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진단은 진단 교과서나, 학회등의 진단 기준(criteria), 가이드라인 (guide line)을 따라 이뤄집니다. 하지만 실제 인체의 병은 종이에 적힌 여러 기준과는 달리 흑. 백으로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사실 모호한 경우도 있으며 경험이 많은 의사라고 하더라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해 학문적인 연구와 토론은 계속 되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학적으로 모호한 경우인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진단에 대해 다시 확인을 하기 위해 검사 결과를 들고 다시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가 이차적인 자문(second opinion)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부릅니다.


이차적 자문 (Second opinion)과 의료 쇼핑 (Hospital shopping), 전문가 자문 (Expert opinion)은 용어의 정의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의료 쇼핑의 경우 진단의 모호함이나 정확도를 위해 가기 보다는 만성적인 질환에 대해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찾기 위해 여러 의료기관에 가는 경우 입니다. 만성 전립선염이나 퇴행성 관절염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종종 이런 의료 이용 행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전문가 자문이란 용어의 뜻은 말 그대로 전문가의 견해를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1차 진료기관에서 감당할 수 없는 큰 질환이나 또는 임상적으로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진단이 불가능하거나 전문의를 만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 될 때 '큰 병원 가보세요' 란 말을 합니다. 이 것은 전문가의 견해를 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지요. 해당 질병의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세부 전공을 한 전문가에게 전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차적 자문는 전문의가 진단을 내렸을 때 그 진단을 명확히 하기 위해 또는 치료 방법에 대해 다른 방법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전문의를 찾아 견해를 듣는 것입니다. 암으로 진단 받았고 치료 방법에 대해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등의 옵션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다른 의료기관의 전문의에게 다시 자문을 얻는 것이 이차적 자문입니다.


어느 의료기관에 가더라도 같은 치료와 효과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의료 쇼핑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양해야 하지만 이런 이차적 자문은 경우가 다르고 때로는 필요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본다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자'는 심정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무리 큰 병원의 교수님의 진료라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의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이런 이차적 자문이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차적 자문을 구하려는 경우도 보일 테고 실제로 의학적으로 모호한 경우기 때문에 이차적 자문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후자는 사실 매우 제한적이고 경우는 적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두가지 경우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 이차적 자문을 구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차적 자문을 위해 다른 병원에 자료를 가지고 다시 진료를 받는 것은 비용과 시간의 낭비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만, 이 이차적 자문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환자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후회로 남을 수 있고 있을 수 있고 예상되는 부작용의 원인을 주치의로 '투사(projection)'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응급을 요하거나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차적 자문을 막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이런 이차적 자문을 막거나 막지는 않더라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말해준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우 명확한 진단과 어디를 가더라도 같은 치료를 받게 된다면 시간을 낭비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모든 경우에 이차적 자문을 받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일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 이차적 자문이 필요할까요? 몇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응급상황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추후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은 해당이 되지를 않을 겁니다.


1. 매우 드물거나 진단하기 어려운 암

: 조직학적으로 진단내리기 어려운 경우 및 방사선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면 다른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이런 경우에 회의(conference)를 거쳐 자체적으로 여러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하여 결론을 내립니다. 만약 치료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면 이차적 자문을 얻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2. 매우 드문 선천성 기형

: 경우가 많지 않은 질환은 이차적 자문을 통해 선택할 옵션이 늘어날 수도 있고 견해 자체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흔한 질환이라면 치료방법 및 경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겠으나 흔지 않다면 각 전문가마다 경험적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일부 신경, 정신과적 질환

: 미국의 Baylor 의대의 소아과 교수 Sara Rizvi는 WebMD와의 인터뷰에서 6세 미만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경우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파킨슨씨 병(Parkinson's Disease)은 혈액검사 및 그외 이미지검사에서 진단되지 않기 때문에 진단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질환의 경우 질병 자체가 가지는 진단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전문가 자문 및 이차적 자문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경우에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이차적 자문은 환자가 원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자칫 의료쇼핑으로 이어져서는 안되며,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제적 손실은 둘째치고 자칫 시간을 낭비해 건강을 잃어서는 안되니까요. 발생률이 높은 암이고 검사 결과의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면 더 큰 병원으로 가는 것은 도움이 안됩니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질환의 진단과 치료 사이의 시간만 늘리는 결과를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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