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이 성황리에 종영되었다.

의학드라마라고 분류되기도 하지만 많은 블로거들과 언론에서도 설명하듯 오히려 정치드라마, 아니 난 조폭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장과장이 보스가 되기 위한 과정을 그린 조폭 드라마.

이미 오래전에 일본에서 성황리에 방영된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 한지라 흥행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그래도 국내 정서와 최신 의학적 주제인 다장기 이식으로 업그래이드를 잘 했고, 연기자들의 노력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본다.

하지만, 장기 이식할때 요관을 요도로 잘 못 말한 사소한 잘못된 용어 사용과 어설픈 차인표의 버터바른 의학용어를 제외하더라도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하얀 거탑은 3 단계로 긴장을 이끌어 간다.  첫 번째는 과장이 되기 위한 암투과정이다. 마치 젊은 후계자가 나이든 보스를 없애 듯 비정함이 보인다. 그런데 빠진 이야기가 있다.

왜 장준혁은 야심으로 똘똘 뭉칠 수 밖에 없었나? 어릴 때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받드시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겠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두 번째는 의료 사고. 이 때 자신의 측근들을 방패 삼아 자신은 완전 무결한 상태로 남으려고 한다. 여기서도 납득되지 않는 사소한 부분이 있다.

가슴 음영에 대한 방사선학 전문의의 판독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장준혁이 아파서 시행한 컴퓨터 촬영 후 방사선과 과장을 만났다는 의국장이 "판독지 가져다 드릴까요?" 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드라마상의 명인병원에도 진단방사선과가 존재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즉, 소화기 내과(최도영)나 외과(장준혁)가 흉부 사진을 가지고 전이다 아니다 학문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침습적인 시술, 즉 폐 생검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흉부사진의 판독 이야기는 쏙 빠져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마취를 하기전 시행하는 기본 검사에 흉부촬영이 다 들어가며, 방사선과 판독 없이는 대학병원에서 마취조차 해주지 않는다.

그건 그렇다고 치자. 장준혁은 자신이 폐 전이를 놓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마도 전제로 깔려있는 완벽한 자기 이미지에 도취 되있는 약간의 병적인 정신상태임을 감안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환자의 사인은 폐색전. 법정에서 오고간 이야기만 종합해도 전이와 폐색전은 개연성이 없었다. 문제는 담당의 염동일이 도와달라고 했음에도 무시하고 떠넘긴 주치의 장준혁의 태도다. 환자 보호자들도 여기에 분개하는 것이고.

그런데 양측 변호사 모두, 의사인 장준혁까지도 문제의 핵심을 폐전이를 미리 알았느냐 몰랐느냐로 끌고간다.

항심에서 이긴 이유도 폐전이를 몰랐는데 숨겼다는 것이 들켜 재판에 지는 것 처럼 나온다.

마지막 단계인 장준혁의 암전이 상태로 인한 사망단계에서는 장준혁이 완전 무결을 추구하는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으로 모두 인정하는 가운데 환자인 장준혁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기타 약속 및 회합 장소가 일식집이라는 것, 일부 교수의 집 구조가 일본의 가정집을 연상시킨다는 것. 교수들 차가 너무 고급이고 검은색 일색이라는  것. 옥에 티라고 생각된다.

조폭 영화를 보며 조폭이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화에서 영웅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장준혁 역시 훌륭한 수술기술을 앞세워 개인적 명예와 영리를 추구하는 그다지 존경할 만한 인물이 아니지만 오히려 환호하게 된다.

다소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치 못하고 보게 되는 잘 짜여진 드라마란 생각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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