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지난 새벽 애플에서 iOS 4.1과 4.2, 차세대 아이팟 터치와 아이튠즈 10, 아이팟 나노,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 렌탈 판매모델과 애플TV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지금 한창 각각의 제품이나 기능 등에 대한 분석이나 이야기들이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제 애플의 세계정복 전략의 패가 거의 다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이죠.  과연 그들의 의도대로 세상이 굴러갈 것인가?  아니면, 생각과 달리 연합군(?)의 반격이 매서워지면서 균형을 이루느냐 그것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애플의 전략과 의도,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무서운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앞으로 수년 간만 애플의 의도대로 시장이 반응한다면 정말 1984 광고를 할 때의 "Big Brother"로 성장한 애플을 우리가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자중지란에 서로의 이익만 쫓는 조각난 파트너십으로 대응한다면 그들의 전략이 현실화될 수도 있음을 강력히 경고하고자 합니다.

 

애플,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셜과 디지털 콘텐츠 마켓을 포함한 시장지배자의 자리를 노린다.

 

애플은 그동안 하드웨어에서 매출과 높은 이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마켓과 서비스 시장을 활용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아이팟을 처음 내놓고, 아이튠즈에 디지털 음반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이들의 전략은 일단 콘텐츠를 들고 있는 곳(아이팟의 경우는 소니, EMI, 유니버설 등)을 설득해서 이들에게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적절한 수익모델을 보장하면서 자기편으로 끌어들입니다.  아이팟 당시에는 MP3 공유 사이트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음반사들을 우군으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는데, 그와 함께 소비자와 음반사들 사이에 지나치게 벌어져 있는 간극 (음반사들은 CD 전체로 파는 것을 고집, 소비자들은 MP3 다운로드)을 디지털 싱글을 간편하게 한 곡 단위로 판매하는 타협안을 제시함으로써 훌륭한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승승장구를 시작합니다.

 

아이폰을 개발하면서는 아이튠즈라는 훌륭한 중앙시장에 소프트웨어 유통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합니다.  이제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많들어낸 프로그램을 콘텐츠로 하여 가장 활발한 마켓 플레이스로 아이튠즈를 재정립합니다.  이것이 바로 앱스토어 입니다.  아이패드는 어떤가요?  디지털 콘텐츠 마켓플레이스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아이북스를 앞세우면서 전자책과 동시에 콘텐츠 앱이라는 새로운 쟝르를 활성화시키면서 수많은 잡지사, 출판사와 미디어 그룹, 방송사 등을 자신의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화려하게 개인용 멀티미디어 콘텐츠 소비 시장을 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애플TV를 소개하면서 새로운 비디오 스트리밍 마켓을 열었고, 이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기 좋도록 아이튠즈 10을 업그레이드 하였습니다.  단돈 $99 달러에 애플TV를 사면 다양한 커넥터를 이용해서 어떤 TV에나 연결이 가능하고, 아이패드에 저장된 영화 등을 간단히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애플TV의 저장기능을 없앰으로써 불법복제와 유통에 민감한 TV 제작사와 헐리우드 등을 파트너로 끌어오고 있습니다.  일단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이 강한 ABC와 구글을 워낙에 싫어하는 폭스를 파트너로 삼았는데, 이들의 비즈니스가 잘 된다면 다른 곳들도 속속 합류하는 모양새를 띠게 될 듯 합니다.

 

결국 아이튠즈를 음악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책과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TV 구독을 대체할 수 있는 종합마켓으로 업그레이드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야망은 이렇게 단순한 수준을 넘는 것 같습니다.

