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푹 눌러쓰고 잔뜩 어두운 표정으로 아침일 찍 진료시작 전부터 대기실에 앉아계셨던 남자 환자분....
진료 내내 눈을 지그시 감고 분노에 찬 상념에 잠겨 있으시던 분....
진료 후 나가시면서 치과위생사와 코디네이터에게 술 마시는 남자랑 절대 결혼하지 말라는 비장한 말씀을 하셨던 분.... ㅡ.ㅡ;;;;

보통 싸우다 치아가 다쳐서 치과에 오신 분들은 향후 보험사 제출용 진단서나 상해 진단서를 요구하시므로
치과의사는 아무래도 진단에 보다 더 철저하고 세밀하게 임하게 됩니다.
상해환자를 진단할 때는 환자의 진술에 따라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에 대한 경위와 치과 내원과정도 함께 기술하면서 객관적인 정보를 가능한 많이 얻어야 합니다.

이렇게 가해자가 있는 상해의 경우는 어려운 점은,
피해자인 환자 대부분이 과도한 치료기간, 즉 전치 몇 주 이상으로 진단서를 끊어달라고 요구하실 때인데, ㅡ.ㅡ;;;;
그러나 치과에서 치아에 관련되어서는,
발치를 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상해라 하더라도 4주 정도, 그 이외의 상해는 기껏해야 2-3주 정도로,
다른 신체 부위의 신체 상해에 비해 비교적(?) 진단서에 나가는 기간이 짧습니다. ㅡ.ㅡ;;;;
그러나 피해자인 환자는 가해자인 상대방과의 합의과정에서 유리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진단서 기간을 늘려주길 원하지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ㅡ.ㅡ;;;



신경이 노출될 정도로 심한 치아파절인 이 환자분께서는 신경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진단서는 2주가 나갔는데, 당일 즉시 신경치료와 임시치아를 진행하여 환자 분의 통증을 감소시키고 사회 활동도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또, 파절된 치아의 치료기간 중이나 후에라도, 파절된 치아의 인접 치아들도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서서히 신경이 변성되거나 이상증상이 나타나는지 주기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환자분께서는 다행히 임시치아로 앞니를 하고나서 마음이 서서히 정리되셨는지
치과에 내원하실 때마다 표정이 점차 밝아지셨습니다.




영구 보철물은 보이는 부분인 앞니이므로 심미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내면에 금속성분이 깔려있지 않은 완전 도자기 치아(올세라믹 크라운, Allceramic crown)로 보철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진단서에 쓰인 내용대로 2주안에 모든 치료를 끝내달라던 이 환자분...
다행히 마무리가 깔끔히 잘 되었습니다.
앞으로 술 많이 드시고 인사불성 되는 일은 없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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