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독감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이 때 독감이란 질병의 원인은 독감 바이러스입니다. 이렇게 특정 질환을 일으키는 특정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실 그 원인을 한가지로 콕 찝어낼 수 없는 질환들이 있습니다.


많은 암들이 그러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질병의 원인은 한가지가 아니며(multifactorial etiology), 특정 요인은 한가지 질병만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multiplicity of effects)'는 개념이 더 적절합니다. 여기에서 큰 의미의 인과 관계는 역학연구를 통해 이뤄집니다.


예를 달리 들어보겠습니다. 담배는 폐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반복적인 역학적 관찰을 통해 폐암의 발생에 위험 인자(risk factor)로 알려진 것들 중 하나입니다. 담배뿐 아니라, 방사선, 석면, 라돈, 크롬, 니켈등도 폐암과의 관계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최근에는 각 개체의 유전적인 요인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추정되는 것들을 해당 질병의 위험요인들(risk factors)이라고 합니다.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증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인과 관계의 증명이 어렵다면, 담배라는 요인을 제거했을 때 예상되는 폐암도 변화되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그 인과성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속에서 많은 위험 인자 중 어느 인자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포스트의 주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질병의 위험요인은 질병의 원인이란 뜻일까요? 확률적으로 연관성이 높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만, 정확히 인과 관계, 즉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에이, 그게 뭐야?'라고 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든 과학적 지식은 불확실하고 그 불확실의 정도는 확률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이야기죠?


역학 연구의 중요성은 많은 요인들 속에서 어떤 위험 요인들이 더 의미가 있는지 알게되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상식으로 알려진 많은 의학지식들이 역학 연구로 시작되어 그 인과 관계의 증명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비타민 C와 구루병, 짠 음식과 고혈압, B형 간염과 간암, 산모의 풍진과 선천성 기형 ..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의학 연구 결과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낚인 느낌을 들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연구 목적 자체가 과거 연구의 답보 수준에 그치는 정도임에도 과도한 제목을 잡았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고, 때로는 역학 연구의 결과가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괴리감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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