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제닥의 하루가 가고 있습니다.

제닥의 평범한 일상이 무엇인고 하니 의료생협 준비로 고난의 시기가 막 시작되고 있는 (김제닥 선생님은 울기 일보직전이셨어요, 이 얘길 하실 때) 이 시점에 선생님들은 진료에 외부 강의에 폭풍처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계시고, 이와 대조적으로 게으른 학생들은 친절한 주방장님의 라떼 아트를 만끽하며 나비와 어떻게 하면 좀 더 친해지려나 음흉한 눈빛을 날려보는 한가로운 시간이지 말입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늘 무위도식하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진짜예요! 게다가 이런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바람직한 모습, 이게 다 교육의 일환인거죠 뭐)
지난번에는 정제닥 선생님이 건네주신 하버드 의과대학의 가정 의학 책을 읽어보았는데, 감기에 관한 단원을 읽다가 치료법 중에 'chicken soup'이라는 단어가 의대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것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고, 오늘은 형주쌤과 학생들 모두 Rakel 가정 의학 책을 공부하다가 'art of doctoring' 이란 표현을 보고 머리 꼭대기가 찌릿(!) 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김제닥 선생님의 진료를 참관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참관의 기회를 얻기가 쉽지는 않은데, 오늘은 운이 좋았나 봅니다. 그런데 진료실 안의 광경이 어떠했냐 하면, 이게 또 참 평범하진 않았습니다.
(아우 참. 제 태블릿은 고장 나서 그림도 못 그리겠고, 말주변은 없으니 참 난감하네요)

진료실의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소파에는 환자분과 졸고 있는 바둑이가, 나머지 쪽에는 김제닥 선생님과 형주쌤, 제가 빙 둘러앉게 되어 크지도 않은 진료실은 4인 1묘로 가득 차 있는, 뭐랄까 상당히 수다 떠는 구조가 되어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그래도 김제닥 쌤의 운동 못함에 대한 부끄러움과 환자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아, 이게 제닥이구나. 이게 제닥의 모습이구나.' 하는 느낌이 딱 오더라구요.

사실, 제닥의 이념이나 목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는 저에게는 아직 제너럴 닥터에게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요소들이나 그냥 막연한 궁금증도 참 많습니다. 그리고 2 주의 실습을 통해서 그 궁금증을 모두 해결하고 제닥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진 않아요. 아마도 그 이해하지 못한 것들, 제닥에 있으면서 가지게 된 본질적인 질문들은 의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혹은 환자를 직접 대면할 때 마다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숙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제닥에 있으면서 그 무수한 질문들의 실마리 몇 개 정도는 얻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은 듭니다.

참관실에서 나오자마자 봇물 터지듯 생겨나는 궁금함을 김제닥 선생님께 쏟아냈는데,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게다가 진료 중이셨단 말이죠, 쌤은) 전에 만드셨던 발표 자료들도 함께 보여주시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골라 설명해 주신 덕에 혼자만 궁금해 하던 것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혹은, '제닥 선생님들은 너무 이상주의자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제 스스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참 좋아요, 여기 제너럴 닥터는요.
처음엔 참 게으른 마음으로 제닥을 찾았던 것도 솔직한 마음인데, 여러모로 생각도 많이 하고 실무적인 것들도 보고 배워가고 있습니다.

+ 덧. 월요일에는 드디어 바둑이가 제 무릎에 잠시(!) 올라와 앉을까 말까 고민하는 듯 한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정제닥쌤의 무릎에서처럼 쏙 안겨 있지는 않았지만, 이정도면 뭐. 급속도로 친해지고 있는 거 아닐까요;)
  어서 빨리 냐옹이들과 친해지고, 제닥의 단골이시라는 스노우캣님만 만날 수 있다면 저는 참 소원이 없을 텐데 말이죠.

23일에 쓰고 24일에 올림(또 늦게?) by se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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