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대한 관심은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학교에서 변검사를 해본 30대 이상의 분들은 요즘에는 기생충 감염이 어느 정도 될지 궁금해 하시는 경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의 이순형 교수님께서 대한의사협회지에 기고한 '우리나라 기생충 질환의 변천사'를 바탕으로 현재 기생충 감염 정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수술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스파루가눔으로 증례 보고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뱀, 개구리등의 생식 후 시간이 한참 흐른뒤 (20 - 30년이 지나서) 증상이 나타나고 사전 검사가 힘들며 수술적 제거로만 치료되는 경우로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해당 학회지에도 이러한 증례 보고가 충분히 많아 제 보고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증례보고로는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기생충이 아직 우리 주위에 충분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요.


스파루가눔의 감염률은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현재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영아원, 유치원, 학교, 기숙사등 단체 생활을 하는 곳에서 높은 감염 비율을 보이는 요충과 과거에 비해 감염률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퇴치되지 않고 있는 간흡충입니다.


간흡충은 1969년 전국 평균 4.7%였지만 남한 5대강 유역에서는 22%, 낙동강 유역에서는 48.1%를 보였습니다. 담수어의 생식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낙동강 유역에는 간흡충 감염이 높아 해마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통해 퇴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2.9%의 감염률을 보인다고 하며 치료약은 프라지퀀텔(praziquantel)인데 우리나라가 세계최초로 간흡충 치료제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요충은 놀이터나, 유치원등에서 충란이 발견되었다고 가끔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기도 합니다. 조사마다 그 감염률 보고는 다릅니다만 평균 18.5%의 양성률을 보이고 최고 59.3%를 보인 집단도 있다고 합니다. 기생충마다 검사 방법이 다양합니다. 얼마전 미수다에서 한 미녀가 '일본에서는 테이프로 검사해요'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항문에 테잎프를 붙여 충란을 확인하는 테이프 검사법은 요충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되는 검사입니다.


고고학적 유적지 발굴에서도 회충, 편충, 간흡충과 같은 기생충란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이고 15세기 소아 미라의 장내에서도 이런 기생충란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기생충 질환은 아주 오랬동안 우리나라에 있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의학이 도입된 19세기 말부터 이런 기생충 질환 치료가 시작되었고 광복 이후 정부에서 적극적인 사업으로 채택하여 현재의 퇴치에 이르게 됩니다.


1927년 일제 시대에는 폐흡충감염 집단치료로 에메친(emetine)을 투약해 6명의 한국인 사망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인 의사만으로 구성된 한성의사회가 이를 두고 진상조사를 하고 총독부를 규탄한 사건이 '영흥에미친사건'이라고 하네요.


광복 이후 전국 조사에서 기생충 감염률은 충란 양성률이 회충 82.4%, 편충 81.1%, 구충 46.5%로 보고되어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생충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기생충학교실이 서울대와 연세대에 생겼고 기생충학회도 창립되었습니다. 정부에서 기생충 질환 예방법도 1966년에 제정하게 됩니다.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생기고 1969년 5월 문교부 장관이 이 협회를 초.중.고 학생 기생충검사기관으로 지정함에 따라 집단 검진, 집단 치료의 활동이 시작된 것이죠. 창피한 경험입니다만, 검사 결과에 양성으로 나와 반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탁 앞에서 약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과 다른 풍경이죠.


최근 2004년도 조사에 의하면 회충은 0.03% 감염률을 보여 거의 완전 소멸을 한것으로 보이고 편충증 역시 0.02%로 보였습니다. 구충은 1981년에 0.5%로 일찌감치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박멸 결과는 국민 소득 향상과 위생상태 개선, 제약공업 발달, 인분사료 사용 감소등과 더불어 기생충학에 평생 몸바친 기생충학자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생충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과거처럼 만연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간흡충과 요충은 아직도 해결해야할 문제로 남겨져 있습니다.

Source : Transition of Parasitic Disease in Korea, Soon Hyung Lee, J Korean Med Assoc 2007;50(11);937-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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