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병원계의 최대 행사였던 KHC(Korea Healthcare Congress) 가 열렸다.  이번 행사의 최대의 이슈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센과 '파괴적 의료혁신 (Innovator's Prescription)' 이라는 책을 써서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의료계를 놀라게 한 제이슨 황의 키노트 강연과 '환자중심의 병원' 이라는 철학을 강조한 춘용루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장의 강연이었다. 

이들의 강연은 기본적으로 공급자 중심인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현재 대부분의 다른 산업들이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하면서 혁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낫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철학을 흔히 '헬스 2.0 (Health 2.0)' 이라고도 하는데, 앞으로 의사들을 포함한 의료공급자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많은 환자들과 일반 국민들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보다 나은 건강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 인턴 수련까지 했지만, 보건의료정책관리학을 공부하면서 보험과 정책, 그리고 관리부분에 대한 공부를 했고, 미국에서는 의공학과 마케팅, 규제과학에 대해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학위와는 관계없이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을 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책도 2권 정도 집필을 했었으며 유명 잡지사에 고정컬럼도 있었으니 나름대로는 알려진 엔지니어로 통하기도 하였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미래의 의료환경의 변화와 이를 준비하는데 관심이 많은데, 다양한 산업의 영역 중에서 미디어와 건강의료산업이 가장 웹 2.0으로 대별되는 기술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고 생각한다.

미래 의학의 경향으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의료의 소비자로서 수동적인 역할만 수행을 했던 환자들이 능동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보건의료의 경제학이나 규제이론이 기본적으로 의사를 중심으로 하는 공급자가 지식을 독점하는 정보의 비대칭현상을 기본전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기본전제가 깨진다는 것은 앞으로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공유와 참여, 집단지성으로 대표되는 웹 2.0 기술은 이러한 판도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이를 대별하기 위해 “헬스 2.0”이라는 용어가 최근 자주 등장하고 있다.



헬스 2.0은 2006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헬스캠프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범위와 정의에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다음과 같이 헬스 2.0을 기술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킹의 혁명이 건강의료 분야에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 기술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기적절하고 개인적인 건강정보를 온라인 상에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환자들은 일단 인터넷에 접속하면 이메일을 통한 토론그룹에 참여할 수 있으며, 가상의 동호회나 그룹을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동시에 치료와 진료의 영역을 넘나들기 시작하였다.  또한, 전통적인 웹 사이트들도 정적인 데이터만 제공하기보다 사용자들이 쉽게 자신들의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블로그, 포드캐스트, 최적화된 검색엔진 등을 개발해서 제공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적절한 건강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은 건강정보를 얻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 되었다.  미국의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서 2008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건강관련 정보를 얻은 정보원으로 의사(55%)를 제치고, 인터넷(59%)이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새로운 웹 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을 하면서 의료 정보 자체에 대한 교환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의한 이야기들이 더해지면서 그 새로운 웹 사이트 들이 성장을 하게 되고, 의료의 소비자들은 그런 웹 사이트 들을 빠르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한 소셜 네트워크의 활황에 의해, 사람들은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쉽게 네트워크를 가지게 되었고,  블로그나 온라인 포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포드캐스트(podcast), 위키(Wiki)에 참여하는 방식 등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소셜 네트워크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환자들이 같은 종류의 만성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해당 증상의 관리법, 그리고 여러 가지 지식을 나누게 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병을 훨씬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이와 같이 환자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에 의한 지식이 많아지면서, 의사와 환자, 약사, 그리고 보험회사 등의 전통적인 의료 네트워크의 참가자들간의 관계가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증상에 대한 토론을 하고, 동시에 치료방법에 대한 선택을 논의하면서 이들 모두가 지식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에는 보다 나은 환자의 치료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헬스 2.0”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수준의 의료관련 정보의 교환은 집단지성이라고 부르고,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에는 상당히 문제가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에 대한 자정작용이 동작을 한다면 새로운 차원의 건강의료를 열어가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제는 의사들도 이러한 대세를 인정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를 하는 것이 더 옳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타나게 될 더욱 급격한 변화에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식 서비스 기술의 발전과 서비스 방식의 변화가 미래의 의료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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