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간만에 꼭 한번 보고 싶은 영화가 있네요. 다른 사람의 뇌 전체를 이식하여 각자 바뀐 몸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기괴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 기대됩니다. 물론 영화를 보고나서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이 영화에 대해서는 맨 아래 링크를 걸어 놓았습니다)


 뇌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자 경외의 대상이었죠. 원시시대에 발굴되는 두개골중에는 머리에 둥근 구멍이 난 것들이 있습니다.


선사시대 제사장들은 악령퇴치라는 명분으로 머리에 구멍을 내어 악귀를 내쫓는 시술을 시행했을 것이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옛 잉카문명에서도 마취가 환각성분이 있는 약초로 뇌수술을 시행했다는 연구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고요.


하지만 사진속의 두개골은 사고로 머리에 구멍이 났다고 보기에 구멍주위가 너무 매끈하네요. 요즘은 수술장에서 두개골을 드릴로 갈아내는데 개인적으론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일부 두개골들은 그러한 시술 후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었던 흔적이 보이도 한다는 것, 즉 그런 시술 후에도 살아 남았던 사람이 있었단 이야기입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어찌 되었건 간에 뇌가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는 사실은 아주 오래전 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사실이지요.


이런 뇌를 이식한다는 생각은 지속적으로 우리 호기심을 자극해 왔는데요. 대표적인 것으로는 1818년 영국의 여류작가가 쓴 "프랑켄슈타인" 이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사망한 사체의 머리 전체를 다른 사체에 이식해서 살려내는데 성공하죠.


이후에도 많은 비슷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실제 이와 관련된 시도가 1970년대 클리브랜드 신경외과 의사 로버트 J 화이트 박사(Cleveland brain surgeon Robert J. White)에 의해 시도되었다고 하지만 그의 주장일뿐 누구나 인정하는 객관적인 사실은 아닙니다. 어찌되었든, 그의 말에 따르면 한 원숭이의 뇌를 다른 원숭이의 뇌에 이식했으며 이식 후 원숭이의 의식은 잠깐 회복되어 음식을 깨물었다고 하지만 그 후 곧 죽은 것으로 발표되었지요.  


그럼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요? 영혼이 머무는 뇌를 다른 사람과 바꾸어 살아갈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가 붙어야겠죠. 현재 시술되고 있는 심장이식 수술도 이전에는 소설에 등장하던 이야기에 불과 했으니까요.


불가능한 이유로는 첫째로, 윤리적인 문제 입니다. 내가 남이되고 남이 내가 되는 혼란에서 부터 내가 존재하기위해 남을 희생해야 하는 현실을 꺼리낌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외에도 안전하지 않은 수술을 할 수 있느냐는 윤리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둘째로,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뇌이식을 한 후 정상인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뇌와 척수를 동시에 이식하여야 하며 공여자의 뇌와 척수에서 나오는 중추신경들을 수여자의 말초신경계,자율 신경계와 하나하나 연결해야 하는데 수많은 신경들을 뇌 신경세포가 죽지 않을 시간내에 (뇌신경세포는 혈류 공급이 차단된 후 대략 30분후 부터 죽음) 모두다 이어주는 수술을 하고 또한 뇌혈류를 담당하는 동맥과 정맥을 이어주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신경을 모두 접합했다 해도 한번 손상된 신경이기 때문에 이어 붙인 신경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전신 마비상태로 계속 지낼 가능성이 높지요. 명백하게 불행한 결과가 예견되는 이런 수술은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환자도 없을 것입니다. 이러니 윤리적이지도 못하다고 현재로써는 판단하는 거지요.


하지만 현재 "파킨슨씨병"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원시 뇌세포나 stem cell을 자신의 뇌에 부분적으로 이식하는 것은 동물 실험에서는 행해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영화의 스토리가 현실이 되는 날이 오겠지요.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뇌이식이 필요하지 않은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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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결 선생님은 신경외과 전문의로 작년 말부터 헬스로그 필진으로 참여하셨습니다. 다양한 건강 의학 상식과, 특히 신경외과 관련한 정보들을 많이 해주실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필진인 결 선생님을 환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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