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만든 이 블로그는 진료실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주로 풀고 있습니다만, 방명록을 통해 환자들이 자기 상태를 보고하기도 하고 보호자들이 암환자를 돌보는데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진료실에는 블로그 명함을 만들어 놓고 정보가 필요한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의사의 의지만 있다면 ‘내 환자’와 효과적으로 대화를 나눌 방법은 많은 시대가 바로 Health 2.0 시대입니다.

이런 노력은 환자들의 만족감 향상과 기대하지 않은 (또는 기대한) 홍보 효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 의료진의 블로그를 강제적으로 만들지만 대부분 효과적으로 운영되지는 못합니다.

정보의 공개의 또 다른 측면은 의료진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간혹 진료실에서 본의 아니게 환자에게 비난을 받는 일이 있습니다. 오늘 헬스로그에 수집된 글 중에도 이런 억울한 사례가 있네요(
http://blog.naver.com/sdapks/80128945037). 치과의사 선생님이신 서준아빠님께서 학교 구강검진을 받은 아이가 충치가 있다고 이야기 들었다는데 어떻게 그 전에 진료 본 치과에서 말해준 충치 개수 등과 다르냐 불만을 토로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아’다르고 ‘어’다른 상황 때문에 환자도 당황스럽습니다만 진료를 보는 의사도 당황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의료진이 쉽게 설명하겠고 지나친 비유를 한 것을 오해하는 경우도 있고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조금 과장하는 경우도 있어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고 일부는 안타깝게도 잘못된 진단과 설명이기도 합니다.

치과의사이신 서준아빠님을 비롯해 많은 의사선생님들이 필요하면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하지만 이런 사진과 설명, 진료 기록은 병원에만 보관됩니다. 환자가 학교에서 검진을 하거나 이사를 가거나 잠시 출장을 간 사이에 이용한 병의원에서는 환자의 과거 기록을 전혀 할 수 없고, 반대로 그렇게 잠시 이용한 다른 의료기관의 정보는 주로 다니는 병원에 공유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불편을 겪고 때로는 오해도 받습니다만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병원마다 같은 검사를 하는 것은 막아야한다는 경제학적인 시각에 머무는 것 같습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지요.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Health 2.0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만약 환자가 자기가 진료 받은 내용과 충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면 학교 치과 검진하는 선생님에게 보여줬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또는 학교에서 검진한 사진과 설명에 대한 정보를 환자에게 줬다면 치과에서 진료하면서 정확한 상황 판단이 용이했겠죠. 이렇게 건강 정보가 연결되지 않아 병원에 오는 것은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이벤트일 뿐 연속선상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문제 해결법은 병원과 같은 건강과 관련된 모든 기관들이 환자 동의하에 정보를 공유하는 법이 있겠고 반대로 지금처럼 병원에 정보를 기본적으로 보관하면서 진료 내용을 환자가 관리할 수 있도록 별도로 저장소를 가지는 것이 있을 겁니다. 이를 Personal Health Record라고 하는데 줄여서 PHR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건강에 대한 정보와 진료한 정보를 환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앞으로 전문가의 권위는 더욱 낮아지고 사회적 지위 역시 위협받게 되는 계기가 될까요? 분명한 것은 환자는 편리해질 것이고 이렇게 서준아빠나 슬기엄마처럼 열심히 진료 보는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는 또 다른 의료진에게 작은 압박(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되고 환자들은 좋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분별력을 가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선순환 고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소통의지와 차별화된 병원 서비스, 혁신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하고 소비자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근거 중심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공개된 양질의 정보를 통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헬스로그에 근거중심의학 이야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무르익게 된다면 의료제공자인 의사와 소비자인 환자를 연결해주는 다양한 Health 2.0 서비스들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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