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서 2시간 거리인 가메다 병원이 늘 환자들로 가득 찬 이유에 대해 지난번에 간략히 소개해 드렸는데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핵심을 정리하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Yes'로 대응한다는 서비스 정신이 지금의 가메다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병원 내에 바를 운영하고 환자복 입은 사람들에게도 '술'을 판매 한다니 말 다 했지요. 우리 나라 병원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10여년 전 병원에 처음으로 24시간 편의점이 들어올 때 술 담배 논란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병원에서 술과 담배 모두 판매 금지했지요.

모두 환자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뿐인가요? 병원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조차도 환자들에게 밥을 팔지 않습니다. 역시 환자를 위해서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당뇨로 조절 중인 환자도 있고, 식이 조절을 해야하는 수술 준비 환자나,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 기타 여러 이유로 외부 식사를 해서는 안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환자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얼핏 생각하면 '그래 환자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맞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시죠. 만약 여러분이 요로결석으로 통증조절을 위해 입원해 있고 별다른 식사 제한을 둘 이유가 없는데 (심지어는 맥주 한잔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데) 병원에 있으면서 그 정도의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면 (혹 모르면 모를까) 왠지 억울하지 않으시지 않겠습니까?

만약 가메다병원처럼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의료진은 여러분이 약간의 음주가 가능한지 식이를 제한할 필요가 없는지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합니다. 단순히 환자에게만 제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병원내 이용 가능한 시설과도 정보를 공유해야겠지요. 이때 필요한 것이 IT 입니다.

병원 정보시스템과 연동된 시스템은 병실에서 룸서비스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시켜먹을 때나, 음주를 하고 싶을 때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도 되는지 안되는지 가려줍니다. 우리는 환자 안전을 이유로 (실제로는 통제하는데 필요한 수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은 것이죠.

병실에서 통제 가능한 면회 시스템 역시 IT를 활용한 것입니다. 내가 면회하고 싶은 시간을 미리 입력해 놓으면 외부 손님이 프론트에서 조회했을 때 면회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려줍니다. 완벽하게 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실제로는 진료에도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표준진료지침을 병원정보시스템에 적용해 모든 의사들이 표준화된 진료를 보도록 하고 있고, 환자안전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전산화 하고 있습니다. 가메다 병원의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IT입니다. 이 분야에 수십년 전부터 투자해 왔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이죠.

사실 가메다 병원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장례식장이야기나, 동물들을 위한 PET 센터 (암 조기진단에 활용하는 장비와 같은 표기라서 가메다 병원에는 PET 센터가 두 갠데 하나는 동물용이라고 말하는 것이 의사들에게는 약간 언어 유희기도 한데...별로 안웃기시죠?) 이런 것들은 고객 중심의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정도의 노력이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나에겐 쉬운 일이다'라고 말한 존 워커 부원장의 말이 괜한 자신감이 아니구나 싶어집니다. 최근 디지털 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의사들이 이제 EMR이 뭔지 정보시스템이 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환자를 위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메다 병원은 그런 의미에서 정보시스템과 서비스가 결합하여 고객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소중한 사례가 아닐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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