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한겨레 고경태
기자님과 처음으로 만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고 기자님은 <한겨레 21>에 10년 넘게 일하다가 <씨네 21>
편집장을 지냈고, 막 한겨레 오피니언팀으로 옮겨온 상태였습니다. 그는 <유혹하는 에디터>라는 흥미로운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5월 중순에 한겨레가 개편을 하는데 거기에
칼럼을 하나 맡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조금 의외였습니다. 제가 진보적인 색깔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고 기자님께 "왜 하필 저를?"하고 물었습니다. 조직이나 개인의 위기관리에 대해 칼럼을 싣고자 하는데, 문제에 대한
지적보다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칼럼을 써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겨레가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필자와 함께 하고자 하고, 무엇보다 좀 더 재미난
글을 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칼럼의 제목을 정하는 일부터 걱정이었습니다.
원래는 "김호의 나쁜 뉴스(bad news)"라는 안을 놓고 고민했으나, 소설가 김탁환 선생님께서 "궁지(窮地) 어때요?"하고 말하시는 순간,
아, 그거 좋다...하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한겨레에서도 '김호의 궁지'에 대해 좋다는 의견을 주었고, 이것으로 가게
되었지요.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첫 칼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마감이 다가올 때 까지 마땅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 "양광모 스토리"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소셜 미디어와 자신의 전문성을 결합해 새로운 혁명을 조금씩 진행시켜나가고 있는 양광모 대표님의 이야기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연재 칼럼을 시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첫 칼럼이 제일 어렵습니다. 조금씩 피드백을 받아가며 한겨레와 잘 어울리는 또 다른 위기관리 칼럼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언제든 부탁드립니다!








항상 연재 칼럼을 시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첫 칼럼이 제일 어렵습니다. 조금씩 피드백을 받아가며 한겨레와 잘 어울리는 또 다른 위기관리 칼럼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언제든 부탁드립니다!






양광모
스토리

 


호 (더랩에이치 대표)

양광모라는
비뇨기과 전문의가 있다. 30대 중반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증가하는 건강 정보를 볼 때마다 고민에 빠졌다. 지금 ‘섹스(sex)'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5억 7천 만 건이 나오지만 ’헬스(health)'는 무려 11억 4천 만 건이 나온다. 인터넷에서 ‘야동’보다 ‘건강’이 더
실세란 말이다. 하지만 ‘많은 양’은 ‘낮은 질’의 가능성을 포함한다.

2007년 공중보건의로 일하고 있을 당시 그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잘못된 건강 정보를 고칠 방법이 뭘까를 고민했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고쳐볼까 생각해봤지만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는
결국 잘못된 정보를 ‘빼기’보다는, 옳은 정보를 ‘덧셈하는’ 솔루션을 택한다. 코리아 헬스로그(koreahealthlog.com)라는 건강
블로그를 만들었고, 뜻이 맞는 의사들을 모아 전문 분야별로 건강에 대한 바른 정보를 일반인에게 알기 쉽게 풀어주기 시작했다. 여가 시간을 쪼개
시작한 블로그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07년 말에 시작한 이 블로그는 2008년에만 4백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 지금은 1천
만명이 훌쩍 넘었다. 2009년 공중보건의를 마친 그는 병원으로 가지 않고, 아예 주식회사 헬스로그라는 벤처기업을 차렸다. 그 뜻에 공감한
필자도 몇 백 만원이긴 하지만 투자를 했다.

‘소셜 미디어는 전 세계에서 기존 권력을 당황시킨 최초의 범세계적 혁명 도구이다.’ 최근 출간된 ‘소셜 노믹스’라는 책의
추천사에 필자가 적은 첫 문장이다. 시민이나 소비자들보다 강자의 위치에 있던 정부나 기업에게 블로그나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는 골칫거리이다.
촛불시위 때처럼, 과거 서로 소통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고, 미디어를 보유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개인 미디어를 보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는 기존 권력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하지만, 스스로 ‘저질 정보의 원천’등으로 몰리기도 한다. 25일 정운찬 총리는 한 고등학교를 찾아
“인터넷 보급이 한국 문화의 수준을 상당히 떨어뜨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적으로 동감하지는 않지만, 인터넷 상에 저질 정보가 많다는
지적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의한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인터넷 보다 인쇄 매체를 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학생들에게 권했다. 총리의 이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이 인터넷 보지
않고 인쇄매체를 더 탐독할 가능성? 없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헬스로그는 얼마 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간염환자들에게 홍보를
해온 한 의료기관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고, 그 병원으로부터 명예 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결국 검찰은 헬스로그의 공익적 차원의 주장이
사실이라 판단,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으며, 오히려, 그 의료기관이 과대 광고로 의료법이나 약사법을 어긴 사실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양광모 스토리’는 우리에게 몇 가지 메시지를 준다. 첫째, 인터넷 상에는 앞으로도 부정확한 정보가 넘쳐날 것이고, 각종
루머의 온상이 될 것이다. 둘째, 이를 마치 신문에서 ‘기사 빼기’하듯, 부정확한 정보나 맘에 들지 않는 정보를 삭제하는 것은 제한적 해결책일
수 밖에 없다. 셋째, 현실적인 솔루션은 부정확한 정보를 빼는 것이 아니라 옳은 정보를 인터넷 상에서 생산하고 ‘더해가는’ 방식이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가 없었다면 ‘양광모 스토리’는 불가능했다. 그는 자신의 전문성과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활용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혁명’에는 누구나 참여하고, 나누고, 이길 수 있다. 당신의 관심분야는 무엇인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터넷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당신의 스토리를 기다리고 있다. 당신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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