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변을 보면 약을 좋아하고 의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어떤 병을 고치기 위해서 생활습관이나 식이를 조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약만 있으면 모든 것이 고쳐질 수 있다고 믿는 마치 마법사가 마법의 가루로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약에 환상을 가진 분들도 계십니다. 당장 저부터가 운동도 잘 안하고, 육류섭취 많이 하면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 몸에 좋다는 걸 찾아 헤메니까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몸에 좋은 약을 찾는 것 처럼 저에게 어떤 치약이 좋냐고 묻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마치, 좋은 치약을 쓰면 충치나 풍치가 하나도 생기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고 묻는 분들도 간혹 계시구요. 오늘은 이런 질문에 대해 답해볼까 합니다.
꼭 알아야할 치약의 역할
치약은 설거지할 때 세제가 하는 역할과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일종의 세제라는 것이죠. 치아 표면에서 플라그를 떼어내기 위해 거품을 내고 거칠거칠한 입자를 제공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설거지를 할 때 세제만 적당히 바른다고 깨끗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찌들어있는 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 부분을 정확하게 보고 열심히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칫솔질을 할 때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세제(치약)를 적당히 입 속에 칫솔로 휘휘 저어주고 대충 마무리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설거지와 마찬가지로 구석구석의 때를 꼼꼼하게 닦아내야 합니다. 단 세게 닦는 것이 무좋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치아에서는 다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치약은 세제입니다. 칫솔로 꼼꼼히, 부드럽게 닦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치약을 고르는 방법은?
따라서 저는 네가지 그룹으로 나누어서 치약 사용을 설명합니다.
1) 이가 시리거나 잇몸병이 심한 분들: 연마제가 적게 들어있는 치약을 선택합니다. 특히, 이가 시린 분들은 센소다인이라는 치약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2) 충치가 많거나 충치가 생기기 쉬운 어린이들: 불소 함유량을 꼭 확인합니다. 시중에서 불소 강화 치약이나 어린이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미백을 하고 있거나 노란 치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분: 미백치약을 사용합니다. 미백치약은 연마제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치아 표면에 착색을 보다 잘 제거합니다.
4) 특별한 문제가 없는 대부분의 경우: 비싸지 않으면서 본인의 입맛에 맞는 치약을 사용합니다.
그밖의 고려사항
최근 인터넷의 뉴스기사나 블로그에서 계면활성제에 대한 유해성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계면활성제는 치약에서 거품을 내서 치아 표면의 부착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계면활성제의 위해성에 대한 기사의 글 중 화학성분이라 몸에 좋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은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라고 보구요 (치약에서 화학성분 아닌 게 뭐가 있을까요) 의학 논문을 검색해본 결과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연구들이 조금 있지만 매우 산발적으로 혹은 한 연구자만이 관심을 보인 연구주제로 연구방법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즉, 특정한 계면활성제에 민감한 경우가 아니라면 계면활성제의 포함 여부를 관찰하실 필요는 거의 없습니다. 혹여 아프타성 궤양이 잘 생기거나, 편평태선 등의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 분들에서는 계면활성제 불포함 치약을 사용하는 게 좋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결론을 내립니다.
혹시 구취가 심한 분이라면, 계면활성제 없는 치약은 혀를 닦아내는 데 큰 도움을 주기 힘듭니다.
해외의 치과의사협회들은 치약의 선택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칫솔을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정확하고 꼼꼼하게 칫솔질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죠. 즉, 치약보다 칫솔이 중요하고, 칫솔 자체보다 칫솔질 행위 자체(꼼꼼하게 칫솔질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치약의 올바른 사용방법은?
간혹 치약을 사용할 때 칫솔에 물은 바르는 것이 좋은지 좋지 않은지 치약은 조금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에 대해 설명한 글들을 가끔 봅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 입 속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들입니다.
즉, 칫솔질을 할 때는 어떤 치약을 얼만큼 사용할지는 거의 중요하지 않으며 칫솔질을 꼼꼼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단, 충치가 많은 사람에서는 치약을 너무 적지 않게 사용하고 칫솔질 후 입을 가볍게만 헹구는 것이 좋으며 이가 시리거나 잇몸병이 심한 분들은 치약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이 좋지는 않습니다.
치약은 단지 세제일 뿐입니다. 치약이 약으로써 하는 역할은 불소를 공급하는 것 뿐입니다. 어떤 치약을 쓸지 고민할 시간에 거울을 보면서 구석구석 깨끗히 닦고 있는지 확인하시는 것이 입 속 건강에 훨씬 큰 도움을 드릴 것입니다.
Periodon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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