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의 실기시험의 조직적 유출이라는 어제 오늘 경찰 조사를 가지고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로 이해가 안 된다. 솔직히 이 사람들이 의사면허실기시험이란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수사를 하고 기사를 쓰는지 의심된다.
 
실기시험의 종류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짜 환자를 진찰하면서 합당한 질문을 하고 청진기 등으로 진찰을 제대로 하는지 진단에 근접하는지 평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장을 하려면 어떤 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시연하는 것이다.
 
그럼 위의 두 가지 경우는 무한대의 범위에서 선정되는 것인가? 아니다. 의과대학 학습목표에서 선정된 40여개의 증상을 중심으로 120개 정도로 한정되어있다. 왜냐하면 의과대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지 테스트하는 것이며, 일차 진료, 즉 동네의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환자의 진찰법을 알고 있는지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매하면 안 되는 국가고시의 특성을 감안하면, 아주 전형적인 환자 증상을 가지고 시험을 본다. 예를 들면 우하복부가 아픈 사람, 충수돌기염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물어봐야할 것을 적절하게 물어보는지, 환자 배를 누르는데 적절히 누르는지, 청진기를 사용할 줄 아는지... 이런 것들이다.
 
쉽게 생각하면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데 코스를 T자, S자...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시험을 보는 것이다. 시험 볼 때마다 코스를 희한하게 만들어서 보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기본적인 운전실력, 주차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 목적인 '면허' 시험이기 때문이듯, 의사면허시험이란 것도 수능처럼 어느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면허를 주는 것이 목적인 시험인 것이다(60점 이상이면 합격).
 
이런 식으로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마녀사냥을 하는 분들은 운전면허시험을 볼 때, 기출문제집이나 학원에서 코스연습을 하는 것을 그냥 두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시험문제를 유출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썼으니 불법이라는데, 그럼 내 친구(또는 형제)가 다음 달에 비슷한 시험을 보는데, 내가 시험을 보고 나와서 '난 이런 시험을 봤어'라고 말하는 것을 처벌하겠다니, 이건 국가보안법의 '불고지죄'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무슨 현실성이 있는 규정을 만들고 지키라고 하기 바란다. 그리고 120개가량 되는 실습수기를 완벽하게 외우고 기구를 다룬다면, 누가 봐도 그 학생은 의사면허를 주기에 충분하다. 이미 학생 때부터 수년 동안 의과대학에서 예상문제를 실습하고 있지만, 5~8%의 학생은 떨어진다. 현재 각 의과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예상 실기시험문제와 국비를 들여 지어 놓은 임상실습센터에서 하는 것은 모두 실습시험문제를 사전 유출하는 기관이다. 저 경찰들과 기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는 것이다.
 
'현실을 제대로 알고, 현실성 있는 규칙을 만들고 나서, 지키라고 강요하기를 바란다.'로 위 글은 요약될 것 같다. 아무리 각서를 받아도 소용없는 짓이기도 하고, 수능처럼 경쟁시켜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운전면허시험처럼 면허의 자격을 나누어주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을 통과하는지 보고자 '학습목표'로 이미 출제범위와 테스트방식이 공지되어있는 시험을 가지고, '시험문제 유출'을 운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속내가 궁금하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유출'이라는 것은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위원들이 시험을 보기 전에 유출하는 것인데, 현재의 경우는 유출이 아니라 '시험 후기'가 더 적합한 표현일 것 같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는 운전면허 코스시험도면을 공개하는 수험자나 학원도 처벌해야하고, 공무원시험 및 각종 자격증 시험의 기출문제집을 발행한 자와 누설(?)한 자도 처벌해야 할 텐데... 이건 뭐 경찰국가가 되려는 것일까?
 
p.s. : 아시아 최초의 의사면허실기시험 시행국가라며 여러 매체를 통해 광고하는 보건복지부등의 모습을 몇 년간 보면서 썩 달갑지 않아왔다. 상당한 예산, 국민의 혈세를 들여 이런 실기시험을 보는 것이 정말 양질의 의사를 배출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실기시험도 시험일뿐인데, 자꾸 세계 몇 번째, 아시아 최초를 붙이려는 자격지심에서 기인한 일등주의, 사대주의, 그리고 이에 결탁된 연구비 및 예산에 대한 욕심 때문에 한국의 의사면허시험과 의학교육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