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기보강 가공식품이 식약청에 적발되었다. 이 업자는 발기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면서 온라인에서 5알에 10만원씩 판매를 해왔는데 여기에 발기부전치료제인 씨알리스 성분(타달라필)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제품 1g당 타달라필 14mg이 들어있었다는데, 따져보니 정품 씨알리스보다 비싼 값에 판매한 것이다. 가짜 발기부전제 판매 문자 홍보나 이메일 홍보가 범람하는 시대니 발기부전제를 가공식품에 섞어 넣은 사건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불과 며칠전에 적발된 사건이다. 스테로이드 성분인 덱사메타손을 관절에 특효를 보이는 가공식품으로 속여 판매한 일당들이 적발되었다. 최근 행사장에서 '떳다방'으로 통하는 일당들이 껌통만한 크기에 캡슐을 담아 판매한 것이다. 덱사메타손은 처음 복용할 경우 입맛도 돌고, 통증,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이긴 한다. 때문에 만병통 치약처럼 보이지만 내분비 교란으로 발생하는 쿠싱증후군, 위궤양, 골다공증, 뼈의 무균성 괴사를 초래하는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해야하는 약물이다. 이런 전문의약품을 빼돌려 캡슐 형태의 가공품으로 만들어 전국 행사장에서 판매한 것이다. 이들이 유통한 '티라민A', '원플러스'라는 이름의 제품은 작은 껌통 크기로 4통에 16만원으로 판매되었다. 덱사메타손이 전문의약품이긴 하지만 1알에 10원도 채 안하는 약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조되지 않지만 인터넷과 해외 여행지에서 판매되는 각종 가공품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며 판매하는 슬리밍 커피 (살빠지는 커피), 살빠지는 차에서 비만약 치료제인 시부트라민이 검출되었고, 그 외 유사한 제품들에서는 에페드린이나 현재는 의약품으로도 사용되지 않는 페놀프탈레인, 요힘빈 등의 성분이 검출되었다. 해외 각국의 식품안전청들이 이들 제품들의 정보를 공유하고 공개적으로 퇴출 운동을 벌리고 있는 상태다.

발기부전제처럼 고가의 약물부터 한 알에 10원도 안하는 덱사메타손까지 가짜, 또는 불법의약품들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 등지에 구호 물품에 들어 있는 의약품에도 가짜약이 검출되고 있고 이로 인해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어 WHO가 가짜약과 전쟁을 선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가짜약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안전지대였던 우리나라까지 가짜약이나 불법으로 의약품이 섞인 식품이 유통된 데에는 비양심적인 업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이들이 활개를 치게 된 배경에는 가짜약물과 검증되지 않은 가공품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 조금 더 싸고 편리하게 또는 몸에 좋다고 하니 한번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이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내 건강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이 사회를 좀 먹는 비양심적인 업자들을 계속 양산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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