 

애플, 소셜까지 집어삼키고 전자상거래까지 진출할 듯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소수의 포탈 들이 위력을 떨칩니다.  왜일까요?  결국 군소의 수많은 개미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터넷의 공로이지만, 이렇게 접근성이 뛰어나지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정보와 선택에 남겨져 있기 보다는 가능하면 간편하게 접근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른 마켓에 들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구매하기 위해서 아이튠즈를 들르기만 하면 모든 것을 찾을 수 있고, 사람들에게 그 평가를 듣고 동시에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애플이 발표한 Ping 이라는 소셜 서비스의 정체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이라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활용하면서 기존의 바이럴 인프라를 이용하고자 할텐데 애플은 과감하게 자사의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당장은 이 서비스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게 될 곳은 마이스페이스(MySpace) 입니다.  주로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음악을 퍼뜨리고, 이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활동하는 무대로 자리잡고 있는 마이스페이스의 경우, 가장 커다란 음악 소비처가 되고 있는 아이튠즈에서 제공하는 소셜 서비스를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음악을 소비하는 젊은이들도 친구들과 쉽게 음악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아이튠즈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잡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문제는 그 뒤입니다.  결국 애플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소셜 그래프를 만들 것으로 보고, 이들이 음악 뿐만 아니라 각종 앱이나 책, 그리고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영화 등에 이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거리를 던져주고, 추천하면서 동시에 소셜 서클까지 만들어가는 것을 지원하면서 점점 사용시간이 여기에서 늘어나게 되면 훨씬 다양한 소셜 웹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물론 그 정도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추천과 관련한 인프라를 중심으로 그 영향력은 충분히 키워갈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애플의 지지자들의 끈끈한 소셜 서클을 구성하고 이들 간의 강력한 소셜 서비스를 하나씩 제공하면서 전부들 애플 월드에 들어와서 살게 만듭니다.  물론 무척이나 편리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모든 것을 간단히 처리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강력한 소셜 네트워크를 가지게 되고, 이들을 바탕으로 간단히 바이럴 마케팅과 영업이 가능해지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중앙집중형 마켓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음은 뭘까요?  이제 애플 아이튠즈에서 아마존의 웹 서비스와 같은 개방형 API를 내놓거나 입점가능한 마켓 플레이스만 열면 무엇이 될까요?  아이튠즈는 거의 모든 물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바뀔 수 있게 될 것입니다.  Ping 을 통해 여러가지 상품에 대한 평이 오가고, 추천을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많은 상점들이 입점하게 될 것이고 이들은 아이튠즈에서 편안하게 장사를 하게 됩니다.  아마존도 위기입니다.

 


