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연구들이 발표되지만, 학자마다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방송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와 진료실 의사의 이야기도 다릅니다. 정말 어려운 현실입니다. 조금이나마 의료, 건강 정보들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글을 써봅니다.


해마다 나오는 뉴스중에 커피의 유해성, 또는 커피의 유익함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건 먹으라는 것도 아니고 먹지 말라는 것도 아니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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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에서는 몸에 좋다고 나오고 다른 방송에서는 몸에 나쁘다고 합니다. 이 정보들 뒤에 진실이 궁금하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고 이런 혼란속에서 음모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의사들은 방송에 나오는 정보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모든 의사들이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많은 경우 연구의 초기 결과에 고무되어 있는 연구자의 인터뷰인 경우가 많고 실제로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한참 뒤에나 알 수 있으니까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신약 개발 과정과 임상 연구, 식약청 허가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방송에 나오는 말들은 심지어 '의사'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도 제한된 시간에 의해 편집되어서나, 또는 이해를 쉽게하기 위해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비타민이나 기타 의료 프로그램도 아애 보지를 않습니다. 이 문제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의학 연구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기사로 제공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의학 연구에 대한 정보는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나?


하루에 쏟아지는 논문의 양이 얼마나될까요? 인터넷에 공개되는 의학 연구만 700-800건 정도 될 겁니다. 다 읽지도 못하죠. 대부분의 의사들이 제목을 보고 그 중 전공 분야와 관심 가는 것들만 봅니다. 더 기막힌 것은 이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 중 상당량이 의학, 건강 정보 해외 언론사들에 의해 기사화 됩니다.


기사화의 속도는 언론사들간의 경쟁으로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특히 연구 주제가 굉장히 흥미를 끌어당기는 기사라면 어김 없이 기사화 됩니다. 빨리 작성해서 발표해야 트래픽이 늘어나는 것은 국내나 국외나 동일한 것 같습니다. 구글의 해외 건강 뉴스란을 보면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빨라졌느냐면 종이로 인쇄되기전 어느 정도 수정이 가능한 온라인 공개상태에서 기사화 됩니다. '뭐 빠르면 좋은 것 아니겠어?' 라고 생각하시죠? 네, 대학 병원에서 매번 저널 클럽때 더 이상 읽을 것이 없어서 온라인 공개 상태의 논문을 찾아서 읽는 것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이 것이 기사화 될 때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빠른 정보 전달이 가져다 주는 문제점


과학의 통일성은 다루고 있는 대상이 아니라 방법이란 Pearson(1951)의 말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의학도 과학의 한 분야로 그 연구 방법에 있어 논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규 교육에서 과학을 배우는 이유기도 합니다. 과학은 일반적인 이해를 목표로하고 의학적 연구도 그 틀안에서 이뤄지기에 조금 관심만 있으면 이해가 불가능한 영역은 절대 아니지요. 또한 저자의 설명과 함께 기사를 싣기 때문에 논문을 기사화 하기에는 별 어려움도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제는 '논문의 내용과 저자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글을 쓸 것인가' 이죠. 과학적 사고만 가지고 있다면 이해가 어렵지 않다고 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논문은 논리적이기 때문에 그 논리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주장을 다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 신중해야 합니다.


논리적인 설명, 연역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도 그 전제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과 실행 과정에 있어서의 오류와 관찰에 있어서의 편견등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논리적 사고만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따라서 과학적 가설의 타당성, 달리 말해 논문의 연구 방법과 타당성을 판단하는데에는 학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죠. 소위 말하는 Peer review 입니다. 제가 지금 말한 것은 한 세기 전에 '패러다임'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과학자 쿤(Thomas Kuhn, 1922-1996)이 한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지요.


