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그 말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는 경우가 매우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달리 해석한다는 것을 의사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어서 오해가 생길 때도 많이 있습니다.


세계 어디서나 의사와 환자와의 생각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질환을 두고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난다는 것은 오랜 세월 지적된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의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의사의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도, 환자의 입장에 서서 매번 생각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란 것은 틀림 없을 겁니다.


Research to Practice 연구소의 대표인 Neil Love 박사는 지난 2007년 1월에 있었던 소화기 종양 심포지움에서 재미있는 발표를 했습니다. 종양 전문의 150명을 대상으로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항암 치료의 효과로 1%의 재발가능성을 줄일수 있다면 환자의 몇 %가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조사해보니 의사들의 예상은 19%였다고 합니다. 반면 환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에는 36%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이 조사를 통해서 암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에 있어 의사는 위험(Risk)를 이야기하지만 환자는 이득(Benefit)에 중심을 두고 듣는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의 입장이 다르니 생각도 다르고 중심을 두고 있는 부분도 다를 수 있습니다만, 이런 차이는 의사와 환자간의 대화가 부족한 부분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응급실이나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서는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응급으로 시행하는 처치나 수술을 통해 생길수 있는 부작용과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위험을 설명하면 간혹 수술 부작용을 걱정하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의학적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더 이득이 많다고 설명한 것이지만 환자와 가족들은 위험에 주안점을 둘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의사 소통이 100% 원할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해라는 것은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하는데 그러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의사처럼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의사가 되고 나서도 모든 과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듣고 이해하기 불가능할 때도 많은 마당에 환자와 가족이 완벽히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겠지요.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고 해도 걸리는 시간은 짧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충분한 진료시간이 필요한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이런 방법으로 힌트(?)를 드립니다.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또는 "제 가족이시라면 이 방법을 이러한 이유로 생각해보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의 은사님들도, 제 선배님들도 써온 방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Research to Practice 연구소의 대표인 Neil Love 박사가 올해인 2008년 초 소화기 암 심포지움에서 이와 유사한 주제로 발표한 것이 있습니다.


암을 진료하는 의사(oncologist) 150명을 대상으로 만약 진료하는 환자와 같은 질병에 걸렸다면 당신은 어떻게 치료하겠습니까란 질문을 했습니다. 대답한 의사의 4분의 3은 환자에게 권한 치료법을 그대로 나도 받겠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만, 나머지에 있어서는 병기가 낮다고 해도 조금 더 적극적인 치료(aggresive)로써 항암제나 수술을 선택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사가 생각하는 것과 환자가 이해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Neil Love 박사는 여러 가지 설명을 듣고 나서 의사에게 "당신이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란 질문을 해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보험이 되지 않더라도, 때로는 아직 이론뿐인 방법이라도 나는 이렇게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의사 역시 환자를 진찰할 때 환자의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의학 정보가 많이 퍼져있고, 친구와 가족을 통해 들은 의학정보를 바탕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요즘, 그러한 정보의 대부분이 때로는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옳바른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환자에게 "이 질병에 대해 인터넷이나 다른 곳을 통해 알아보셨나요?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Neil Love 박사는 조언합니다. 특히 암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항암제 부작용을 듣고 나서 자신의 암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잘 아시겠지만, 암마다 항암제 종류도 다르고 부작용도 천차 만별입니다.


좋은 의사는 설명도 잘하고 실력도 있어야 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란 쉽지는 않습니다. 무뚝뚝하고 설명은 없지만 실력좋은 장준혁과 실력은 없지만 자상하고 설명 잘 하는 최도영 중 한 명에게 진료를 받으라고 한다면 대부분 장준혁을 고를 것입니다.  재수 없이 굴어도 실력이 받혀주면 뒤에서 욕먹는데서 끝납니다만, 말만 번지르하고 실력이 없는 것은 절대 용서가 안되는 것이 의사라는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력은 기본이란 소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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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Love 박사의 연구는 심포지움에서 초록으로만 발표되었고, 당시 조사한 암은 대장암(Colon cancer) 입니다.


Source : How well do we communicate with our patients? A survey of patients who received adjuvant chemotherapy for colorectal cancer, Love N et al, Gastrointestinal Cancer Symposium, Abstract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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