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환자를 치료하며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어쩌면 유방암이니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10년도 더 전에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하신 56세 아줌마.
8년 전에 재발했다. 폐와 간에.
항암치료를 했더니 반응이 좋아서 CT에서 병이 잘 안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어서 호르몬제를 쓰면서 3년 정도 지났는데 다시 재발했다.
다시 항암치료, 반응이 좋아 다시 호르몬제.
이런 식으로
환자는 한번 치료를 하면 효과가가 좋고
꽤 오랜 기간 동안 효과가 유지되는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항암치료와 호르몬치료가 반복되다 보니 뼈의 질이 나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 폐경기와 겹치는 기간이라 인위적인 치료가 뼈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히 나빴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골다공증검사를 했더니
T=-2.4, 골다공증 진단기준인 -2.5 이니 미치지 못하지만 Ward's score는 -3.1 이니 보험으로 약은 쓸 수 있겠다.
환자의 나이나 치료 상태를 고려했을 때 bisphosphonate를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장기적으로 뼈 관리를 위해 내분비내과를 같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검사결과를 설명 드리며 내분비내과 진료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환자는 손사래를 치면서 싫은 내색을 보인다.
약도 안 먹겠다고 한다.
왜?
말수가 적으신 아주머니, 대답을 잘 안 하려고 하신다.

'에이, 괜찮아요. 안 받을래요. 그냥 항암치료나 해 주세요'
'솔직하게 얘기해주세요. 왜 진료를 안 받으시려고 하는지, 왜 약을 안 드시려고 하는지...'
'저 바빠요. 일 다녀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과 진료 더 볼 시간 없어요.'
'... 그럼 제가 골다공증약 드리면 드실거에요?'
'제가 지금 골다공증 약 먹는 게 중요한가요? 암 치료나 잘 해야지...'
'골다공증이 악화되어 병적 골절이 오면 삶의 질도 떨어지고 어쩌고저쩌고...'
'그래도 안 먹을래요.'
'안 돼요. 왜냐하면 어쩌고저쩌고...'
'사실 저 예전에 몇 번 그 약 먹었어요.
근데 그 약 먹으면 속도 너무 안 좋고, 약 먹고 2시간 왔다갔다 걸어 다니라고 하는데 그렇게 시키는 대로 할 여유도 없고, 변비도 심해지고... 그 약 먹는 게 더 힘들었어요.'
'요즘에는 새로운 약이 많이 나왔다, 속 불편한 것도 개선된 약이 나왔다, 정 힘들면 주사약도 있다, 어쩌고저쩌고.....'
'에이, 그냥 항암치료만 할래요.'


나는 비타민이라며 이거라도 드시라고 칼슘과 비타민D 혼합제 한 알을 쥐어주었다.
비타민이라고 하니까 먹겠다고 한다.

골절이 오면 비교적 컨디션이 괜찮았던 사람들도 전신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활동력이 떨어져 삶의 질이 감소한다는 점, 병적 골절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여 약으로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고 나중에 각종 수술, 시술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미리 약을 먹고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골다공증 약제인 Bisphosphonate 를 먹으면 종양세포를 죽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이론적 견해가 제시되어 각종 임상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골다공증이 있는 암환자라면 열심히 약을 먹어볼만하다.

뼈 건강을 위해 내가 목청을 높이기에 우리 환자의 마음에는 아직 여유가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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