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은 우리 현실의 경험과 서비스를 증진시킬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도구

제가 블로그에 직접적으로 하는 일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것은 정말 오랫만이군요.  어제 제가 있는 관동의대 명지병원에서 IT융합 연구소 개소식이 있었습니다.  함께 다음과 작업을 했던 QR 코드도 병원 전체 133개소에 부착과 함께 개방을 하면서 '환자중심 서비스'의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병원의 혁신작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이제는 환자들이나 보호자 등이 언제든 병원에 부착되어 있는 QR 코드를 찍어보면 해당 장소에서 어떤 검사가 이루어지고, 어떤 기기들이 있는지, 그리고 해당 진료과에 어떤 선생님들이 있고, 어떤 종류의 진료를 하는지, 그리고 이 분들의 경력이 어떻게 되는지 모두 조회가 가능합니다.

각 진료과와 실에서 해당 QR 코드를 마치 시설관리하듯이 블로그와 연동하여 관리를 하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으며, 환자들도 인터넷을 이용해 블로그에 댓글도 달 수 있기 때문에 쌍방향성도 어느 정도는 확보되었다고 하겠습니다.


IT 기술은 우리 현실의 경험과 서비스를 증진시킬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도구


제가 생각하는 IT 기술은 기술 그 자체에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기술/연구개발이 대학과 기업체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 산출물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엮어내어 보다 나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좋은 경험과 서비스를 디자인한 뒤 적당한 파트너와 협업과 제휴를 맺는 것이 저희 연구소의 가장 기본적인 진행방향입니다.

결국 기술이라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대학이라고 언제나 연구만하고, 논문 내는 것만 걱정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뛰어난 인력들과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범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이를 확산시키는데 주력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보다 살기좋은 곳으로 진화시키는 것도 사회를 선도하는 대학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논문지향적이기 보다는 경험과 서비스 지향적인 연구를 진행할 생각이고, 되도록 많은 병원이나 기업, 산업 등에서 쉽게 우리들의 모델을 따라하고 확산될 수 있는 작업을 많이 할 예정입니다.


환자 주도의 사용자 혁신의 4원칙

그래서 저희 연구소에서는 의료와 IT기술을 융합켜 환자 주도의 사용자 혁신을 할 수 있도록 4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Experience(경험) ▲Information(정보) ▲Communication(소통) ▲Participation(참여) 이 그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병원이 추구하고 시행하고 있는 정보시스템이나 스마트 디바이스 등에 대한 활용전략은 여전히 공급자인 의료인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의료진들에게 스마트폰을 제공하고, 기존의 전자의무기록과 PACS 등을 올려서 모바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이지요.  물론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결국 파괴적 의료혁신을 위해서는 BPR(Business Process Restructuring)을 포함한 가치기반의 혁신(Value based Innovation)이 필요한 것이며, 이는 절대 기존의 공급자적 시각을 유지하고 서비스나 사용자 경험 자체에 대한 고민없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닙니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IT를 이용한 첨단 기술이 환자가 직접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원하는 정보를 투명하게 얻어내고, 쌍방향 소통의 편의성을 추구하고, 나아가 체험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환자 주도형 시스템으로 의료를 디자인한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개방형 혁신 문화와 디자인 경험을 보급

또 하나의 목표는 이런 생각의 타래를 실제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문화적으로 보급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매달 오픈세미나의 형태로 IT융합 세미나를 2개의 진료과와 브레인 스토밍 세션과 함께 개최하고, 여기에서 병원직원들과 의료진들이 가지고 있는 기발한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모아내고, 그 중의 대표선수를 하나씩 뽑아내어 연말에는 커다란 포상금과 연구비 지원을 걸고 경연을 하는 컨테스트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또한, 병원 외곽에 환자들 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들를 수 있는 문화센터를 개관하고, 여기에서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들을 확보할 수 있는 환자도서관, 지역주민들이 건강관련 행사를 자발적으로 개최할 때 장소를 대여하며, 디자인되거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프로토타입 의료서비스 또는 IT융합 의료경험/기기 등을 디자인 극장(Design Theater)의 개념을 도입하여 간단히 경험해보고, 이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점을 찾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도입할 것입니다.

