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신종플루 덕분에 마스크 쓰고 진료한지 4달 째가 되었다. 처음엔 갑갑하고 큰소리로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리고, 환자분들이 진료실 들어올 때 약간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이제 점점 익숙해져서 안 쓰면 더 불편하다. 환자분들도 마스크 착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신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스크 착용하고 진료하는 것의 나름 장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1. 감염 예방. 이거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2. 악취 차단. 확실히 냄새를 덜 맡는다. 가끔 노숙자나 수산업에 종사하시는 분이 오시는 경우 일단 역겨운 냄새가 덜 나고, 냄새를 덜 의식하니까 표정을 밝게 유지할 수 있다. 참, 환자분은 내 표정을 볼 수가 없겠군...

3. 담배냄새 쩔은 중학생 진료 시에도 덜 흥분하게 된다. 뭐 예전에도 속으로만 흥분했지, 요즘 애들 무서워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4.  간식 살짝 먹고 나서도 입 냄새 걱정 끝

5. 무엇보다도 면도를 안해도 된다. 수 주 지나면 박찬호 수염에 도달할 수있다. 이 경우 출퇴근 시에도 마스크 필수다. 여자의 경우 입술화장 생략…

6. 연일 동창회라 술로 목욕을 해도 얼굴색과 술 냄새가 일부 가려진다. 특히 전날 막소주(막걸리 + 소주) 마신 경우 화생방 훈련하듯 철통 같은 경계가 필요하다.

7. 표정을 은폐할 수 있다. 항상 미소을 띠려고 하지만 어떤 환자나 보호자의 경우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게 한다. 그럴때 눈웃음만 짓고 입은 화난표정을 지울 수 있다.

8. 몸이 안좋은 것을 숨길 수 있다. 예전에 진료 중 요로 결석 통증이 온 적 있었다. 그날 따라 대기환자는 왜이리 많은지. 환자 보는 내내 말은 제대로 못하고 아주 권위적이고 불친절하고 얼굴엔 짜증이 가득한 의사 되어 20분을 견뎠다. 그리고, 응급실로 바로 갔다.

9. 마스크 쓰고 진료하면 질문이 줄어든다. 좋은 방향은 아니지만 아마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되어 그럴 것이다.

마스크를 하루 종일 쓰다 보면 내 입 냄새가 배어 꼬리(?)한 냄새가 난다. 그제서야 마스크 교체하면서 죄송스럽다… 그 동안 내 입안 향기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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