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백신연구소를 아시나요? 얼마전 혀 밑에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백신 주사를 대신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보도를 보신 기억이 있으시다면 국제백신연구소(IVI,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를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지난 1월 28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한편의 실험 논문이 수록되었습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쥐에 있어 설하로 투여한 결과 과거 코점막을 이용한 백신에 비해 신경계 부작용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효과는 비슷하다는 보고였습니다.


이 논문을 인용해 해외 여러 언론에서 보고가 있었고, 의료 포털등에서는 비중있게 다뤄졌습니다. 특히 제 눈을 끌었던 것은 기사 끝에 있는 Seoul, Korea 라는 반가운 단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한국에 있는 연구소에서 낸 연구 논문이였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라는 곳이 한국에 있구나'하고 이때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연구공원내 국제백신연구소>


국제백신연구소는 1990년대초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로 시작되었으며, 아시아 여러국가가 경합을 벌인 결과 1994년 대한민국이 유치국가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IVI는 비엔나조약(1969)에 의거 1997년 10월 독립적인 비영리 국제기구로 공식 출범했다고 하며 대한민국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기구입니다. 왜 여지것 몰랐을까 싶더라고요.


한국의 연구자가 해외 학회에 기고하는 수 많은 의학 논문이 있습니다만, 이 연구 논문이 눈에 띈 것은 아이를 가진 부모로써 또 예방 접종을 하는 의사로써 더 편리한 방법으로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실용화가 가능해 질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만,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의 생각과 또 국제백신연구소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논문은 혀 밑에 인플루엔자 백신제제를 넣는 방법이 쥐실험에서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약독화 생백신, 쉽게 말해 살아있는 바이러스로 만든 백신 뿐 아니라 비활성화된, 사백신에서도 같은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 주목됩니다.


인플루엔자 비강 스프레이(nasal spray) 제형은 매우 손쉽고 바늘을 사용하지 않아 어린아이들에게 쉽게 접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여러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상당히 쉽게 접종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제형은 생백신(LAIV)이기 때문에 심하게 면역기능이 억제되있는 환자나,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건강한 사람들만이 비강 스프레이 백신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말 FDA에서는 5세 이상의 사용기준을 2세 이상으로 낮추기는 했습니다만, 연령 및 건강한 사람에게만 접종이 가능한 여러가지 적응증의 한계는 바늘을 사용하는 제형에 비해 큰 이득이 과연 무엇이 있는가하는 고민을 하게 합니다. 점막을 사용하기 때문에 점막 면역도 강화된다는 실험실 연구가 있습니다만, 여러 차례의 임상 실험에서는 기존의 사백신 제형과 예방 효과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 내부의 실험실 - IVI 제공>


그렇다면 이번 설하 백신이 실용화가 된다면 이러한 제약들을 벗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이자 국제백신연구소의 점막면역파트의 실장이신 권미나 박사님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비강을 이용한 백신도 매우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건강한 사람에게만 투약해야하는 제약은 약독화 생백신(LAIV)이기에 가지는 한계겠지요. 이번 설하 인플루엔자 백신 실험에는 사백신 (inactived vaccine)도 효과를 보였어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되야하고, 인체 실험까지 해봐야 알겠지만 사백신을 이용한 설하 인플루엔자 백신이 가능하다면 비강 스프레이 제형보다 더 넓은 적응증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죠."







<권미나 박사님 - YTN 캡춰>
이번 논문에서 주안을 둔 것 중 하나가 중추신경계 부작용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였습니다. 항원에 마커를 달아 투여한 후 나중에 시행한 면역 염색에서 신경계에서는 항원이 발견되지 않아 드물긴 하지만 인플루엔자 백신의 부작용 중 하나인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더 적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험실 연구 결과와 추후 인체의 임상 실험 결과는 항상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과거 코점막을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은 중추 신경계 침투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임상 실험에서는 위약과 비교했을 때 의미있게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코 점막을 이용한 백신도 상당히 좋은 방법입니다만, 설하 백신의 경우 그 보다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체 임상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요. 인플루엔자 백신뿐 아니라 다양한 백신을 설하로 투약할 수 있다는 단초가 되는 연구기때문에 설하 백신이 가지는 장점을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앞으로 연구가 계속 될 것입니다."


권박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앞으로 다양한 질병 예방 백신에 대해 설하 백신이 가능한지 연구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설하 투여 경로가 가지는 안전성이 비강에 비해 좋고 효율성에서도 우수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설하 투여 실험을 위해 마취된 쥐 - YTN 캡춰>


이번 연구의 제 1 저자인 송주혜 연구원은 국제백신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실험은 쥐를 이용한 만큼 실험실에서의 고생도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작은 쥐의 혀 밑에 약을 투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였을 것 같습니다.



"설하 투여 후 삼켜 소화기관에서 흡수되는 일이 없도록, 또 움직여서 제대로 투약이 되지 않을 수 있어 마취시켜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잘 흡수될 때까지 포지션을 잘 유지해야 했지요. 고생은 많이 했지만 백신의 설하 투약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앞으로 설하 백신 연구가 활발해질 것을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연구 발표가 있은 후에도 여전히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은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연구를 축하하는 회식은 하셨냐는 질문에 웃으시며 하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바쁘신 시간 중에도 질문에 상냥하게 답변해주신 권미나 박사님과 송주혜 연구원께 감사드립니다.





<논문 제 1저자인 송주혜 연구원 - YTN 캡춰>


이렇게 연구 개발된 기술은 개발도상국에 기술 이전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현재 콜레라, 일본 뇌염, 로타 바이러스,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며 뎅기열에 대한 연구 프로그램이 최근 착수된 상태입니다. 또한 개발도상국 소아 설사병의 주요 원인이 독소원성 대장균 (ETEC)에 대한 연구도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개발도상국의 전염성 질환 예방에 앞서고 있는 국제백신연구소>


국제백신연구소는 신종 혹은 개량 백신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건강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믿음과, 과학, 공중 보건, 백신 산업 분야가 서로 협력하여 이러한 백신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려는 비영리 국제 단체입니다.


또한 북한이 백신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신세대 백신을 보급할 수 있도록 북한의 과학 및 보건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존 클레먼스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평화를 부르는 '백신외교'라는 한겨레 기고문에서 평화를 유지하는데 있어 의료, 특히 백신을 제공하는 것이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유일의 국제기구 본부인 국제백신연구소를 통해 더 많은 나라들과 협력해 나감으로써 새로운 백신 과학기술의 혜택을 개도국 어린이들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인 백신이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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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Sublingual vaccination with influenza virus protects mice against lethal viral infection, Song JH et al. PNAS, 2008 JAN
주사기 사용없이 혀밑으로 투여하는 새로운 점막백신접종법 개발, 국제백신연구소

관련글 : 평화를 부르는 '백신외교' - 존 클레먼스 IVI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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