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웃 블로거분의 아버지께서 은물제조기를 구입하신 뒤 자녀분에게도 권하신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읽다가 '대체 은물제조기가 뭐지?'란 생각에 검색을 해봤다. 설마 은이온이 들어있는 용액을 만드는 기계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은이온 용액을 만드는 기계였다. 은물제조기 설명서에는 1회 500cc 은이온수를 제조하며 4개의 은봉으로 구성되있다고 되있었다.

'아이고 아버지!'

비록 내 아버지는 아니지만, 내 돈이든 남의 돈이든 저렇게 생돈을 쓰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구글 검색에 잡힌 은물제조기 업체 중 하나를 들어가 봤더니 은물의 효과는 '살균효과'라고 한다. 살균... 그냥 끓여드시면 된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혈당과 혈압, 관절염, 비염 등 각종 질병에 탁월한 도움을'이란 문구도 있다. 이런 이야기는 함부로 믿어서도 안되고 함부로 해서도 안된다. '은물제조기 - 음용적합인증' 이란 대목도 눈에 띈다. 이 이야기를 보니 다행히 은이온 농도가 무지막지하게 낮은 것 같다. 은이온이 많으면 음용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음이온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으니 음용적합인증을 받은 것이 아니겠나.


은물제조기를 보고 한숨을 쉬던 중 파동치료기를 발견했다. 국내 유명 한방병원에서도 하고 있다는데, 파동 에너지를 시중에 파는 음료수에다 집어넣고 환자에게 주기도 하는 모양. 검사 비용만 20-30만원 한다는데 ... (아래 이미지 참조)



<파동치료기 관련 정보 웹페이지 캡춰>

우주전함 야마토의 파동포에 비하면 몹시 보잘 것 없다마는... 파동치료... 과연 효과 있을까? 이를 옹호하는 한의사의 글을 보자.

"약 제조는 상당 부분 『동의보감』에 적혀 있는 내용에 따른다. 그리고 외국에서 면역제제로 효능이 높다고 알려진 AHCC와 상어연골, 각종
비타민이 함유된 약제도 적극 활용한다. 이른바 각종 약제를 혼합해 사용하는 칵테일요법으로 보인다. (중략)
『실제로 인삼에서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가 인삼을 쓰는 것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화학적
성분을 필요로 해서라기보다 천연약물마다의 독특한 생명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서 인삼으로 고혈압 환자를 치료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효과를 보고 어떤 환자는 뒷머리가
뻑뻑하다고 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이것은 인삼의 성분인 사포닌 때문이 아니라 개인마다의 에너지장의 차이
때문입니다. 이처럼 모든 약물은 어떤 물질적인 단계를 거쳐 분해되어 가면서, 흡수와 소화의 기전을 거쳐 실질적으로 원자핵내의 어떤 소립자
레벨에서 변동을 줄 수 있는 단계에 들어가면 파동 또는 에너지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것은 침의 원리와 같으며 동양의학의 치료원리이기도
합니다. 』" (중략)

인삼으로 고혈압 환자를 치료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효과를 보고 어떤 환자는 뒷머리가 뻑뻑하다고 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단순히 이것만으로는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이중맹검 시험에서 인삼이 플라시보에 비해 통계학적으로 볼 때 더 낫지 않다면, 인삼은 고혈압치료에 효과가 없다고
해야 하는 것이 이성적이다. 그런데 이게 "개인마다의 에너지장의 차이 때문" 으로 나가면
몹시 곤란한 비약적인 상황이 된다. 아마 식약청 관계자들도 곤란하다고 할 걸?

위에 나온 논리는 비약적으로 약을 적용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 동의보감에 가령 인삼은 고혈압에 좋다 라고
나온다.
2) 고혈압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인삼을 준다.
3-1) 효과가 있으면 동의보감이 옳기 때문
3-2)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 체질 탓


플라시보를 줘도 일부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이중맹검  시험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상식인이라면 인삼이 효과가 있었던 케이스는 운이 좋았거나/우연의 일치거나/플라시보 효과라고 보게 되는데
비상식인들은 3-1 과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동의보감이 저 비상식인들에게는 일종의 경전이기 때문으로,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동의보감 무오론" 이라고 부른다.

현대의학에서도 사람마다 유전자가 다르고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일대일 맞춤약을 만든다는 컨셉은 있다. 그러나 이것과 저런 체질론과는 겉으로 보기에 비슷해보여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일대일 맞춤약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고 체질론이나 파동론은 과학적이라고 하기 힘들다.

저런 기계가 황당해도 법규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면
공무원들로서는 허가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 편집자 주 : 일부 거친(?) 표현이 있어 약간의 편집을 했습니다. 원문을 읽으실 분은
 http://mogibul.egloos.com/4340613 및 http://mogibul.egloos.com/4340202 을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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