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의사 블로거가 진료실에서 진료를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증상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말해야한다는 취지의 꽤나 ‘상냥한’글을 포스팅 한 적이 있다. 일선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과 증상이 시작된 시점 등의 정보를 잘 알려주지만 일부의 환자는 자신이 말로 설명하는 것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믿으며 좀 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한다고 믿는다.

의학적 병력 청취의 중요성을 몰라서 일까? 원래 글이 실린 블로그에는 의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아파 죽겠는데 정확히 표현하라고? 의사가 벼슬인가?’라는 감정적인 반응부터 ‘내가 증상 말해도 제대로 들어주는 것 같지 않았다.’는 답변도 있었다.

의학적 진단에 있어 문진은 매우 중요하다. 숙련된 의사의 문진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정확한 진단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한 무당을 찾아온 표정으로 ‘내가 무슨 병인지 맞춰봐’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아쉽게도 의과대학 과정에서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지 않고 관상만으로 병을 맞추는 진단학은 배우지 않는다.

의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진료 받은 경험이나 가족이 병원을 이용한 것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 중 일부는 의사 개인의 인격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낯선 경험에서 오는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보다 의료 선진국이고 더 많은 설명을 해준다고 알려진 미국의 환자와 의사 인식 조사 결과는 이런 가정에 힘을 실어준다. 미국 내과학회지 최신호에 입원한 환자들과 해당 의사의 인식 차이를 조사했는데, 의사들의 대부분(98%)은 환자에게 약물 부작용이나 치료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충분한 상담을 했다고 말했지만 환자들은 54%만이 상담해줬다고 응답했다. 더 놀라운 것은 퇴원할 당시 환자가 진단명을 알 것이다고 예상한 의사가 77%였던 것에 비해 실제로 진단명을 아는 경우는 57%에 불과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의사는 실제로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 낮게 평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확대 해석하기는 어려운 연구였지만 응답자들을 별도로 분석해본 결과 ‘상담받은 적이 없다’, ‘진단명을 모른다’고 응답한 환자들의 경우 교육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는 정규 교육과 연관 있기 보다는 병원 이용이나 건강, 의료에 대한 이해도와 연관되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런 것을 Health literacy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제 막 먹고 살만한 수준을 벗어난 상태다 보니 의료와 건강 정보에 대한 의료 소비자에 대한 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이해를 높이지 않고 병원의 인테리어와 서비스 교육만 높인다고 만족도가 높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국민들의 Health literacy를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의사 블로거들이 애쓰고 몇몇 뜻있는 의사들이 좋은 책을 내는 것으로 Health literacy가 높아질까?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연구하고 조사하여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내 놓아야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어떻게 병원을 이용해야하는지, 응급처치와 더불어 배워야한다.

좋은 뜻으로 ‘의사와 증상을 가지고 소통하는 방법’을 썼던 그 의사 블로그는 예상치 못한 악플로 블로그를 떠났다. 건강과 의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없다면 이런 일은 앞으로도 반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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