정보의 유통 방법의 기술적 (인터넷) 발달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국내에 번역되어 들어옵니다. 그나마 해외 언론사중 일부의 경우 기사화 전에 의사의 감수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만, 해외의 경우도 일부에 그치고 있으며 그런 과정을 거쳐도 광범위한 의학의 영역을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한 안전 장치가 될 수 없겠지요. 국내에는 일부 기사에 인터뷰나 감수를 시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번역과정을 통해 기자가 자신의 경험과 사회 문제와 결부 시켜 글을 쓰게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믿을 만한 정보는 어떻게 얻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건강, 의학 정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십시요. 제 글도 블로그란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이상 항상 의심을 가지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트래픽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글들을 저라고 쓰지 않으란 법이 없습니다. ^^ 기사화 되는 많은 논문들을 직접 찾아 읽으면서 느낀 점을 말씀 드리면 실제 연구 결과는 소금이 들어가 있지 않은 맹맹한 곰탕과도 같다고 비유한다면 기사화된 이후에는 조미료와 소금, 고추가루까지 들어간 매콤한 육개장으로 변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의학을 포함해 모든 과학적 연구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만, 그 성과에 따른 분류로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담한 가정이 사실로 증명되는 획기적인 발견과 기존의 지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정이 사실로 증명되어 과거의 사실을 더 확고하게 해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들도 있습니다만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거나 발표 되더라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겠지요.


대부분의 연구가 획기적인 결과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그 가치를 평가합니다. 이 것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고생해서 연구한 가치를 스스로 객관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정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 연구자들을 통해 나오는 보도자료 (news release)가 다소 자신의 주장의 타장성을 홍보하는 식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이 보도자료에 기자는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줄 수 있도록 약간의 양념을 첨가하면 과거의 연구의 답보 수준인 논문도 때로는 새로운 발견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획기적인 발견이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믿을 만한 정보는 학계를 통해 얻는 것이 옳습니다. 해외 기사들 중에서도 저자들의 의견만 싣는 것이 아니라 학회의 학술 이사등의 견해를 함께 수록해 신뢰도를 높이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일반 독자의 경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질병과 치료에 대한 정보라면 자주 다니는 병원의 의사와 상의하세요. 병원 가보면 의사들이 자신의 경력을 홍보하는데 빠지지 않는 것이 학회 활동입니다. 학회 활동은 이런 균형잡힌 정보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학회를 통해 새로운 연구와 그로 인한 임상 적용을 두고 의논하고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대해 토론하고 습득하게 됩니다.


병에 대한 정보라면 의사와 상의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연구들도 많이 있죠. 주로 식품의 건강 효용성에 대한 정보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정보를 검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몸에 좋다고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도록 유도하는 정보라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과 권위 그리고 미신


방송을 통해 권위자로 소개되고 그 입을 통해 나오는 정보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 없이 각인됩니다. 특히 공중파의 위력은 대단해서 방송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권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또는 유명 대학의 교수란 소개로 권위를 더하기도 하지요.


때로는 권위에만 의지해서 과학적 사고 및 연구와는 관계 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래된 이야기 입니다만, 해외에서 들어온 의사로 여러 방송에서 엔돌핀 이야기로 전국을 들끓게 했던 이상구 박사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와 유사한 경우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지요.


권위를 싫어하면서도 의학적 지식이 부족해서 권위자를 찾는다는 말을 많이합니다. 또 병원에서 젊은 의사는 의사 취급을 못받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권위는 환자와 의사 관계에 있어 빠른 신뢰를 주기도 합니다만, 저는 권위에 의지하는 습관은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학에 있어서 권위에 대해 기대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잘못된 의학적 미신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약을 많이 주는가에 따라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로 나누고, 주사가 약보다 더 나은 치료방법이라고 믿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더 황당한 잘못된 믿음이 많습니다만, 다음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상황속에서 옳바른 정보를 취사 선택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의학은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지식 체계입니다.


인간의 역사속에서 발전한 과학적 사고, 그 가운데 인체의 질병과 치료에 대한 의학은 상당히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지식 체계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손에 발전되는 학문이기에 완벽하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겠지요. 현재로써 최선의 선택을 하게 해주는 가장 효용성 있는 방법이라는 것에는 틀림 없습니다.


많은 정보 속에서 과학의 탈을 쓴 비과학적이고 미신이나 도그마에 의한 상술을 잘 간파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로 들립니다만, 조금만 노력하고 관심만 가지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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