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의 반응


시부트라민, 어떤 약물인가?

대표적인 비만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인데 식욕을 억제해서 먹는 양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살이빠지는 약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만 환자, 살을 빼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널리 처방되고 있고요 식약청에서 지난 2007년부터 2010년 5월까지 개원가에서 처방된 처방 건수를 보면 10만건정도 됩니다. 모든 병원의 처방 내역을 조사한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는 알기 어렵지만 아마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미국 FDA에서 자발적 철수를 권고...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

그렇습니다. 미국FDA는 지난 9일 시부트라민의 안전성 임상연구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제조사인 애보트에 자발적 철수를 권했습니다. 제조사는 자발적 철수 권고를 받아들여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도 시부트라민은 퇴출하게 된겁니다. 유럽 약품 안전청인 EMA에서는 작년 12월 식욕억제제 시부트라민 처방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조치를 한데 이어 이미 올해 1월 시부트라민의 판매 중단을 결정한바 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 FDA는 유럽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는데요, 당뇨병와 심혈관 질환 병력 유무를 나눠서 분석해보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가짜약, 위약을 복용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시부트라민 복용이 심혈관 질환 발생을 높이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질환에 유의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종 연구 결과에서 위약에 비해 체중 감소가 크지 않고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이유로 FDA에서도 판매 중지를 결정했습니다.


국내 식약청도 재검토 준비

지난 7월 식약청은 국내 시판 유지를 결정한바가 있습니다. 판매 유지를 하되 시판후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었는데요, 이 결정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시부트라민의 안전성, 유효성 전반, 국내 처방 사용 실태 대체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자문을 받아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당시 안전관리 강화의 주 내용은 체질량 지수 30kg/m2 이상이나 당뇨나 이상지방혈증이 있는 체질량 지수 27kg/m2 이상인 비만 환자에게만 사용하고 판막심장병이나 치명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아직 국내에서는 시부트라민이 허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미FDA가 애보트사에 시부트라민의 미국내 자발적 시장 철수를 권고하고 이를 제조사가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자 식약청도 지난 9일 시부트라민 안전성 재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좀 뒤늦은 결정이라는 비판

3개월 만에 미국FDA 결과에 따라 다시 검토를 하겠다고 발표하자 미국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의약품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환자들의 피해 현황에 따른 자체 연구조사를 해야하는데 선진국 조치를 따라가겠다는 발상이 문제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식품의약품 안전청 제출 자료를 토대로 200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부작용으로 국내외 판매금지 또는 사용제한 조치된 의약품 10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조치는 대부분 유럽 식품의약품청 EMA와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조치를 취한 이후에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당뇨약 치료제 아반디아도 미국과 유럽의 판매 중단이 결정된 다음에서야 국내에서도 사용 중지되었다는 점을 들어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시부트라민 사용을 허가한 식약청

우선 시부트라민에 대한 입장은 지난 7월 주의 깊게 사용하라는 것에서 아직은 변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조국인 미국에서도 사실상 퇴출되었기 때문에 조만간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은 되고 있습니다. 식약청 내부 분위기도 그런 것으로 보이고요. 다만 식약청도 지난 7월 국내에서 시판을 하도록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당시에는 안전성 논란이 있었지만 건강한 사람에게 있어 사용은 문제가 없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사실이었고, 국내에서 성급하게 판매 중지를 할 경우에 이를 대체할 약물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는 겁니다. 시부트라민이 없어질 경우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 약물들의 경우에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겁니다. 현재 4가지 성분 72개 품목이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허가되어 집중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들 약물은 의존성과 내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장기간 사용시 폐동맥 고혈압발생위험도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7월에는 국내 상황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인데요, 현재는 사실상 제조국인 미국에서도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검토를 해봐야한다는 것입니다.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부작용 실태 조사를 통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이런 논란은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요, 일단 국내에서도 부작용 환자 발생에 대한 모니터링은 합니다. 시판 후에 약물 부작용 조사도 하고 자발적인 보고 체계도 있는 상황이고요, 현재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시부트라민 사용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국내에서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조사는 부작용이 발생 했을 때 보고가 이뤄지는 형식으로 일종의 증례 보고이기 때문에 이 자료만 가지고 어떻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미국과 유럽의 조치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거의 만명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시부트라민과 위약을 투약해 환자와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들도 복용하는 약물을 모르도록 하는 이중맹검형태의 임상시험을 장기간 진행한 것인데요, 이 결과는 의학연구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습니다. 이런 임상연구는 국내에서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연구를 약물을 수입한 국가에서 진행하는 경우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없는 상태고 유럽과 미국만이 이런 대형 임상연구를 통한 안전성 검토를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대규모 임상연구는 제조 국가에서만 진행

우리도 모든 약을 임상연구를 하면 좋기는 한데, 우리가 주도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판단하기에는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에 비해서 비용적인 부분을 포함해 여러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환자 안전을 생각했을 때 중복적인 그런 연구를 할 필요가 있는가도 논란이 되겠고요. 아무튼, 한계가 있기는 하겠지만 안전성 문제가 제기 되었을 때 좀 더 발빠르게 결정을 할 수는 없는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 남아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만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의 반응

가장 많이 처방하는 약물이 사실 퇴출 될 것이 예고된 상황인데요, 그나마 안전한 약물이었는데 이제 향정신식욕억제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으로 고민하는 의료진들도 있고, 한편으로는 식약청의 판단이 선진국 행정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것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만환자를 보는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원론적으로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해 살을 빼야하지만 사실 그걸 못 지켜서 비만클리닉을 찾는 것이다 보니, 약물 처방을 안할 수는 없는 현실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실제 비만클리닉에서는 식약청에서 권하는 약물 처방 기준에 못 미치는 비만 환자에게도 약물을 쓰고 있는 경우도 많고, 처방 약물이 과도한 경우도 종종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 병용 금기 약물을 병용 처방하는 사례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디가 더 살을 잘 빼준다는 소문이 병원 수입으로 연결되다 보니 경쟁적인 약물 처방이 유발되고 있는데요, 이런 현실에 대한 조사와 대응은 현재 부족한 상황입니다. 올바른 비만 치료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대국민 홍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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