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에는 영화 '인셉션' 스토리가 일부 공개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즐거운 영화 감상을 위해 본문 내용을 안보시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화제작 '인셉션'입니다. 개봉 전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영화 퀄리티로, 개봉 후에도 한동안 인셉션 열풍이 일었고, 최근에는 500만을 돌파했다는 뉴스도 들리는 대작 영화입니다.


각기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축에서의 장면들이 교차되면서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도 좋고, 결국은 꿈속의 꿈을 통해 인세션에 성공하게 되는 내용도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닌 짜임새 있는 스토리여서 좋았던, 영화 끝날때까지 푹 빠져들게 볼 정도로 재미있게 웰메이드 영화였습니다.
 

저도 2주 전쯤 와이프와 직장 근처 CGV에서 봤네요. 영화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영화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나름 복잡하게 꼬여있는 스토리를 제대로 다 이해했는지 서로 확인했더랬지요. (별것도 아닌 대사를 가지고 10만원 내기했다가 져버렸다는...;;;흠흠...5만원으로 참아준 마눌님 감사..;;;)

인셉션 스토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꿈속의 꿈을 현실이라 믿기 시작한 아내 맬(마리온 꼬띠아르)를 꿈에서 깨우기 위해 꿈속에서 죽여야함에도 (영화 설정상 꿈속에서 죽으면 잠에서 깨어남)

차마 꿈에서라도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지 못해 아내에게 지금 있는 것이 꿈이고 죽으면 어난다라고 설득한 다음에, 기차길에서 함께 자살하는 장면이죠.

문제는 이렇게 코브가 주입(인셉션)한 메세지가 깨어난 뒤에도 잠재의식속에 남아있게 되어, 아내는 현실과 꿈을 혼동하여, 현실에서도 또 깨어나고자 자살을 하게 되지요. 이 것이 인셉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자, 코브에게 트라우마로 남게되는 사건이 되구요, 결과적으로 영화 스토리 전개에 기본 배경이 되게 됩니다.
 


이런 꿈을 꾸고 있는 사람에게 특정 메세지를 주입한다는 인셉션의 설정이 실제 치과에서도 신경쓰게되는 부분이란 것이 또 재미라면 재미일 듯 합니다.

요즘 치과에서 흔히 수면 마취다, 진정 마취다, 이런저런 용어로 홍보되고 있는 얕은 진정, 즉 의식하 진정법이 있습니다.

치과치료가 받기 힘들만큼 치과에 대해 공포나 부담을 갖고 있거나 안좋은 기억이 있는 환자, 또는 하루에 많은 치료를 원하는 환자, 구역질이 심하거나 마취가 잘 되지 않는 환자들이 주요 대상입니다.


소아환자에게 하는 N2O가스를 통한 진정법과는 달리 거창한 마스크를 쓸 일이 없이 대개 약을 먹거나, 주사하여 시행하게 됩니다.



미다졸람, 트리아졸람 등의 약물로 환자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을 살짝 재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환자는 알아서 숨도 쉬고, 주변에서 말하는 것에 대해 반응도 하고, 간단한 대화나 의사소통마저(!) 되지만,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약 기운이 떨어지고 진정이 풀리고 나면 그 중간의 기억이 없게 되는 것이죠.

바로 술먹고 취해서 필름 나간 상태를 생각하시면 빙고. 술에 취해서 두어시간정도가 기억도 안나는데, 주변에 확인해보면 말도 잘 했고 크게 이상한 것 없었다고, 멀쩡히 두발로 걸어가더라..라는 상태와 비슷하죠.^^



(내가 앉은 것이 유닛체어인가, 해변의 의자인가.... 기억이 안나는데 무슨 상관이리요..;;;)

더 깊이 마취되면, 호흡하는 부분이라든가, 기도 반사 등의 기능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어서, 치과에서의 의식하 진정에서는 약물의 종류와 양등의 요소들을 환자에 맞춰 조절해가면서 절대 깊은 상태가 아닌 얕은 상태로만 진정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렇게 줄타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과 숙련된 경험이 필요하겠습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의식을 거의 갖고 있기에 전신마취의 Risk가 크게 감소하며, 약물로 진정된 환자는 대체로 치과의사의 구두 지시에 아주 협조적으로 따라주기 때문에 자칫 치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자의 태도가 배제되고 치료에서의 애로사항이 많이 줄어든다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빠르고 좋은 퀄리티의 치료가 가능해지고, 전체적인 치료계획도 좀 더 적극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되지요.

환자의 입장에서는, 대략 5~10분 정도 한 것 같은 느낌으로도 장시간 치료가 가능하고, 그 시간 동안의 기억이 언뜻 나는 듯도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기억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치과치료에 대해 불쾌한 기억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라, 자고 일어나니 끝났네, 치과치료 별거 없구나...하는 마음이 들면서 다음 치과 내원도 심적인 부담이 줄게 되지요.



(꿈..이 아니라 진짜로 치료는 받은거라네..;;)

 확실히 치과에서의 의식하 진정법은, 치과에 대해 부정적인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부담없이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확실히 메리트가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이미 많이 쓰이고있고 점차 각국의 치과대학 학부 과정에서 포함하게되는(즉 기본스킬로 가르치게되는) 영역의 치료방법입니다.

다만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이란 없으니 이 의식하 진정법에는 많은 주의할 사항들이 있고, 영화 '인셉션'과 맞닿는 포인트가 바로 이 주의사항에 있습니다.

환자가 기억은 못하지만 치과의사의 지시에 협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칫 방심하고 멀쩡한 상태의 환자에게나 하는 말들을 하게되면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를테면, '아플 수 있어요.', ' 지금 좀 아플겁니다' 식의 부정적인 멘트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도로 사용되고, 환자도 미리 말해주면 각오를 하고 당해서 나은데, 기억도 없고 약에 취한 상태인 진정된 환자들에게는 어떤 리액션을 야기할지 알 수 없기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멘트로 돌려서 표현해야하죠.

이런 주의해야할 멘트 중의 하나가 바로, '숨을 잠깐 참아보세요' 입니다.

일반적인 치과 진료상황에서는 기구에서 나오는 물 때문에 코로 숨쉬도록 유도해도 여러가지 이유로 잘 안되는 경우 아예 잠깐 숨을 참도록 하고 훅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시에 너무나도 고분고분 따르게되는 진정상태에서 숨을 참도록 지시한다면??

......제법 많이 위험하겠죠. 아마 좀 많이.

이 정도 기본 주의사항은 의식하 진정법을 시행하는 치과의사라면 다 숙지하고 있는 사항이니까, 이 글을 읽는 환자분이 치과에서의 의식하진정법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다만 영화 인셉션처럼 잠재의식에 메세지를 집어넣은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의 생명마저 오락가락할 정도의 강한 부정적인 결과를 타인이 지시할 수 있고, 또 기꺼이 순순히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식하 진정법이 인셉션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 듯 하여 글을 써봅니다. ^^

글이 길어졌나요. 3줄 요약 들어갑니다.

치과에서의 의식하 진정법은 장단점이 있으니 신중히 상담 후 결정할 것.
치과의 의식하 진정법은 일부 환자에게는치과의사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화 인셉션은 정말 재미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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