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치료 때문에 오랫동안 병원에 규칙적으로 다니시던 분이 아이팟을 잃어버리셨다네요. 처음에는 아이패드로 잘 못 들었는데 다시 확인해 본 결과 아이팟. 분명히 저희 병원에서 잃어버리셨다고 하니 난감할 수밖에. 지난주에 잃어버리셨다고 하는데 병원 내에는 아무리 찾아도 없고...오늘 전화를 해 봤습니다. 아직도 못 찾으셨느냐고. 혹시는 집이나 차에 두셨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렇지만 불행히도 집에도, 차에도 없다는군요.

불현듯 생각난 원내 CCTV (대기실에 있습니다.)...녹화기능이 있으니 그 환자분이 방문한 날짜에 비슷한 시간대를 찾아봤습니다. 들어오실 때 뭘 들고 오셨는지 봤으나 아무 것도 안 들고 들어오시는군요. (처음에는 아이패드라고 오해를 했으니...안 가져오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아이팟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냥 보는 수밖에...-_-) 소파에 앉아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아이팟의 이어폰을 귀에서 빼는 동작이 보입니다. 그리고는 소파에 두셨다는데...아뿔사. 하필이면 CCTV의 사각지대. 맞은 편 CCTV는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이고 말이지요. 그래도 눈이 빠지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 분이 혈액검사를 하러 가신 뒤에 누군가가 들어와서는 그 자리에 앉으시네요. 혈액검사를 마친 분은 제 자리에 앉지 못 하고 읽던 책을 가지고 다른 소파로 가시고...몇 분 후, 아이팟을 잃어버린 것을 알아채신 그 분은 서성거리면서 아이팟을 찾고 계시지만 막상 그 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분께는 물어보지도 확인하지 않으시는군요. 아까워라...-_- 좀 물어보시지.

뒤에 앉았던 분은 조금 후에 화장실로 갔다가 진료실로...음..아이팟은? 없습니다. 아니, 없는 것 같습니다. 맞은 편 CCTV로는 확인이 안 되니까요.

글쎄....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으니. 게다가 그 분도 병원을 찾아오신 환자분인데 증거도 없이 전화를 하고 물어볼 수도 없고. (누군지 저는 알아봤습니다.) 물론 고의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고 우연히 떨어져 있는 물건이라 순간적으로 혹한 것이겠지요. 특별히 고가의 물건은 아니지만 그 환자분이 일하는 프로젝트 같은 것을 저장해 놓은 것이라 참 중요한 것인데...안타깝네요.

CCTV를 다 보고 전화를 드렸더니 "잘 보관 못 한 제가 잘못이지요..뭐"라고 하시는데 뭐라 위로드릴 말이 없습니다. 중요한 물건일수록 보관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중요한 자료는 반드시 백업을 해 놔야겠다는 생각, 그리고...남의 물건이 있으면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그리고 예전에 있던 병원 내시경실에서 어느 환자의 가죽점퍼를 누가 들고 가서 할 수 없이 병원에서 물어줘야 했던 기억들이 나는 날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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