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다제내성균의 출현이나,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항생제에 죽지 않는 균의 출현은 세균과 인류와의 전쟁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 발생한 수십건의 NDM-1 내성균 감염 사례는 의료관광을 위해 인도를 방문했다 돌아간 영국인에게도 발견되어 항생제 내성균도 발 빠르게 세계화되고 있음을 알게 해준 사건이다.

이후 ‘슈퍼박테리아’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소개되어 항생제에 듣지 않는 균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뒤늦게 ‘슈퍼’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미 충분한 공포가 확산된 이후다.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가 있기 때문에 생기게 된다. 항생제 오남용이 내성균 출현을 가속시키는 것은 분명하나 오남용이 없다고 하더라도 세균이 살아남기 위한 진화 과정에서 내성균은 출현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세균과 함께 살아가면서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지 않듯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이라고 하더라도 함께 살아가는데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 가정에 있는 균들을 조사해보면 그 중에 몇 종은 일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본의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감염 사례에서 보듯, 면역력이 떨어진 노약자나 암환자의 경우에는 사소한 세균 감염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럴 때 항생제로 세균 감염을 치료해야 하지만 해당 균이 항생제 내성을 가질 경우에는 감염 치료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더 강력한 항생제 개발이 이뤄져서 내성균을 물리치도록 하는 것은 그렇게 효과적인 전략이 아닌 듯하다. 최근에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항생제의 출시는 그와 동시에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보니, 내성균 출현을 막기 위해 강력한, 새로운 항생제의 사용은 자제해야만 하다 보니 신약을 개발해야하는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팔리지 않는 약(?)을 만드는 것에 자연스럽게 투자를 하지 않게 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새로운 항생제 출시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이제 세균과의 전쟁은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아닌 감염 관리로 전략을 수정해야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반인들의 잘못된 내성 상식을 바로잡고 병원에서 감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비용에 국가가 나서서 투자를 해야 한다. 병원내의 내성균 감염도 병원탓, 감염관리 비용과 투자도 병원 몫으로 미뤄두는 것은 환자들을 사지로 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감염관리비 신설 등 최근 일련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일선 의료진들의 걱정이다.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은 불행한 일이나, 이와 맞서기 위한 대비책이 감염관리에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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