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7.24 월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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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암에 걸렸냐고 묻는 환자들을 보면서
환자분에게 처음으로 암이라는 사실을 알릴 때면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린 거죠?”
의사가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으면, 그 다음에는 보통 이런 말이 돌아온다.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다고… 나는 술담배를 전혀 안하는데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세상을 살다 보면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보호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가 그런 울타리 역할을 해준다. 어렸을 때 기억을 더듬어 보더라도, 놀다가 넘어져서 아플 때 앙 하고 울면 부모가 나타나서 약을 발라주었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울 때에도 “우리 아빠는 경찰이다”를 외치는 친구가 이기지 않았던가. 그러다가 성인이 되고 나면 어릴 때 나를 보호해주던 존재는 오히려 내가 보호해 주어야 하는 존재로 바뀌고, 나를 보호해주는 강력한 존재에 대한 갈망은 종교로 귀착되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나에게는 이런 큰 병이 절대로 일어날 리가 없어” 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데, 이는 나야말로 절대자에게 가장 보호받는 아이일 것이라는 유아기의 믿음과 같다1). 즉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줄 부모가 있듯이 강력한 절대자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암이라는 사실을 처음 접하고 나서는 그런 믿음이 먼저 작동하게 된다. 그 후, 암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다가 그 후에는 담배를 피웠다던가 술을 많이 마셨다던가 하는 데에서 암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고, 그것도 잘 안되면 마음 속에 있던 다른 죄책감을 찾아 헤매이게 된다. 그러다가 자기가 생각하기에 가장 적절한 잘못을 찾아내게 되면, 내가 그것 때문에 암에 걸렸구나 하고 생각하며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1) 주변을 둘러보면, 암환자는 세상에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매년 10만명의 새로운 암환자가 생기고 있고, 평생동안 살다보면 3~4명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 나는 10만명이나 되는 암을 새로 진단 받은 사람 중 한명일 뿐이고 1/3~1/4의 확률 속에 들었을 뿐이다.

암에 걸린 원인을 다 찾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며, 또한 그런다고 해서 의미 있는 일도 아니다. 치료법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암에 있어서는 우리가 무슨 잘못을 해서 병에 걸린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찾을 수도 없는 원인을 찾는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보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치료 받는 것이 더 중요한 노릇아닐까…

간혹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린거냐며 원망과 죄책감에 사로잡힌 환자분들을 볼 때마다, 가뜩이나 힘든 암치료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마음의 부담은 덜고 치료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원래 그렇게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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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다 김혜남 저 p17

김범석  bhumsuk@medi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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