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교훈은 약의 사용에 관한 것입니다. 
식약청이 시부트라민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늦었지만 안전한 약의 사용을 위해 잘 한 결정입니다.  한 때 널리 쓰이다가 최근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발견되어 (사실상)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로지글리타존 (아반디아) 와 시부트라민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약의 허가에 관한 것입니다. 

로지글리타존과 시부트라민은 둘다 임상 지표 (clinical outcome)이 아닌 대체임상지표 (surrogate outcome)에 의한 효과를 가지고 허가를 받았습니다.  로지글리타존의 경우에는 혈당 및 혈당색소 (Hb1Ac)를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시부트라민은 체중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런 지표들을 대체임상지표라 불립니다.  그 이유는 대체임상지표가 임상지표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임상지표는 무엇일까요?  쉽게 말하면 우리가 약을 먹음으로써 궁극적으로 바라는 효과입니다.  당뇨병 약인 로지글리타존의 경우 혈당을 낮춤으로써 당뇨병의 합병증을 방지하거나 당뇨병으로부터 사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되겠고 시부트라민의 경우에는 체중을 줄임으로써 비만에 의한 합병증과 그런 합병증으로부터 사망을 방지하는 것이 되겠지요.  

그런데, 로지글리타존과 시부트라민은 공통적으로 대체임상지표는 호전시키지만 궁극적인 목적인 임상지표는 악화시킵니다.  둘 다 공통적으로 심혈관기계에 나쁜 영향을 끼쳐 심근경색증이 더 일어나게 한다든지 사망률을 증가시키다든지 하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즉, 약을 먹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이 약들은 약으로서 더 이상 사용할 이유가 없어졌고 시장에서 퇴출이 결정된 것입니다.

많은 경우 그동안 약이 대체임상지표에 대해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가지고 약을 허가해 왔습니다.  하지만, 로지글리타존과 시부트라민의 예에서 보듯 허가를 대체임상지표에만 의존할 경우 나중에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동안 환자들도 약으로 인해 많이 다칠 수 있고 또 쓸데 없는 곳 (효과도 없고 부작용만 큰 약)에 돈이 쓰이게 되는 낭비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약을 허가할 때 약이 임상지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하여 평가를 하여 허가를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임상지표를 쓰면 연구기간이 길어져 신약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들겠지만 약의 궁극적인 사용목적을 생각해 볼 때, 무엇보다도 환자의 안전을 생각해 볼 때 이제는 임상지표에 대한 효과를 가지고 약을 허가해야 합니다.


두번째 교훈은 약의 사용에 관한 것입니다. 

시부트라민은 비만치료제로 허가 받은 약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약은 그동안 사실상 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시부트라민 주 사용자들은 20대 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분들은 살을 빼는 목적이 비만으로부터 오는 합병증을 막아 오래 살기 보다는 살을 빼는 그 자체, 즉 미용에 더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법적으로 약은 질병의 치료, 예방, 경감, 진단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국한 되는 것에 미루어 볼 때 사실상 시부트라민은 약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셈이지요.  이런 식은 약의 사용은 안전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왜냐 하면, 약의 허가사항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약을 약으로써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대 여성분들은 당연히 심혈관기 질환이 없는 건강한 분들이고 아마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분들께서 시부트라민이 안전한 약이라고 믿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부트라민을 처방받았던 20대 여성분들 대부분에게 이 약이 잘못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믿음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비만약의 오남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시부트라민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비만약 오남용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를 바랍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약은 약으로써 사용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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