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씀 드리면 임산부의 알콜 섭취는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이하게도 영국의 경우 '1~2주에 1~2잔 이하로 알콜(술)을 소비하는 것' 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보건당국의 입장이였습니다. 그러나 영국 보건당국과 의사협회는 기존의 입장에서 '완전 금주'로 입장을 변경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의학적인 논쟁이 아닌 권리에 대한 논쟁


<임산부에게 소량의 알콜 섭취도 제한하는 것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까?>



임산부 음주에 관한 의학 연구


미국이나 프랑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등 많은 나라에서 임산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음주를 어느 정도 했을 때 태아에 악영향 (기형, 정신지체, 행동장애등)이 나타나는지 명확한 기준치는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제한적이지만 알려진 사실로는 저용량의 알콜 섭취 (1-2주에 1-2잔)가 악영향을 끼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 Royal College나 영국 보건 당국, Oxford 대학의 연구들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저용량 알콜 섭취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전혀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임산부의 알콜 섭취를 금지하는 정책에 찬성하는 입장


영국내 의사들간에도 이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달 BMJ 의학저널에는 이 문제를 두고 논쟁이 있었습니다. 임산부의 음주가 영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영국내의 문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알콜 섭취가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임산부가 심각할 정도로 알콜을 섭취할 경우 잘 알려진 태아 알콜 증후군 (fetal alcohol sydrome)이나 기형, 정신 지체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산, 불임, 조산, 사산, 저체중아 출산등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알콜이 태반을 통해 태아로 유입 가능하기 때문에 알콜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물론 알콜을 어떤 패턴으로 섭취하며 얼마 만큼 섭취하는지, 그외에도 임신 단계등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정보를 실험적으로 알아내는 것은 윤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저용량의 알콜 섭취가 임산부나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인 증거는 부족하지만 그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상태이며 또한 어느 정도 알콜을 섭취했을 때 태아에게 악영향 (기형등)을 미치는지 그 수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히 저용량 알콜 섭취는 괜찮다라고 인식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저용량 알콜 섭취도 신경계 손상을 일으킨다는 동물 실험등 새로운 의학적 실험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혼란만 줄 수 있는 '저용량 알콜 섭취는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보다는 임산부들이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강력한 정책을 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술의 종류나 잔에 따라 섭취되는 알콜 정도도 정확히 규제할 수 없는 기존 가이드라인은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것이죠.



임산부의 알콜 섭취를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결정이다는 주장


Pat O'Brien 박사는 BMJ에 지나친 결정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런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 역시 저 용량의 알콜 섭취가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기존의 가이드라인 (1-2 주에 1-2잔)은 의학적 사실에 입각한 것이고 여전히 저용량 알콜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고 계속 연구해 나가야 하겠지만, 음주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임산부의 결정권이라는 주장입니다.


임산부는 완전히 금주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그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임신시 음주율이 1991년 0.9%에서 1999년 3.5%로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죠. 임산부는 금주를 해야한다고 지침을 내려봤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보장이 없으며 대부분의 여성들이 임신시 술을 가까이 하지 않고 있은데 새로운 금주 지침은 임산부로 하여금 술에 대한 공포만 증가시킨다는 주장입니다.


기존의 지침만 가지고도 대부분의 여성이 안전한 금주를 선택할 것이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구태여 각 여성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여담으로 이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Pat O'Brien 박사의 어머니는 임신했을 때 의학적 자문을 얻은 후 가끔 기네스 맥주(Guiness)를 마셨다고 하네요. 물론 이 것을 근거로 논지를 편 것은 아닙니다.



의학적인 논쟁이 아닌 권리에 대한 논쟁


이번 논쟁은 어찌 보면 의학적인 견해 차이보다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견해 차이로 생각됩니다. 두 주장 모두 이해가능합니다. 두번째 주장 역시 수용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단, 모든 여성들이 임신시 음주가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요. 만약 기존의 경고를 혼돈하거나 오해해서 음주를 하게 되었다면 각 개인의 권리를 지켜주려다가 오히려 피해를 줬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Source : Is it all right for women to drink small amounts of alcohol in pregnancy? Yes : Pat O'Brien, No :Vivienne Nathanson, BMJ,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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