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이었지요. 저한테 오랫동안 다니던 젊은 여성 한분이 오셨습니다. 1년 반 만이었나...이런저런 얘기 끝에 "혹시 제가 예전에 A형간염에 대해 설명했나요?"라고 물어봤더니 반색 아닌 반색을..."어머~ 제가 작년에 A형간염에 걸려서 정말 죽다 살아났어요.ㅠ.ㅠ" 허거걱! "제가 그 전에 A형간염 검사 받아보라고..백신 맞아야한다고 말 안 했나요?".."네..그러신 적 없는데요, 미리 말씀 좀 해 주시지...ㅠ.ㅠ" "그러게요. 챙긴다고 챙기는데...하필이면 환자분에게는 말씀을 안 드렸나보네요. 아유...죄송해서 어쩌나요."

그 이후...좀 젊은 분들을 보면 A형간염에 대해 아시느냐고, 백신을 왜 맞아야하는지 설명을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불과 4-5달 전에 다녀가신 30대 후반 여성분이 오셨지요. 그동안 잘 지내셨냐고 물어봤더니 한 달반 전에 A형간염에 걸려 인근 대학병원에 입원치료 했었다며 역시 "죽을 뻔 했다"고...ㅠ.ㅠ, 이 분에게도 제가 설명을 빠뜨렸나 보더군요. 사실, 어떤 질환에 걸려 오신 분들에게 일일이 그 질환과는 관계없는 A형간염에 대해 설명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환자분의 나이가 좀 많은 편이라 그랬는지 제가 설명을 빼 먹은 모양인데..정말 미안하더군요.

병원 게시물에도 "A형간염 백신을 맞읍시다."라는 포스터도 있지만 그런 걸 자기의 일이라고 인식하는 환자는 매우 드물지요. 병원을 방문하시는 환자분에게 A형간염에 대해 어떻게 아시느냐고 물어보면 80%이상은 자기와는 별 관계가 없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다시 마음을 다 잡은 늑대별. 아무리 바빠도 20대, 30대 환자분에게는 감기 때문에 오든, 다른 질환 때문에 오든...A형간염에 대한 설명은 꼭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오늘 저희 병원 간호사가 받은 전화 한 통은 그런 결심을 한 저를 참 허무하게, 그리고 비참하게 만들더군요. 지난주에 방문한 20세 된 여성분. 아버님이랑 같이 오셨습니다. 속쓰림 등으로 오셔서 위내시경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A형간염에 대한 설명을 했더니 백신을 맞겠다고 하시더군요. 20세면 90%는 항체가 없는 경우이고 의협에서도 30세 이하에서는 검사 없이 백신을 놓을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사실 저 같은 경우는 그래도 20대 후반은 검사를 먼저 하시기를 권합니다. 백신이 고가이다 보니...). 그래서 검사 없이 1차 백신을 접종했는데....오늘 그 분의 어머니에게서 "항의전화"가 왔다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애'가 위내시경검사를 하러 병원을 갔는데 왜 검사도 없이 비싼 A형간염백신을 놔 줬냐"라면서.

음....만 20세 된 성인이 "애"라고 생각되지도 않고. 설사 그 분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나이라고 하더라도 아버님이랑 같이 오셔서 아버님도 같이 설명을 들었는데요? 비용도 아버님이 결재를 하셨고. 도대체 뭐가 잘 못 되었는지요? 그 분의 말씀은 마치 제가 "돈"을 위해 환자에게 필요도 없는 백신을 "꼬드겨서" 놓은 것 같은 투 같은데... ㅜㅡ 뭐...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제 할 일을 할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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