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 평가제도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높습니다. 저 역시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하지만 병원 평가란 것이 왜 생겼는가만 두고 보면 환자들의 병원 선택에 도움이 되기 위해 생긴 것입니다. 그 평가 제도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소음이 끊이질 않습니다만...


국내에서 병원 평가제가 유명무실한 평가다보니, 그 권위를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환자들도 별로 참고를 하지 않을 뿐더러 해외에서 치료를 위해 내원한 외국인 (medical tourist)의 경우 이런 국내 평가자료를 더 신뢰할 수 없겠지요.


이전에 "해외 원정 진료 국내 현상만은 아니다."란 포스트에서 말했듯 의료비가 비싼 국가에서 저렴한 국가로 원정 진료(medical trip, medical tour)를 가는 것이 최근에는 굉장히 흔해졌습니다. 아시아에 많은 국가들이 메디칼 허브를 만들고 진료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것만 보더라도 국가적인 수입이 되기는 하나 봅니다.


그런 외국인에게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라고 알리기 위해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인증을 받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러한 인증 방법 중 하나가 JCI (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Accreditation)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세브란스 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JCI 인증을 받았습니다.


곧 여러 의료기관에서 이 인증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도 메디칼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까요. 이 인증을 받는 것은 상당한 시간도 걸리고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과 교육이 필요합니다만, 현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이라면 사실 인증 받기 어려운 불가능한 병원들도 없을 겁니다. (실제 인증 과정에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HWAN님의 말씀에 따르면 쉽게 받는 인증은 아니라고 합니다)


JCI 측에서는 자신들의 요구조건과 교육을 통해 환자 만족도도 더 높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목적도 있고 인증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큰 홍보효과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JCI 인증을 받은 국가들을 보면 호주, 버뮤다, 브라질, 타이완, 중국, 싱가폴, 맥시코, 체코, 이집트, 독일, 인디아.... 한국이 있습니다. 네, 미국은 없습니다. 원래 이 인증이 미국외 의료기관을 평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JACAHO 지부의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도에 JACAHO인증을 포기한 미국의 두 병원이 꽤 이슈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인증이 환자들을 care 하는데 과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논문까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 두 병원은 지방의 매우 소규모 병원이였는데 이런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돈만 들어간다고 꼬집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JCI 인증이 있다고 해서 좋은 병원이라고 단정짓고 없다고 나쁘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먼저 이 인증을 받았다고 더 선진화된 의료 시스템을 가졌었다고 할 수도 없겠지요. 인증 받은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재인증의 과정을 거치니 없는 것 보다는 좀 낫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의료란 것이 소비자가 가지는 정보의 제약이나 지식의 한계로 인해 선택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긴 여러가지 평가나 인증이 있습니다만, 그 역시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병원평가가 말이 많아지고 이제 대세는 JCI 인증이라는 기사를 얼핏 보고나서 마치 병원에 대한 평가나 인증이 유기농 인증 기관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고 사먹을 수 밖에 없지만, 정말 유기농인지 친환경인지, 아니면 저농약인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는 것과, 좋은 병원인지 아닌지 역시 이런 평가나 인증만으로 알 수는 없다는 것이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