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애완견 치료비와 진료 수준을 비판하는 방송을 한 바 있다. 거기에 나온 사례를 보면, 시츄 견인 ‘코코’가 다리를 절어 A동물병원을 갔더니 ‘개 홍역’이라고 진단했고 주사 2대 및 3일간 치료비용으로 60만원을 청구했다고 한다. 치료 경과가 불만족스러웠던 개 주인이 B동물병원을 갔더니 엑스레이 촬영결과 ‘디스크’라고 하며 56만원을 지불하고 신경치료(?)를 해서 나았다. 개 주인은 A동물병원이 오진해서 자신의 반려견을 고통스럽게 했고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로 분쟁 중이다.

또 다른 사례는 한 젊은 여성의 마르티스 ‘캔디’의 이야기다. 주인이 개의 심잡음을 듣고 C동물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혈액검사비용 144,000원 검사료 10,000원 처치비 5,000원, 초음파 85880원, 혈액검사 48,000원, 주사 64,000원, 기타 25,000원 등 총 비용이 30만 원가량 들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게다가 심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심장 수술을 시행했지만 실제 수술장에서 판단하기로는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다시 닫은(open & closure) 비용이 1,175,760원이었다. ‘캔디’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 여성은 D 동물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하였고 결국 심장수술에 성공했으나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이 500만원이 넘었다고 했다.

이 방송은 방송 전반에 걸쳐 동물병원의 진료비용이 굉장히 비싸고 그런 현실에 비해 모든 병원의 의료 수준이 믿고 갈만한 것 같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많은 의사들이 이 방송을 보면서 ‘와~ 개진료비가 왜 이렇게 비싼가?’ 또는 ‘사람보다 개 진료비가 더 비싸네’라고 생각했을 줄 안다. 방송에는 동물병원협회 이사가 나와 ‘사람의 경우 의료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본인 부담금이 적을 뿐’이라고 이야기 했으나 실제로는 그것을 감안해도 사람 수가(본인부담금과 보험금 전체를 합한 금액)는 개 수가(진료비) 보다 싸다.

방송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방송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동물병원의 진료수준 평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는 이야기인가?

사람의 경우는 인명을 다루고 국민의 건강과 안녕과 직결되니 정부가 나서서 병원의 질 관리를 한다. 간섭이 지나쳐서 불편함이 없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제도적으로 관리 감독을 통해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거기에 돈이 들어가더라도) 하는 것이 옳다. 이런 국가적인 노력과, 의사의 직업적 사명감이 더해져 일정 수준이 이른 것이다.

방송은 동물병원들도 그런 수준에 이르러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그러기 위해 사회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는 것인가? 사회적 합의가 될 수 있는 문제인가? 보는 내내 이 방송의 취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둘째, 동물 진료비도 사람의 경우처럼 보험 적용을 해야 할까?

사람처럼 사회보험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민간보험이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보험회사가 판단하기에 돈이 된다면 말이다. 방송 사례처럼 기꺼이 동물을 위해 큰돈을 쓰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 소수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보험이 있더라도 그 비용은 비쌀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동물병원들의 가격들도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완전히 시장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시장 만능 주의가 문제'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까 한마디 거들면, 정부가 많은 부분에 개입하고 통제하는 국가, 소위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동물들의 복지를  다룬다는 이야기, 들어보지 못했다. 엄연히 동물과 사람과의 생명의 가치를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시장에 맡겨진 애완견들의 진료비는 통상적으로 인식되는 동물들의 생명의 가치에 비해 많은 돈을 요구하지만, 그 이유는 타당하다. 대부분 그렇게까지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희귀’하고 그 희귀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서비스기 때문에 비싼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동물들의 건강도 사회에서 부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면 물론 세상이 변할 수 있다. 그때쯤엔 사람과 비교하는 일도 일어날 수도 있다. 뭐, 동물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 한 그런 세상이 쉽게 올 것 같지는 않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