하드웨어와 유통을 동시에 이용하여 뭉치지 못하는 연합군을 친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르면 이렇게 잘하는 곳이 잘 나가는 것에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애플의 이런 성장이 소비자들에게 중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애플은 초기에 아이팟을 성장시킬 때 소니, EMI 등과 협력을 하면서 가격결정권 등에 대해 최대한 콘텐츠를 가진 곳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이제는 애플이 거의 모든 권한을 가지면서 쥐고 흔듭니다.  왜?  경쟁이 없기 때문이죠.  전세계 디지털 음원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아이튠즈는 2004년 정도만 하더라도 잘 나가던 랩소디(Rhapsody)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사실 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서비스 유통에서 자신들의 마진을 적게 가져가더라도 하드웨어만 좋은 가격에 팔면 되기 때문에 일단은 아이튠즈에서의 소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해주면서 권력을 쥐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하드웨어 판매로 막대한 이득을 내던 애플은 아이폰을 내면서도 비슷한 전략을 펼칩니다.  하드웨어로 승부를 하되, 소비자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앱 스토어와 아이튠즈의 서비스를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합니다.  애플의 아이폰 하드웨어의 판매를 통한 이익에는 우리가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 앱 스토어에 올라가 있는 많은 앱들의 기회적인 가치들이 잘 녹아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던 애플이 아이패드부터 전략을 약간 수정합니다.  $499 달러 (16G모델, WiFi모델) 라는 지금까지의 애플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저가(물론 그래도 다른 회사들의 저가전략 수준은 아니지만)로 내놓으면서 아이튠즈의 콘텐츠 시장을 키울 가능성을 조금씩 비추더니, 이번에는 애플 TV를 $99 달러에 내놓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이패드의 저장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는 연계전략을 펼치고, 애플 TV에 HDMI 를 포함한 다양한 TV와의 연결옵션을 제공하는데, $99 달러라면 다중 연결단자의 가치로만 봐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이렇게 되면 굉장히 쉽게 사람들이 아이패드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살 수가 있고, 또한 가끔씩 출시된 영화를 비교적 저렴하게, 그리고 아주 간단히 스트리밍으로 볼 수가 있게 되면서 누구나 한 대 정도씩 가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애플TV가 하드웨어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물론 좀 벌겠지만, 여기서는 디지털 콘텐츠 마케에서의 수수료 비중이 커지게 됩니다.  콘텐츠 마켓은 소프트웨어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마켓이기 때문에 이 경우의 매출구조 및 비즈니스 모델의 형태는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아이팟터치를 거의 아이폰 4와 유사하게 내놓았습니다.  이 역시 어찌보면 아이폰 4의 수요를 잠식할 수 있는 자기잠식적인 선택인데, 페이스타임을 포함하여 아주 쓸만한 휴대용 인터넷 기기로서 자리매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기가 된다면 페이스타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멀티미디어 콘텐츠 비즈니스와 소셜을 엮어내는 것에 박차를 가한 셈입니다. 결국 하드웨어 부분에서의 수익화 전략을 거대한 유통마켓 장악 전략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생각보다 연합군은 협력을 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대한 물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애플은 ABC와 폭스를 끌어들였는데, 이들이 이익을 내기 시작하고 콘텐츠 유료화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아직 들어오지 않은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곳들이 결국 이 마켓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면서 그 시장이 무섭게 크게 될 것입니다.  일단 아이튠즈 디지털 음악과 같이 점유율이 높아지면 이들은 이제 가격결정권을 포함한 애플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저작권을 가진 콘텐츠 업체들이 구글 TV와 협력하고 있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제조업체들의 자율성이 높고, 이들이 저장공간을 많이 가진 장비를 통해 다양한 불법복제가 가능한 방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터넷에 직접 연결이 된다는 측면에서 구글 TV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리라 생각하고 독자적인 생존방안을 모색하고 싶은 거겠지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적전분열을 한다면 결국 애플에게 모두 잡아먹히게 될지도 모릅니다.  결국 콘텐츠 업체들도 디지털 음악에서 그랬듯이 애플에게 모든 제어권을 내주게 되고 끌려다니게 되겠지요 ...

 

또한, 애플은 패를 2가지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가 하드웨어 공세를 통해 제조사들을 압박할 수도 있고, 마켓에서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을 활용해서 저가의 콘텐츠 서비스 전략으로 콘텐츠 업체들을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매출구조가 양쪽에서 나오고 비즈니스 모델이 복수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전략을 가져갈 수 있는 것입니다.  상황의 전개에 따라 적절한 전략을 들고 나오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제조업과 서비스, 그리고 콘텐츠를 가진 곳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어느 한쪽의 협업고리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면 애플천하가 될 수 있다.

 

애플의 시나리오와 같이 모두들 협력하는 협업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가치에 기반하여 많은 사람들이 애플을 선택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여러가지 분야에서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능가하는 무서운 공룡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소비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도 독점의 자리에 들어가게 되면 소비자들에게는 독으로 돌아옵니다.  그런 측면에서 구글 연합군과 마이크로소프트 연합군, 더 나아가서는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그리고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과 같은 시장지배적인 플레이어들이 서로 지금과 같이 따로 놀면서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는 생각만 한다면 결국 애플의 커다란 전략적 접근에 대해 우위를 가져가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다행히 국내에는 아직 아이튠즈가 소프트웨어 앱 부분을 제외한 음악이나 책 등의 디지털 콘텐츠의 주도권이 국내업체들에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이 서로 지리멸렬한 상태로 따로 주머니를 차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나누는 대승적인 협업구조와 개방형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애플의 야망이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무서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기를 바라지는 않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요즘의 소비자들은 냉정합니다.  전체를 읽어내고 이에 대비하는 혜안들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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