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침 저녁으로 추워집니다. 이제 감기에 걸리기 쉬운 계절이라고 방송도 나오고 있습니다. 계절적으로 본다면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추운 날씨가 감기를 잘 걸리게 하는 것일까요? 감기의 원인과 빈도부터 치료까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Virus)는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많게는 100-200 가지의 원인 바이러스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리노바이러스(Rhinovirus)가 30-35%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Rhino'는 그리스어에서 '코(nose)'를 의미하는데 감기 걸렸을 때 코가 빨게지도록 코를 푼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죠?  리노바이러스 이외에도 코로나바이러스(coronanirus)도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바이러스가 전체 감기의 50-70%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년에 감기 몇 번 정도 걸리시나요? 미국 성인은 1년에 평균 2-4회 정도 감기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어린 소아의 경우 6-8회 정도 감기에 걸린다고 알려졌습니다. 처음에는 목이 아프거나(sore throat) 피로감 (malaise), 미열 (low-grade fever)이 나타나며 이런 증상이 있은 뒤 24-48시간이 지나면 코가 막히고 콧물이나며 기침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과를 보입니다.


감기는 대부분 경미하고 별다른 치료 없이도 회복되는 질병 (self-limiting disease) 입니다. 영어로는 common cold라고 하고 의학적으로는 acute viral nasopharyngitis 로 부르기도 합니다.  독감 (influenza)와는 다른 질병으로 독감 예방주사 (influenza vaccine)으로 예방되지 않는 질환이지요. 치료는 증상 완화를 주 목적으로 합니다. 더러는 폐렴(pneumonia)이나, 충농증 (sinusitis), 알러지성 비염 (allergic rhinitis), 가을철 발열성 질환등과 감별이 필요합니다. 일부 질환들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계절적으로 보면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런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납니다. 제 진료실에 방문한 환자분들을 월별로 구별해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굵은 선이 환자 추세이고 나머지 두 곡선은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입니다.




<년중 감기 환자 추이와 기온의 변화>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온과 감기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이 자료를 가지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possibility)는 되지만 증거(evidence)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요.


생리학적으로 계절이나 기온과 감기와의 상관성을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차가운 온도가 혈관 수축(vasoconstriction)을 일으키고 호흡기 점막에서 외부의 바이러에 대한 방어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던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점막의 방어력이 낮아질 가능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기로 오인할 수 있는 알러지성 질환들도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계절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고 생리적으로 계절이나 기온의 변화로 인한 방어력 저하라는 가설이 꽤 설득력 있게 보입니다만, 이를 증명한 연구는 없습니다. 젖은 머리, 젖은 옷을 입게 된다고 해서 감기에 감염되기 쉽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그 중 2005년에 직접 18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논문을 살펴보면 90명은 발을 차게 만들어 춥게 만들고 나머지 90명은 대조군으로 두었을 때 감기 걸리는 비율이 차이가 없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Acute cooling of the feet and the onset of common cold symptoms, Claire Johnson and Ronald Eccles, Familiy prctice 2005;22:608-613


또 다른 논문에서도 생리적으로 추위에서 혈관 수축으로 인해 점막등의 방어력이 낮아져 감기에 잘 걸릴 것이란 가설을 증명하려 했지만 젖은 옷등 체표면을 차갑게 하는 것이 감기를 잘 걸리게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보고 하고 있습니다.


Acute cooling of the body surface and the common cold. Ronald Eccles, Rhinology. 2002 Sep;40(3):109-14.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다고 추운 날씨와 감기가 관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젖은 머리나 젖은 옷을 입고 일부로 체험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증명을 못했다는 것 뿐이지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며 기존의 실험들도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기는 치료를 하지 않아도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질환입니다만, 대부분 약국에서 일반의약품(OTC)을 구입해서 복용하거나 병원에 찾아옵니다. 이런 치료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증상의 완화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감기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며 치료 목적이 증상의 완화일 뿐입니다. 간혹 주사가 더 잘 낫는다라고 이야기 하기도하고 어느 병원이 감기를 잘 본다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만, 실제 그렇지는 않습니다.


또한 감기에 있어 항생제 치료는 성인과 소아 모두에서 추천되지 않습니다. 간혹 마이신이 안들어 있는데 어떻게 낫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Chrane Database System Review에 따르면 항생제가 감기의 정도 및 기간을 줄이는데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는 의학적으로 상당히 강한 증거(evidence)로 감기의 1차 치료에 항생제 처방은 내성및 부작용을 고려해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감기 치료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


하지만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폐렴, 기관지염, 화농성 인후염, 충농증등에 대해서는 항생제 사용이 필요합니다. 푸른색의 콧물을 보이는 화농성 비염에 항생제 사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2007년 BMJ의 메타분석에서는 항생제 사용이 치료 기간 및 경과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Life is made up of sobs, sniffles and smiles, with sniffles predominating" (Adams 1967)


더글라스 아담스가 한 말입니다. 감기는 흔히 걸리는 질병이지만 아직도 연구가 계속되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Vitamin C와 Zinc의 복용이 감기에 걸리는 영향에 대해 메타분석 발표가 있었습니다만, 예방 효과에 대해 뚜렸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좋은 감기 예방은 외출 후 이 닦기 및 손씻기 잘하시고 충분한 수분 섭취 및 적절한 가습이 도움이 됩니다. 정서적인 스트레스(psychological stress)나 알러지 질환(allergic desease)은 감기에 쉽게 걸리게 할 수 있으니 관리가 필요하겠지요.




Source : Treatment of the Common cold, Madeline smasek, American family physician 2007
Are antibiotics effective for acute purulent rhinitis?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placebo controlled randomised trial, B Arroll, BMJ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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