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캐릭터로 제가 참 좋아하지 않는 환자분이 한 분 계십니다. (의사도 사람이라...) 무엇을 얘기해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늘어놓고 나가시는 분이지요. 싫어하지만...그 분은 환자이고, 저는 의사이니 대놓고 진료거부를 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진료를 하는 분입니다. (아...제발 딴 의사 찾아가세요...왜 자꾸 오시는 거예요.ㅠ.ㅠ)

한동안 안 오시더니 몇 개월 만에 찾아오셨군요.

"어떻게 오셨...."
"감기 같아요. 목 아프고, 콧물도 있고..목도 아프고"
"언제부터요?"
"어제부터요."
"음...어디 목부터 보죠.."

주섬주섬 목을 보려고 라이트를 챙기는데

"항생제 주실 거죠?"
"네에? 왜요? 감기에 왜 항생제가 필요한데요?"
"항생제 먹으면 금방 감기 낫던데...항생제 주세요."
"어허...이것 참...큰일 날 말씀하시네요...감기에는 항생제가 필요 없어요. 바이러스 질환이라서....주절주절..."
"아니, 그래도 항생제 먹으면 금방 낫더라구요. 항생제 주실 거죠?"
"일단 목부터 봅시다. 만약 세균성 편도선염이면 항생제를 드려야 할지도 모르니..."

들여다보니..그냥 바이러스성 인후염입니다. 즉, 감기이지요. 청진을 해보니 폐 소리도 깨끗하고. 항생제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감기네요...감기에는 약이 없어요...주절주절...."
"항생제 주세요."
"안돼요, 환자분이 손해를 보는 일이라니까요?"
"선생님같이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은 항생제를 안 주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 동네 의사들은 항생제를 주던데요?"
"저...미국에서 공부한 사람 아니구요! 정 그러시면 항생제 주는 의사한테 가시든지..."
"그러지 마시고 항생제...."
"안된다고 했잖아요. 다른 의사를..."

이거 계속 실랑이만 할 수 없어서...

"제가 얼마 전에 TV에 나왔거든요? 감기에 항생제 안 쓴다고요. 그러니 더더욱 안 되겠어요. 알았죠?"

음...효과가 좀 있었습니다...ㅋㅋ 다행이죠?

혹, 제가 뉴스에 나온 것을 보고 싶으신 분은 http://cheilpkh.egloos.com/1881179 여길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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