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방사능비"(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때문에 투닥투닥 거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말이 맞느냐, 전문가들 말 믿을 수 없다, 전문가 말은 못 믿으면서 다른 비전문가들의 말은 어떻게 믿냐 등등. 이런 게 뭐 하루 이틀 있어왔던 일도 아니고 이미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던 패턴이죠.

거기에 정치적인 색이 덧붙으면 더욱 싸움은 격렬해 집니다. 현 정부를 싫어하는 측은 위험을 과장하거나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가정하여 "정부는 뭐하냐"는 레퍼토리로 압박하고, 그 반대편은 유언비어 유포세력이라고 몰아붙입니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이게 어느 것이 옳은 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그러다보니 "전문가 너네들은 뭐하는데?"라고 불만을 털어놓을 수밖에요. 그런데 말이죠. 과학자는 '여러분이 원하는' 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것은 답이 없는 문제에요. 여러분은 위험을 "모두가 동의할 수 있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아는 분 중에 엘리베이터를 못타는 분이 있습니다. 그걸 타면 사고가 나서 죽을 것 같대요. 그래서 걸어 다닌답니다. 자, 그 분은 정신병자일까요? 엘리베이터는 위험한가요? 엘리베이터가 떨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요?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요? 여러분은 답을 하실 수 있습니까? 정말요?


모든 문제의 답이 이렇게 명확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사진은 골든벨을 울렸던 제 고교 후배님^^)

세상에 "~일 수도 있다"는 것처럼 애매한 것이 없습니다.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그 낮은 확률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너는 정신병자, 이렇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자주 타는 우리들에게 그런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아프리카에서 한 번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는 대다수일 수 있습니다. 보통 그런 사람이 소수면 "불안장애"라고 이름을 붙이겠지만 그런 사람이 많으면 환자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됩니다. 엘리베이터는 그래도 우리가 통제하기 매우 쉬운 것이지만 방사능과 기후처럼 앞으로 뭐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또는 "절대적으로" 위험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숫자를 다루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우열은 갈리지만 다수 과학자에겐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소수 과학자들에겐 대단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건 양쪽의 감도가 다른 겁니다. 신문 기사엔 양쪽에서 한 명씩 나오니까 지들끼리도 싸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이러한 이슈에 대해 결론을 내리려면 결국 상황 판단에 있어서 몇 가지 가정을 전제해야만 하는데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제가 판단하기에 "지금 상황에서라면" 방사능비 운운하는 것은 너무 앞서갔다고 봅니다. 계속 언론이 방사능량을 무시한 채 "방사능 검출" 속보를 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구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니까요. 대다수의 사람은 어떤 위험성에 대해서 계속 듣고 본다면 불안을 느끼게 되어 있고 그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때문에 정부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물론 거짓되거나 편향된 데이터를 가지고 하면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 원전에 더 심각한 상황이 온다든지, 이상 기후로 바람이나 해류 방향이 바뀐다든지 하는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겠죠. 때문에 오히려 지금 정부와 관련 단체에 요구해야 하는 것은 그런 심각한 상황이 (안 오면 좋겠지만) 올 때를 대비해서 무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 이지 정부의 발표에 "지금 너희들 국민 속이는 거 아냐?", "과연 정부 발표를 믿어도 되냐?"와 같은 불신과 소모적인 논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습니다만...)

그런데 과연, 그런 준비는 잘 하고 계시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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