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코엑스에서 있었던 IT 융합 의료기기 기술과 의료서비스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입니다. 오전 세션 마지막이었던 탓에 시간에 쫓겨 발표하게 되었는데요, 혹시 필요하신 분이 있으실까 싶어서 자료 공유를 합니다.

소셜미디어와 의료환경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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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들이 이제 위기관리와 기업 PR에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소비자의 생각을 읽고 소통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의료 환경 역시 소셜미디어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의료 소비자들 간에 정보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과거에는 아주 제한된 경험만이 공유되었지만, 이제는 내 경험을 아주 쉽게 공유하게 된 것이죠. 인터넷에 수많은 환우회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생겼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환우회가 생길만한 특정 질환이 아니더라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정보를 대중적인 인터넷 도구를 통해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형 수술을 어디가 잘하냐는 평이한 질병부터, 내가 병원에서 이런 진단을 받았는데 맞는 진단인지 확인하는 문의, 어느 의사가 친절하냐는 이야기까지 웹을 통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자가 증가하고 의료 정보가 대량으로 생산 유통되면서 과거에 비해 의사와 환자의 정보 불균형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아직 현실은 일부 상업적인 정보로 치우침이 있는 상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편중 현상은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의사와 환자 커뮤니케이션이 꼭 진료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상황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가족 중에 의사 한명은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이젠 아주 자연스럽게 의사 블로그와 의사 트위터와 친구를 하게 됩니다. 이들을 통해 의료 정보뿐 아니라 가벼운 상담도 가능해졌고, 또 베일에 쌓여있던 의료계 내부 소식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흘러나오게 되었습니다. 환자가 의사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의사는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을 때에 어떻게 생활하고 사는지도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편적인 웹 2.0 도구라고 불리는 블로그와 팟케스트, 유튜브, 트위터만 가지고도 이런 변화는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도구가 해결하지 못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정보의 편중, 정보의 사실 관계, 정형화 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간접 경험을 통계적, 객관적 정보로 습득하기 어려운 점들, 경험을 사칭한 광고 범람 등이 현재의 문제점입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인터넷으로 시작된 정보 제작, 유통의 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이 방향으로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걱정하는 단점들을 극복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여러 연구에서 환자들이 의료와 의학에 대해 이해가 높아질수록 치료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치료 순응도가 좋아진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의료를 소비하는데 있어 과거 전문가의 권유에 의해 결정하던 부분도 많은 부분에서는 환자의 선택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의료 분쟁 및 비급여 진료 등으로 인해 정보가 부족한 환자에게 떠넘기는 선택이 많아졌습니다만, 앞으로는 더 적극적인 선택권을 소비자가 요구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죠.

이런 변화의 조짐은 일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Patient like me와 같은 특정 질환 환우회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생활 습관과 약물, 식생활을 모니터링하고 의미 있는 증상의 변화를 찾고 있습니다. 사이트가 만들어 질 때부터 통계적 의미를 찾기 쉽도록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환자들은 자기 자신의 정보만 충실히 입력하면 나와 비슷한 환자들의 정보들을 통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 중심의 사이트에서 의학연구 자료가 나오고 제약 산업에서 필요한 정보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의학 저널과 주기적인 학회 및 교육 세미나를 통해 지식을 업데이트 해왔지만, 그 방법이 과연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시작된 것이죠.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희귀 질환의 증례가 아닌 평범한 환자의 증례를 소개하고 교육시키는 의학 전문 블로그가 만들어 졌고 (Clinical case and image) 임상 의사가 꼭 봐야하는 임상연구만 추려서 알려주는 사이트들도 많아졌습니다. 나와 같은 진료 과목을 가진 사람들 간에 정보 공유를 위한 소셜네트웍서비스 (Sermo)도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보에 빨라지는 환자에 발 맞춰 의사들의 정보 습득 및 공유도 web 2.0 시대에 맞게 변화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과거의 모든 습관이나 방법이 잘못되었다거나 폐기 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이런 변화가 갑자기 우리 곁에 올 것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서서히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변할 테지만 아마도 10년 후에 돌아보면 상당한 변화가 만들어지리라 믿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의료 서비스 제공자나, 소비자나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나 분명한 이해와 철학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닐까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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