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댄스와 인간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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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관련한 연구들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 중에서 개미의 집단행동에 기반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 분야에서는 약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개미들의 집단행동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관심을 처음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입니다.  한 마리의 개미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이들이 콜로니(colony)를 구성하고 나면 복잡한 둥지를 짓고, 음식을 관리하고 채우는 등의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마르코 도리고(Marco Dorigo)와 같은 연구자들이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이를 무리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 합니다.

도리고 박사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어떻게 그들의 둥지에서 음식물에까지 이르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내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문제인 것 같지만,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것은 컴퓨터 과학에 있어서 가장 고전적인 문제이면서, 노드와 네트워크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점점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개미들은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일단 음식을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른 개미들이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페로몬을 떨어뜨립니다.  페로몬을 감지하고 모여든 개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페로몬의 양은 많아지고, 개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보다 명확해 집니다.  페로몬은 휘발성이 있어서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일단 모든 음식을 모은 뒤에는 금방 길이 없어집니다.  이러한 휘발성 때문에 만들어진 길 중에서도 거라기 먼 길보다는 짧은 길이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짧은 길이 선택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페로몬의 이런 휘발성이 개미들 각각의 제한된 지성(limited intelligence)이 증폭될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디지털 개미와 새의 활약

1992년 도리고 박사 그룹은 ACO(Ant Colony Optimisation, 개미 콜로니 최적화)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이 알고리즘은 특정 지역에 페로몬을 뿌리면서 돌아다니는 개미들의 그룹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이후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유명한 것이 스위스의 수퍼마켓 체인인 미그로스(Migros)와 이태리 최고의 파스타 메이커인 바릴라(Barilla)의 물류시스템에 적용한 것으로 이들은 중앙의 창고에서 각각의 소매점에 이르는 최적의 배달경로를 찾는데 AntRoute 라는 솔루션을 활용하였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유렵에서 무리지능과 관련하여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IDSIA(Dalle Molle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in Lugano) 연구소에서 분사하여 만든 AntOptima 에서 개발한 것으로, 매일 아침 이 소프트웨어의 개미들은 물류창고에 남아있는 재고량과 목적지, 그리고 현재 사용가능한 화물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최적의 경로를 찾아서 제시합니다.  1,200개의 트럭의 움직임을 총괄지휘하는 이 소프트웨어가 전체 경로를 만들어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한, 도리고 박사 팀은 AntNet 이라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기도 하였는데, 이 프로토콜은 정보의 패킷들이 노드와 노드 사이를 넘어다닐 때 자신들의 여정의 질(quality)에 대한 약간의 흔적을 남기고, 다른 정보 패킷들이 이 흔적을 인식하여 자신들의 라우팅 여정을 적절하게 수정합니다.  이 방법을 적용해서 통신 네트워크에 사용해본 결과 기존의 어떤 라우팅 프로토콜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는데, 특히 특정 노드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패킷이 늘어나면서 정체가 일어나는 구간이 생겼을 때 이를 우회하는 등의 통신망 전체의 안정성이 커졌습니다.  이런 연구결과에 여러 통신회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새로운 라우팅 프로토콜을 채택할 경우 너무나 많은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실제로 광범위한 표준화와 도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무리지성과 관련한 또 하나의 연구로, 제임스 케네디(James Kennedy)와 러셀 에버하트(Eberhart)가 1990년대 중반에 발명한 PSO(Particle Swarm Optimisation)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들은 발코니에 새들 먹이를 주면 첫번째 새가 이를 발견하고 날아든 뒤에, 머지않아 수많은 새 떼가 모여드는 것에 착안하여 인공의 새들이 무작위적으로 날아다니다가 먹이를 발견한 가장 가까운 동료들을 살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가 현재는 650개가 넘는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데, 영상이나 비디오 분석, 안테나 디자인, 심지어는 의학에서의 진단시스템과 기계의 고장분석 등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벌들의 댄스와 인간의 뇌

이태리 ICST(Institute of Cognitive Sciences and Technologies)의 비토 트리아니(Vito Trianni) 박사는 벌들이 최적의 벌집을 짓기 위해 탐색을 하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행위와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에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벌들의 경우 일단 각자가 흩어져서 좋은 자리를 탐색하다가 좋은 위치가 발견되면 벌집으로 돌아와서 춤을 추면서 다른 벌들을 모읍니다.  자리가 좋다고 판단되면 춤을 더 오래추면서 더 많은 벌들을 모읍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벌들의 모임이 일정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나머지 모든 벌들이 모여서 새로운 벌집을 짓기 위해 날아갑니다.  이런 과정은 인간의 뇌의 신경세포들을 벌들로, 춤을 추는 행위를 전기자극으로 치환하면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이를 일부에서는 무리인식(swarm cognition)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의 뇌를 거대한 벌떼와 같이 신경세포의 무리로 보면 실제로 우리의 생각이나 인지, 심지어는 의식이나 추상적인 추론 등도 신경세포들의 상호작용이 모여서 이것이 일종의 패턴으로 동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지능'에 대해 다양하게 정의를 내렸습니다.  지능을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본다면 컴퓨터는 분명 매우 높은 지능을 가진 기계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인공지능 연구는 대체로 하나의 개체(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지능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되었습니다.  사람의 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개체를 만들겠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체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정보(Information)가 교환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사물을 바로 보는 시각 등 많은 것들을 주고 받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인간의 '마음'에 해당하는 것이 개입을 하게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변형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지능으로 이어질 때 외부환경의 다양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능은 개체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으로, 과거의 컴퓨터 과학에서는 이런 변형을 전혀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힌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시각으로 인터넷과 웹을 바라본 시각으로 시냅틱 웹(synaptic web)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터넷과 웹을 인간의 뇌의 구조와 연결을 시켜보는 것으로, 무리인식이 개미 등의 자연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양상을 우리의 뇌에 적용한 것에 비해, 시냅틱 웹은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으로 웹의 발전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의 변화는 단순히 컴퓨터 과학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정치, 문화 환경도 이와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일정한 방향성을 찾아내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것에 있어서 소통의 인프라도 부족하였고, 무질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효율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지배하는 리더십과 강력한 밀어붙이기 등에 의해 지배가 되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모두 각각의 신경세포이자 개미들과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규모로 참여할 수 있는 도구가 주어진 시점에서는 이런 과거방식의 정치나 문화가 인류전체의 발전에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방식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은 역사의 발전에 대해 보다 겸허하면서도 발전적인 고민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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