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7.2 목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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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을 맞이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학생들로 북새통




그 동안 졸리고 힘들다는 글을 몇 번 올린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 끝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소위 끝판왕을 대면하고 있는 기분.

방학 기간일 때 좀 더 바쁘고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고, 다행이었는지 지난 여름 방학 기간 동안에는 기억에 남을만큼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번 겨울 방학엔 차원이 다르다. 하루하루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노력과 물리적인 시간, 공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수술 일정을 잡을 때 그걸 고려해서 일과시간에 끝날 수 있을만큼만 잡고 있다. 그래서 방학 때 하려고 몇 개월 전부터 와서 미리 일정 정해두고 간 사람들이 대부분.

헌데, 방학 시작하고 와서 방학 중에 잡아 달라고, 우리 아이 학교 가기 전에 해 달라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어느 집 아이고 어린이집이나 학교 안 다니는 아이들 없고, 엄마 아빠 다 일 하고 바쁘다. 자기 집 아이만 특별하단 듯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 달라는 사람들을 설득하다 못 해 짜증을 내다가, 이제는 '여름방학에 하세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부모님들 덕분에 하루 할 수 있는 수술보다 더 많은 수술이 매일매일 예정되어있다. 겨울 방학 시작하고서부터니까 벌써 3주째 그랬다. 문제는 2월까지도 계속 수술이 꽉 차다 못 해 넘쳐있다는 것. 매일 외래 마치고서 다음 날 수술 위해 입원한 신환 보고, 수술 설명하고, 동의서 받고, 입원 기록지 쓰는 것만 해도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다. 지난 수요일엔 다음 날 코 수술이 9개라 콧털을 새벽 1시 반까지 깎았다. 물론 그 뒤에 더 일 했고...

이러다 보니 업무에 구멍이 마구 나고 있다. 다행히 윗년차 선생님들께서 별 다른 잔소리 안 하시고 눈감아 주시는 듯 한데, 그래도 내가 봐도 위태위태하다. 언제 크게 한 건 터트릴 듯. 하긴 이미 터트렸다. 7시 까지 1년차 회진을 끝내야 하는데 서 너개나 맞추어놓은 알람을 하나도 못 듣고 그냥 자버린 것이다. 휴우~ 그럴까봐 그 날 자기 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근처 24시간 영업하는 할인점에 가서 알람시계를 새로 사왔는데도 그랬다. 의국에서 편하게 자서 그런가... 그 동안 도저히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계속 외래에서 쭈구려 자다가, 너무 힘들어서 의국에 갔던 건데...

제대로 못 보고 있는 환자들에게 미안하고, 3주째 얼굴 한 번 비추지 못 하는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안부 전화 제대로 한 번 못 해 드리는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지, 내가 곧 1년차가 끝난다고 해도 왜 1년차는 항상 이렇게 인간적인 삶을 못 살아 하는건지 모르겠다. 최소한 내 다음에 올해 새로 1년차가 될 녀석에게는 나보다 덜 고생하도록 도와주고 싶은데, 그게 잘 될런지.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는 이런 체계는 정말 싫다.

이런 글 쓸 시간에 일이나 더 할걸 그랬나?

자유  ivgotf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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