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가 부실하거나 심지어는 의사의 관리 감독도 없는 건강검진이 지난해 4만 5천 건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 자료) 건강검진기본법이 재정되어 올 3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지금도 부실한 검진 기관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부실 검진이라고 생각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농촌지역을 순회하면서 버스로 건강검진을 하는 검진기관들이다. 이들 전부가 문제라고 하긴 어렵고 버스로 검진을 하게 된 것도 주민 편의를 위해서라는 주장이 있겠지만 다른 어떤 방식의 검진보다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이 검진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검진 주체가 대부분 ‘보건소’로 알고 있다. 실제로는 보건소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민간 업체라고 하더라도 마을 이장을 통해 해당 지역 인근 보건소 또는 보건지소 앞으로 검진 받으러 오도록 하고 있으며 버스에는 검진센터 이름은 잘 보이지 않고 ‘국민보험공단 지정’이라는 것만 커다랗게 보이고 있다.

이런 식의 검진을 하다 보니 검진 결과가 집으로 오더라도 의사를 통해 결과 해석을 듣기 위해 인근 병원이나 보건소를 다시 찾는 일이 벌어진다. 이는 분명 검진을 한 센터에서 해야 할 일이다. 때로는 검진을 했는데 검사 결과를 못 받는 경우다. 주소지를 잘못 입력했을 수도 있고 단순한 우편물 배달 사고일 수도 있지만, 검진센터 이름을 몰라서 바로 연락도 못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주민들은 보건소로 항의 전화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급하게 주민들을 동원해 다른 업체가 와서 검진하기 전에 해당 지역 주민들을 검진하기 위해 서두르다가 2년에 1번씩 받아야하는 검진을 2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진하기도 한다. 피 뽑고 엑스레이 검사까지 한 뒤에 2년이 되지 않아서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검사 결과를 통보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검사의 질 문제다.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으나 여러 정황을 볼 때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꺼번에 많은 주민을 동원해 검진을 하고 암검진은 또 다른 버스로 검진기관으로 주민을 이동시켜 검사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위내시경과 같은 검사 보다는 위장조영술로 대체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 워래 이 두 검사가 대체 가능하도록 돼 있으나, 위암조기발견에는 위내시경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농촌 주민들은 편안한 위장조영술로만 위암조기검진을 마치는 경우도 생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장 건강검진 업체들에게 보건소가 검진 공간 협조를 하지 않는 방침을 세우기도 하지만, 이들 검진 업체들은 직접 마을 속으로 들어가 주민들을 모으고 검진을 한다.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농촌 지역의 교통이 예전과 달리 매우 좋아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버스 출장 검진이 현 시점에서 필요한가 따져볼 문제다. 그나마 출장 검진이 있으니까 농촌 주민들이 검사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건강 검진의 중요성에 대한 주민 교육이 필요한 것이지 출장 검진이 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부실 검진 업체가 한해 부당 청구하는 금액이 수십억에 달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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