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환자들이라서 그런가?
혈관이 약하다.
나만 해도
팔에 근육은 별로 없고 지방만 많아 혈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반 수액을 맞아도 금방 퉁퉁 붓는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지방도 녹이고 혈관 탄성도도 올리고 유연하게 해야 하는데...

항암제처럼 그 자체가 혈관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약제는
맞을 때마다 혈관이 딱딱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쪽에, 다음번에는 다른 쪽에, 그 다음번에는 다리에...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혈관을 찾아 헤매면서 맞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들이 빨간 약이라고 하는 아드리아마이신은 항암제 중에도 혈관 독성이 심하다.
주사를 맞다가 혈관이 터지면서 주위 조직으로 항암제가 새는 일이 생기는데
다른 항암제는
좀 며칠 아프거나 피부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다가 다시 원상복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큰 걱정은 없는데
아드리아마이신은 주위 조직으로 새면
염증이 심각해지고 조직이 괴사되기도 하며 궤양처럼 푹 파이다가
상처가 낫지 않아 성형외과에서 피부이식 수술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심장 위쪽으로 들어가는 대정맥에 중심혈관삽입술을 하여 미리 인조혈관을 심는 경우도 있다.

아직 대학병원은 4월.
우리 조직에 새로 들어온 의사, 간호사가 많다.
아무리 조심시키고 교육을 해도 초반에는 실수가 있기 마련.
의학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실수라면
실수가 생긴 이후로 최대한 잘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의 신참들은 잘못에 대처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아 병동이 진정되지 못하고 들썩들썩하다.

이번 기회에 아드리아마이신 extravasation 프로토콜을 만들어야겠다.

뭔가 문제의식을 가지면
그걸 해결하는 것도 나의 몫이기 때문에
사실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렇게 환자가 한명이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게으름 피우지 말고 대책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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