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생활이나 사적 감정이 남에게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을 만나 가까워지고 편하게 속내를 드러내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충분히 가까워지지 않은 사람이 내 사사로운 일상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부담스럽다.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 오래 걸리더라도 쉽게 져버리지 않는 끈끈한 내 방식대로의 인간관계가 편하고 좋았다.
긴 시간 숙성시킨 관계... 그 쌓여진 시간들이 편안하고 따뜻했다.

예전 직장에서 적당한 거리로 지내던 직장 동료가 자기 친구가 내 대학 선배라는 얘길 지나가는 말로 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그 동료가 괜스레 불편해졌다.
과거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과 현재의 나를 아는 사람이(그것도 적당히^^) 사소한 것이라도 나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도 있다는 사실이 과히 기분 좋지 않았다.

나의 그런 특징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멀리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생성되는 크게 의미 없는 수다가 문자화 되어 남겨진다는데 대한 거부감이랄까...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기록이 되어 남겨진다는 것도 꺼림칙했다.
‘내가 왜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얘길 해야 돼?’라는 괜한 오기가 발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은 나에게 자꾸만 개방을 요구한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미니홈피, 블로그, 최근 가장 큰 화두인 페이스북과 트위터까지...
‘너의 생각을 표출하라’고 나를 압력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달가운 변화는 아니다.

그런데 내 고집대로만 살기엔 이미 세상은 너무 오픈화 되어있다.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가 꼬리를 무는 SNS가 개인적 일상뿐 아니라 업무에서조차 필수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는 세상에 내가 무슨 독불장군이라고 “난 나만의 길을 간다.”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점심에 마신 커피 한 잔도 뉴스가 되는 세상…
누군가가 긁적인 한마디가 1초도 안 돼 순식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하는 빠르고 열린 세상... 천천히 쌓아가는 시간보다 빠른 정보력이 경쟁력인 세상... 그 변화를 어떻게 내 방식으로 흡수할지는 아직은 명확히 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사이트 개편 문제로 소셜 미디어에 대해 집중탐구(?)를 해나가고 있는데 그동안 내가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걸 더욱 실감해가고 있는 중이다.
세상은 내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변해있고 그 변화에 대한 정보들은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쌓여가고 있었다.
짧은 시간 내의 방대한 정보의 축적...
너도 말하고, 나도 말하고 모두가 말하는 세상...
그 중복되면서도 다른 엄청난 양의 말말말들 중 내게 필요한 것들을 뽑아내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1인 미디어라 불릴 만큼 개인의 목소리가 세상에 여과 없이 드러나는 시대...
그만큼 의미 없이 떠도는 ‘소리들’도 많아지는 과잉생산, 과잉흡수, 과잉폐기의 시대...
이 시대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소셜해지고 또 소셜해지면 그 소셜의 다듬어진 모습은 어떤 형태일까?
여성들의 패션 유행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 다시 한 바퀴 돌아 제자리 돌고 돌듯 정보생산방식도 변화와 회귀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전혀 예견할 수 없게 자꾸 변화하며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할 것인가?

정보를 찾아 인터넷을 헤매고 다닐수록 이런 엉뚱한 궁금증이 머릿속에 맴맴 돌고 돈다.

결론은 없다... 있더라도 내가 지켜볼 순 없을것 같기에... 더욱 궁금하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