이런 개방적인 문화는 병원 내 직원들과 지역사회 주민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와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끄집어 내어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저는 믿고 있습니다.


외부 파트너들과의 적극적인 협업

이번 QR 코드 프로젝트는 다음과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의 기본 아이디어를 @oojoo 김지현 본부장님께 알려드렸고, 본부장님께서 흔쾌히 해보자고 해서 속도감 있게 전개되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자료와 콘텐츠 들을 각 진료과와 직원들의 도움을 얻어서 모으고, 이를 블로그에 기록하였습니다.  이미 블로그에 정보를 가지고 있던 곳들도 많았는데, 많은 수가 네이버의 블로그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다음의 QR 코드를 찍어서 네이버 블로그를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연출이 되어 약간의 갈등의 여지가 있었는데, 다음 쪽에서 대승적으로 받아들여 주어서 별 무리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개방적인 마음으로 다른 곳들도 일이 진행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음에는 NHN 과도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저희 병원이 LG U+ 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있지만 연구소는 KT나 SKT와도 협업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코드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 방의 코드를 보여드리면, 하단에 "daum" 보이시지요?



사실 초기 협업을 진행할 때, 원내에서 다른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그다지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왜 외부의 회사와 협업을 해서 그 로고를 써야 하느냐?" 는 것이지요.  물론 일반적으로는 맞는 논리입니다.  그렇지만, 효율의 측면에서 볼 때 직접 모든 것을 할 때 보다는 손을 맞잡고 무엇인가 일을 할 때 수월하고, 동시에 그 효과도 큰 법입니다.  마케팅과 브랜드의 이미지에서도 협업을 하는 이미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뭐든 우리 손으로 해야 하고, 다른 곳들에게 우리의 성과를 나누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앞으로의 네트워크 철학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다음이 그동안 QR 코드와 관련하여 멋진 서비스도 준비해왔기 때문에 가장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음, LG U+ 이외에도 협업을 원하는 어떤 곳들과도 일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물론, 저희 쪽에서 염치불구하고 먼저 제안을 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이렇게 프로토타이핑을 해서 내놓는 것에 적극적인 곳들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의료 서비스 문화의 변화를 끌어내기를 기대하며 ...

어제 기자 간담회때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이런 서비스는 다른 병원에서도 금방 벤치마킹해서 똑같이 내놓을 수 있겠다.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맞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먼저 실행하는 실행력이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경험을 주고 철학을 바꿀 수 있다면 당연히 다른 병원에서 도입해서 활성화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것 아닐까요?  되려 다른 병원에서 따라할 수 없는 엄청난 비용과 물량을 집어 넣으면서 "우리가 최고"라고 자랑하는 행태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가능하다면 쉽게 복제하고 다들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을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경험이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대학이 연계된 병원에서 해야할 일이라고 봅니다.

병원을 환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2가지 초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두려움", 그리고 두번째는 "생활" 입니다.  두려움은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고, 어떤 처치가 이루어질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의료진과의 소통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두려움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으로 낮추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병원에서 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참여"와 "소통", "정보" 등의 원칙입니다.  또한 병원에 입원하면 실제 처치에 드는 시간을 생각하면 불과 10% 정도이고, 나머지 90%는 병원이 곧 생활공간입니다.  그런 병원을 더 재밌고 덜 지루하고 인간적인 환경으로 만드는 일도 역시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들이 병원에 있는 동안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고민을 해야할 것입니다.  저희 연구소의 4가지 원칙이 그대로 이용되지요?

저희는 이런 경험과 생각, 그리고 문화의 변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비록 매우 작은 조직에 아직 공간도 별로 없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연구자금 등도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많은 분들과 협업 파트너들과의 논의를 통해 작으면서도 의미있는 혁신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농담으로 이사장님께 "제가 논문 같은 것 출간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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