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배포사진: 오바마 좌측에 스티브 잡스의 뒷모습이 보인다.


췌장암을 앓았던 스티브 잡스가 이번이 세 번째 병가 중이다. 얼마 전 내셔녈 인콰이어러라는 주간지에서 6주 밖에 못산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진을 공개한 것이 의문을 증폭시켰는데, 사실 해당 매체가 원래 선정적이고 과장이 많은 편이라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지난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에릭 슈미트, 마크 저커버그 등의 유명 IT CEO들과 저녁을 함께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하였는데, 사진은 뒷모습만 나왔지만 머리카락 등의 상태로 보았을 때 건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스티브 잡스의 건강은 항상 애플의 주가와 관련이 많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잡스가 병가를 떠난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18일, 주가가 348달러에서 326달러로 하락했지만, 그 이후 잡스의 모습이 실리콘 밸리에서 보인다는 말들과 함께 금방 주가를 회복했다. 그 다음이 이번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보도인데, 역시 하루 동안 14.83달러, 1.33% 떨어지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애플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애플에는 사실 뛰어난 인물들이 많다. 세기의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조너던 아이브도 있고, 현재 스티브 잡스를 대신하여 CEO 역할을 대신하는 팀 쿡 역시도 애플의 복잡한 라인업을 정리해서 정말 효율적인 제조업체로 만드는데 일등공신이 된 살림꾼으로서의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다. 또한, 유명한 유통체인인 타겟의 매장 디자인을 맡았다가, 스티브 잡스가 스카웃하여 전 세계의 제조사의 소매매장으로서 신화적인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애플 스토어를 만들어낸 론 존슨 등도 대단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스티브 잡스처럼 비전을 불어넣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용자 경험과 콘텐츠 등에 이르는 모든 것들을 아울러서 전체를 파악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아이콘과 같은 인물들은 아니다. 모두들 하나의 장점은 있지만, 애플을 대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애플의 대부분의 제품들이 스티브 잡스의 영혼이 담겨있다고 할 정도로 지금까지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사실 스티브 잡스처럼 IT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도 없다. 1976년 약관 22세의 나이로 애플 II 라는 개인용 컴퓨터를 발표하면서, 당대 최고의 기업이었던 IBM 의 회장이 ‘전 세계에 컴퓨터는 5대만 있으면 된다.’라는 말을 뒤집고 세계를 PC 열풍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화려하게 세상에 알려졌지만, 절치부심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공에 따른 후속 제품들의 판매부진으로 자신이 직접 영입한 펩시콜라 출신의 존 스컬리에 의해 애플에서 1986년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그러나 이 때 가지고 있던 현금을 가지고 당대 최고의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기도 하고, 디즈니를 인수까지 하게 되는 픽사라는 회사를 조지 루카스에게서 사서 키우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오늘날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들어가는 운영체제의 기틀을 세우가 되는 넥스트라는 회사도 설립하였다. 이후 1997년 다시 침몰하는 애플이라는 난파선에 합류하면서,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새로운 스마드 모바일 디바이스의 혁신적인 변화와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라는 콘텐츠를 가진 곳들과 개발자들의 생태계를 엮어내면서 PC에 이은 또 한번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만들어 냈다.

엔지니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열정을 전파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예술적인 감각과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능력 등을 갖추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가는 그의 창조적인 능력은 오늘날 꼭 필요한 미래형 인재의 롤모델로 부족함이 없다.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을 여러 가지로 표현하지만 `창조적 카리스마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창조적 사고, 팀원들을 이끄는 열정, 능력 있는 인재의 발굴, 고난에도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중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리더십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같은 게임을 바꾸는 디바이스를 탄생시킨 일등공신이라는 분석에 필자도 동의한다. 그와 함께, 그 자신이 크게 변신한 사람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애플에서 쫓겨나던 시절의 스티브 잡스만 하더라도 협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매우 독선적인 사람으로 평가되었는데, 애플로 복귀할 때에는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창조적인 리더십 이외에도 협력과 대화와 설득의 리더십, 그리고 소비자들이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언제나 일관된 주장을 한 것도 높이 평가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회사에는 항상 큰 위험요인이 바로 그 사람 자신이다. 얼마 전 뉴스위크에서는 커버스토리로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하였는데, 일부 사람들의 열정과 재능 덕분에 기업이 금방 성장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재능과 열정 때문에 이들이 떠나고 없을 때에는 지속적인 발전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이번 애플의 경우도 그런 대표적인 경우가 되는데, 아까도 언급한 바와 같이 애플에 인재는 상당히 많이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서로 어떻게 협력하는지는 물론, 단지 주요인물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스티브 잡스 이외에 부각된 사람들이 없다. 다시 말해 후계구도에 대한 준비가 너무 지나치게 안 되어 있었다고 하겠다. 창의적인 천재들은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중요하지만, 이들이 떠난 뒤에도 번창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천재 창업자들이 떠난 뒤에 회사가 무너진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팬암이라고 불렸던 팬아메리칸 항공이나 켄 올슨이라는 위대한 창업자가 떠난 뒤 급작스럽게 무너진 디지털 이큅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23일 캘리포니아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에는 애플 본사에서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스티브 잡스가 주주총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서 멋진 연설을 보여주고는 했는데, 이번에 나타날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주주들 역시도 이 번 만큼은 “애플의 경영 승계 계획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후계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판 스티브 잡스' 무엇이 문제인가?

작년도에 스타브 잡스는 우리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보여주었다. 소위 "스티브 잡스 육성사업"이 그것인데, 과거처럼 천편일률적인 형태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보다는 기술기업의 전략을 책임질 수 있는 실무능력과 전문성 등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등의 고등교육을 통해 인재양성을 한다는 취지로 국내 유수의 대학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자체로도 나름의 의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은 육성한다고 길러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 보다는 창의적인 인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업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으며,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왕따를 당하거나 불이익만 당하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즉, 육성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분위기, 철학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과거와는 다른 융합적이고, 기술경영에 필요한 고등교육 과정이 이런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의 대성공은 우리나라 기업과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으로 근면한 국민성과 높은 교육수준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앞장서고 중소기업들이 뒤를 받치는 형태의 경제성장을 굉장히 단기간에 이루어 냈다.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사고방식이나 철학, 경영과 사회분위기가 모두 생산수단의 소유와 자본집중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이런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앞으로 미래를 읽어내는 창조적인 인재와 이런 인재들이 커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미래를 주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안겨준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다소 엉뚱하고, 독특한 사람들을 보듬어 안고, 그들의 성공을 도와주며, 여러 기업체와 사람들의 협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문화를 하루 빨리 받아들여서, 기존의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어낸 장점과 융화를 시키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세계적인 혁신기업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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