남편과 시어머니가 다음에 아들을 낳아야해서 자궁적출을 반대하는 장면에서 극중 서혜영(장서희 분)이 나서서 던진 한마디입니다.
 
" 지금 부인은 자궁젤제를 해도 생존할 확률이 50% 이하, 더구나 보호자분이 동의서에 사인 안하는 바람에 시간은 지체되고 출혈은 계속되고 있으니 20%미만이다”
 “난 환자를 살려야겠으니 살린 후에 이혼을 하든지 대리모를 구하든지 해라”
 “어차피 자궁절제안하면 출혈과다로 사망인데 아들 못 낳는 것은 마찬가지고 그럼 고민할 필요 없이 새장가 들면 되지 않냐”

산부인과 의사인 장서희는 이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이미지 캡춰 (c) SBS


자궁수축부전(uterine atony)상황인데 자연분만 후 자궁이 자기 힘으로 작게 오그라 들어야하는데 그렇지 않고 아이가 있을 때처럼 크게 부풀려 있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출혈이 계속되는 아주 위험한 상태지요.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자궁수축부전이 생길지 안생길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빨리 개복하여 자궁을 적출하지 않으면 그냥 사망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옛날에 집에 그냥 애 낳다가 얼마나 많은 산모들이 죽었을지...... 지금도 출산 후 예기치 않게 자궁수축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전공의 때도 응급실 당직을 서다 보면 동네 산부인과 의원에서 출산 후 자궁수축부전에 의한 출혈로 구급차를 타고 오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응급 수술을 하여 사는 경우도 많지만 도착 당시 이미 사망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사망하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제게 기억이 남는 몇가지 경우는 첫 째, 자궁수축부전으로 계속 출혈이 있는데 보호자로 남편만 있는 상황이었죠. 응급수술을 안하면 100% 사망하는 경우를 산부인과 선생님이 설명하는데 망설이다가 시간을 보내더군요. 그러다 부인이 혈압 떨어지고 의식 잃고 하니, 그때서야 수술을 동의해서 수술을 들어가 간신히 살았죠. 산부인과 선생님들 이야기로는 저렇게 기다리다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둘 째, 개인 산부인과 의원에서 출산하고 자궁수축부전으로 출혈이 너무 심해서 혈압이 빵(0)으로 응급실에 온 30대 중반의 여자였는데, 지나가다 도와달라고 해서 제가 중심정맥 4개를 후다닥 잡아 줬지요. 적혈구만 49병을 수혈하고 수술하여 살렸는데... 나중에 개인 산부인과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더군요. 음... 저에게 소송 안건 것을 고마워해야할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 개인병원에서 잘못한 것은 없었는데, 아쉽더군요. -이런 것이 [무과실 의료사고]인데,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하여 국가나 기금에서 개인에게 보상해주지, 한국처럼 '개인 vs 병원'으로 해결하라고 방치하지는 않는답니다.
 
셋 째, 몇년전 어떤 질환이 있어서 내과를 다니는 40대 중반의 여자환자였는데 남편이 꼭 아이를 낳아야한다고 고집을 피웠는데... 문제는 이 여자의 질환이 임신을 했을 때 목숨이 위험한 상태였다는 것이죠. 딸만 있는 남자에게 늦게 재혼한 여자에게 생긴 압박인데 결국 내과선생님 말류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하고 간신히 9달을 끌었고 출산을 했죠. 그런데 출산 직후 이 여자의 기존 질환 때문에 급성 범혈구응고장애가 와서 자궁에서 계속 출혈이 되었고, 수술을 해서 자궁을 적출해도 계속 피가 나서 사망했지요.

그런데 남편이 산부인과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5년 이상 다닌 내과선생님께도 난리를 피더군요. 두 선생님 모두 난감함을 넘어 서운해하시는 것을 지켜보았죠.
 
어제 방영했다는 '산부인과'의 내용을 보고 든 생각은 위의 세번째 사망한 산모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시대에도 저런 일은 '산부인과'에서 얼마든지 벌어지는 일이랍니다. 아내는 내 자식을 낳기 위한 또는 우리집 대를 잇기 위한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씁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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